아트

뉴스 프롬 리버풀

2018.12.26

by VOGUE

    뉴스 프롬 리버풀

    영국 테이트 리버풀이 오는 3월 17일까지 작가 문경원, 전준호의 개인전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연다. 테이트 리버풀의 창립 30주년 기념이자, 모더니즘 작가와 현대 작가의 연관성을 찾아 현대미술을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 프랑스 모더니즘 작가 페르낭 레제와 연결되는 현대 작가로 문경원, 전준호 작가가 선정된 것이다.

    ‘뉴스 프롬 노웨어’는 2012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첫선을 보인 뒤, 시카고와 스위스 등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예술의 기능과 역할’을 묻는 큰 주제 아래, 지역적 특성을 담아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세계의 무역과 교류의 거점이었고, 영국의 제국적 야망의 분출구로 드라마틱한 양면을 지닌 곳이라 매력적이었다. 리버풀 외곽은 한때 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공장들이 문을 닫아 폐허가 됐다. 삶의 가치와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불안한 미래를 마주한 지금, 지난 역사를 떠안기엔 불편한 노구처럼 전락한 리버풀. 이곳만이 아니라 세계의 공통된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수명이 다한 선박의 고철을 이용해 작업하자. 그 거칠고 파편화된 역사의 흔적에 영상을 기록하자”라고 계획했다. 그것은 이 시대의 비석이자 새로운 미래를 위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 여겼다.

    테이트 리버풀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례적 산책(Anomaly Strolls)>은 2012년 제작된 <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과 연계된 영상이다. 시공간을 넘어 삭막한 리버풀에 도착한 남자가 쇼핑 카트로 버려진 물건을 수집해 스튜디오에서 예술 작품을 만든다. 그곳에서 그는 투명 인간처럼 여겨진다. 한 인터뷰에서 “100년 전 페르낭 레제가 꿈꾸던 유토피아에서, 현대 작가인 우리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적 관점으로 리버풀의 흔적을 영상에 담아낸다”라고 말했다. 유토피아적 관점이란?
    유토피아란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실현된다면 분명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세계는 혼돈으로 가득 차 있고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현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이라 생각한다. 불완전한 현실은 나를 꿈꾸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유용한 토양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상 작품도 이 관점에서 출발한다. 예술 작품이란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산물이 아닌 불안한 존재를 증명하는, 그리고 그 불완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행위로서의 태도, 그것이다. 질문에서처럼 <이례적 산책>은 전편인 <세상의 저편>의 연장선에 있다. <세상의 저편>에서 남자는 세상의 종말적 증거를 수집해 끝없이 작품을 생산해낸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이례적 산책>은 이 남자가 시공간을 넘어 리버풀에 온다는 설정이지만, 이 시간 여행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사건을 해결하고 단초를 찾는 내러티브를 보여주고자 함은 아니다. 쇼핑 카트를 끌고 다니는, 마치 투명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주체와 그 풍경 -시대의 불안과 욕망, 상처의 모습- 그리고 그 사이로 끝없이 돌아다니는 윤회적 모습을 담담히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반복되고 점철된 역사 속에서 무감각해진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앞서 전편의 남자 주인공이 현재로 온다고 말했지만, 여기서 보이지 않는 존재는 인물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우리가 현재를 바라보고 세계에 제언하는 태도일 수 있으며,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려는 의지일 수 있다.

    시민들이 참여한 그래피티도 전시한다.
    그래피티 작업은 절차상 문제로 결국 하지 못했다. 그 대신 미술관 앞에 있는 맨홀 뚜껑을 바꿨다. 작품이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기능적 요소로 남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다. 이 작업 역시 전편인 <세상의 저편>에서 여자 주인공이 마지막에 남긴 대사를 맨홀 뚜껑에 새긴 작품이다. 맨홀 뚜껑은 문명의 산물 중 하나다. 우리 도시를 작동하지만, 우리가 보기 싫어하는 것을 막는 경계의 역할이다. 이 맨홀 뚜껑을 통해 문명과 도시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가올 미래의 우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맨홀 뚜껑은 가능한 한 영구히 미술관 입구에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 작가의 테이트 리버풀 전시가 화제다.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가 궁금하다.
    우리는 페르낭 레제와 함께한 전시에 더 의미를 둔다. 100년 전 그와 우리의 시각과 태도가 관통함이 매우 흥미롭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작가들이 시간을 초월해 공유한 세계관은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큰 의미이자 새로운 영감이다.

      에디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