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어떻게 꾸밀까?

Beauty

화장대 어떻게 꾸밀까?

2020-08-10T16:43:17+00:00 2020.08.10|

아수라장 속 아름다움! 세대와 성, 가치관과 취향, 한 사람의 오늘이 드러나는 바로 그 공간.

 

MISS VOGUE (왼쪽 위부터)메종 크리스챤 디올 ‘스파이스 블렌드’,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 라 라군’, ‘롬브르 드 메르베이 오 드 퍼퓸’, ‘루즈 에르메스 새틴 립스틱 리미티드 에디션’ #51 코랄 푸, ‘루즈 에르메스 새틴 립스틱’ #40 로즈, 루이 비통 ‘쾨르 바텅’, 르 라보 ‘어나더 13’, ‘립 밤’, 이솝 ‘로즈 오 드 퍼퓸’, 딥티크 ‘트래블 퍼퓸’ 도 손, ‘캔들’ 휘기에,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나르시소 오드퍼퓸 엉브레’, 바이레도 ‘슬로우 댄스’, ‘캔들’ 비블리오티크, ‘린스 프리 핸드 워시’ 튤립마니아, ‘핸드 로션’ 베티베, 샤넬 ‘르 베르니’ #749 세일러, #745 크루즈, #739 미라지, #646 블리치드 모브, 논픽션 by 세포라 ‘핸드 크림’ 포겟 미 낫, 에스티 로더 ‘더블웨어 소프트 글로우 매트 쿠션 SPF45 PA+++’, 라카 ‘소프트 라이팅 커버 쿠션 SPF45 PA++’, 연작 ‘롱 웨어 포슬린 쿠션 파운데이션 SPF50+ PA++++’, 입생로랑 뷰티 ‘르 쿠션 엉크르 드 뽀 루미너스 매트 쿠션 파운데이션 SPF50+ PA+++’, 이세이 미야케 ‘쿠쉬 쿠쉬 센티드 터치 투 고 넥타 디세이’, 구찌 뷰티 ‘크레이용 데피니씨옹 쑤르씰 파우더 아이브로우 펜슬’ #01 토프, #04 브룬, ‘마스카라 옵스뀌흐’, ‘봄므 아 레브르’ #02 노 모어 오키드, 베네피트 ‘김미 브로우+’, 아베다 ‘쿨링 밸런싱 오일 컨센트레이트’, 오쏘몰 ‘이뮨’, 불리 1803 ‘덴탈 플로스’, 라프레리 ‘스킨 캐비아 퍼펙트 컨실러’, 꼬달리 ‘뷰티 엘릭시르’, 빅토리아 베컴 뷰티 by 네타포르테 ‘셀 리쥬버네이팅 프라이밍 모이스처라이저 바이 아우구스티누스 베이더’, ‘스모키 아이 브릭’ #트위드, 오노마 ‘라이츠 블라썸TM 에센스’, ‘하이드라버스터 에센스’, 스킨레지민 ‘1.5 레티놀 부스터’, 힌스 ‘뉴 뎁스 아이섀도우 팔레트’, 아티스트리 ‘루미너스 하이드라 핏 쿠션 파운데이션 SPF50+ PA+++’. 앙증맞은 블루 네오 클래식 백과 골드 안경테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V 로고 골드 이어링은 발렌티노(Valentino), 진주 이어링은 디올(Dior).
PICK ME, BABY 딥티크 ‘오 카피탈’, ‘필로시코스’, 맥 ‘파우더 키스 리퀴드 립컬러’ #리조트 시즌, #크로스페이드, #빌리언 달러 스마일, #데이트-메이커, ‘파우더 키스 아이 섀도우’ #왓 클라우트!, #디보티드 투 칠리, 구찌 뷰티 ‘길티 뿌르 팜므’, ‘길티 앱솔루트 뿌르 팜므’, ‘블룸’, 바이레도 ‘벨벳 헤이즈’, ‘블랑쉬’, 클리오 ‘멜팅 듀이 틴트’ #05 로우 체리, #3 히비스커스 티, #06 코랄 오로라, ‘프리즘 에어 아이 팔레트’ #01 코랄 스파클, 나스 ‘젠틀 오일 프리 아이메이크업 리무버’, ‘틴티드 스머지 프루프 아이섀도우 베이스’, ‘치크 팔레트’ 오르가즘 X, ‘아이래쉬 컬러’, ‘리퀴드 블러쉬’ #토리드, #돌체 비타, #섹스 어필, 배내스템 ‘워터 클렌저 모어 모이스트’, 3CE ‘소프트 매트 립스틱 컬렉션’, ‘쉬머 메이크업 픽서’, ‘네일 라커’ #PE06, #CR01, #NU03, ‘프로 멀티 스펀지’, 슈에무라 ‘글로우 온’ #M225, 디올 ‘미스 디올 퍼퓸 헤어 미스트’,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 롤러-펄 오 드 뚜왈렛’, ‘미스 디올 모이스춰라이징 바디 밀크’, ‘디올 백스테이지 아이 팔레트’ #003 앰버 뉴트럴, ‘어딕트 스텔라 샤인 코프레 세트 리미티드 에디션’, ‘립 글로우 오일’ #001 라이트 핑크, #004 코랄, #015 체리, 어뮤즈 ‘소프트 크림 치크’ #60 마멀레이드, #61 시나몬, ‘뉴트로 매트’ #01 성수동, 페리페라 ‘맑게 물든 선샤인 치크’ #04 본캐열공해, 메이블린 뉴욕 ‘폴시 래시리프트’, ‘슈퍼스테이 풀 커버리지 파운데이션’, 힌스 ‘무드인핸서 젤 글로스’ #언클로즈드, #베어 마인드, 언리시아 ‘겟 루스 글리터 젤’ #N1 오로라 캐처, #N2 스탈릿 체이서, ‘프리티 이지 글리터 스틱’ #N4 컨피던트, #N3 브레이브, #N1 스릴드, #N2 플러터, 디어달리아 ‘스킨 파라다이스 플로리스 핏 엑스퍼트 컨실러’, 샤넬 ‘르 베르니’ #739 미라지, #08 파이럿, #572 엉블레마띠끄, 펜티 뷰티 by 세포라 ‘글로스 밤 유니버셜 립 루미나이저’ #다이아몬드 밀크, ‘프로 필터 하이드레이팅 롱웨어 파운데이션’, 에뛰드 하우스 ‘더블 래스팅 파운데이션 SPF35 PA++’, 입생로랑 뷰티 ‘뚜쉬 에끌라 르땡 크림 파운데이션’.

욕망의 탁자 외모를 가꾸고, 맵시를 다듬는 화장대의 사전적, 물질적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 때로는 사무실 책상이, 택시 안의 내 두 무릎이, 운동 후 옷을 갈아입는 드레스 룸 한쪽, 화장실 세면대도 모두 나의 화장대다. 하루를 통틀어 ‘진짜’ 화장대 앞에 앉는 시간은 단 5분. 침대와 옷장 사이 자리한 나의 화장대는 매일 아침 식탁으로 둔갑한다. ‘낮져밤이’ 올빼미 인간인 내가 실눈으로 출근 준비를 몰아칠 때, 엄마는 화장품과 잡동사니가 수북이 쌓여 본분을 잊어버린 서른두 살 철부지 딸의 화장대 위에 정갈하게 깎은 과일과 달걀 프라이, 물 한 잔을 내준다. 옷장을 열어 옷을 고르고, 한 조각 남은 사과를 입에 넣은 채 민낯으로 부랴부랴 떠나는 출근길.

강남구 언주로 726 두산빌딩 9층에 자리한 <보그> 사무실이 목적지다. ‘칼출근’과 동시에 내 자리는 곧 화장대로 변모한다. 먼저, 모니터 옆에 놓인 손 세정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을 날린다. 매달 출시하는 메이크업 신상과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스킨케어 라인, 패션 하우스의 ‘멋쁜’ 향수, 각종 보도 자료와 책, 시안으로 마구 뒤엉킨 책상. 그 속에서 자외선 차단제와 파운데이션, 아이브로우, 마스카라를 꺼내 바른다. 그다음은 오늘 기분에 어울리는 립스틱 컬러를 선별할 차례.

“‘꼼지락꼼지락’ 분주한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출근했구나?” 편집장님의 장난스러운 한마디. 도라에몽의 ‘요술 주머니’처럼 없는 게 없는 마법의 화장대를 하루 내내 꼼지락거리는 탓에 내 별명은 ‘프로 사부작러’. 미니 반짇고리, 숙취 해소제를 비롯한 각종 알약, 손톱깎이, 족집게, 마사지 볼부터 따끈따끈한 신상 향초까지, 차고 넘치는 물건만큼 예뻐지고 싶은 욕망도 넘쳐흐른다. 동료 에디터는 퇴사하게 되면 이 서랍을 통째로 하사해달라는 우스갯소리를 건넬 정도다. 우중충한 잿빛 교복과 한 몸이던 10대 시절, 가슴팍 높이의 책장에 탁상 거울을 올리면 그것이 곧 화장대였다. 유튜브로 화장을 배우고, 친구와 새로 구입한 신상 틴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요즘 Z세대와 달리, 올려진 거라곤 손때 묻은 선크림과 로션, 여드름 연고, 고데기뿐이었다. 그러나 한 뼘 남짓한 이 공간은 이유 없는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사춘기 소녀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클렌징 크림(엄마들이 꼭 ‘크렌싱 크림’이라 말하는!), 길고 투명한 병에 담긴 토너, 얼핏 봐도 비싸 보이는 세럼, 자외선 차단제, 아이 크림, 영양 크림 그리고 형형색색의 아이섀도 팔레트와 립스틱이 즐비한 엄마의 화장대는 동경의 대상 그 자체였고, 흙이 없는 놀이터였다. 무엇보다 포근한 살냄새의 엄마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응답하라 1988> 중 덕선이가 푸른 빛깔의 아이섀도를 눈두덩 가득 바르던 모습처럼 엄마의 화장품은 매일 봐도 탐났으니까.

아시다시피 화장대는 영어로 ‘Vanity Table’이다. 발음조차 멋스러운 ‘Vanity’는 ‘허영심, 자만심, 헛됨, 욕망’을 의미한다. 화장대가 욕망의 탁자로 명명된 까닭에는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이 한몫한다. 앙증맞은 서랍이 달린 상자 내부에 거울을 부착한 조선 시대 여인들이 쓰던 ‘경대’의 기원에서도 그 이유는 목격된다. 앉은 자리에서 약 45도 비스듬히 세워 사용하는 경대는 주요 혼수 품목 중 하나. 주로 여성을 위한 용구였지만, 선비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격식 중 하나인 ‘용모단정 의관정제(용모는 단정히 하고, 차림새는 가지런하게 하라)’로 경대는 남녀 공용으로 퍼져나갔으며 왕실, 서민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

미국 드라마 <킬링 이브>에서 첩보 요원 이브는 열과 성을 다해 뒤쫓던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의 보금자리를 찾아낸다. 애증이라는 감정의 경계에서 이브는 고급스러운 취향의 화장대를 발견하곤 화장대 위 모든 물건을 때려 부수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친다. 소중한 공간의 일부를 망가뜨리려는 단순한 의도였을까? 혹은 허영을 깨뜨리고 상대방의 자만심을 무너뜨리려는 행위는 아니었을까? 영화 <위험한 관계>에서 글렌 클로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김수현 선생의 드라마 <모래성>의 김혜자 여사에 의해서도 ‘화장대 부수기’라는 클리셰는 세속적 욕망과 아름다움을 향한 여성의 자유를 무너뜨린다.

나 같은 뷰티 에디터의 화장대는 늘 신상과 베스트셀러로 가득 차 있고, 이로써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불타오른다. 립스틱 한 자루를 위한 단돈 3만원의 소비는 내일의 아름다움을 기꺼이 보장한다. 남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우리 여자들의 화장대가 차고 넘치는 이유다. — 우주연

NO KIDS ZONE 아베다 ‘우든 패들 브러시’, 끌레드뽀 보떼 ‘라이트 커버리지 파운데이션 브러시’, ‘래디언트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매트 SPF20 PA+++’ #WB00, ‘립 글로리파이어’ #3 코랄, 시슬리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브러시’, ‘아이섀도 스머지 브러시’, ‘쉬뻬 쑤엥 쏠레르 뗑떼 SPF30’, ‘벨벳 너리싱 크림’, ‘르 휘또 루즈’ #31 아카풀코, 디올 ‘프레스티지 라 로션 에센스 드 로즈’, ‘캡춰 토탈 쎌 에너지 슈퍼 포텐트 세럼’, ‘2020 디올쇼 – 5 꿀뢰르 꾸뛰르’ #279 데님, #679 트라이벌, 에스티 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인텐시브 리커버리 앰플’, ‘더블 웨어 스테이-인- 플레이스 메이크업 SPF10 PA++’ #1N0 포슬린, ‘퓨어 컬러 엔비 립 페인트’ #330 포피 소바쥬, 랑콤 ‘뉴 어드밴스드 제니피끄’, 라 메르 ‘크렘 드 라 메르’, ‘파우더’, 라프레리 ‘스킨 캐비아 럭스 아이 크림’, 피몽쉐 ‘플로우’, 아워글래스 ‘앰비어트 스트롭 라이팅 블러쉬’ #이리덴슨트 플래쉬, ‘배니쉬 에어브러쉬 컨실러’ #에프리콧, ‘커션 익스트림 래쉬 마스카라’ #울트라 블랙, ‘컨페션 울트라 슬림 립스틱’ #아이 크레이브, ‘아치 브로우 마이크로 스컬프팅 펜슬’ #소프트 브루넷, 샤넬 ‘익스클루시브 크리에이션 레 베쥬 헬시 글로우 젤 터치 파운데이션 SPF25 PA++’, 입생로랑 뷰티 ‘밀크티 컬렉션 따뚜아쥬 꾸뛰르’ #N39 아웃랜디시 누드, ‘루쥬 쀠르 꾸뛰르’ #N140 누 라떼, 겔랑 ‘루즈 쥐 드 겔랑 루비 패션’ #N25, 바비 브라운 ‘퍼펙틀리 디파인드 롱웨어 브라우 펜슬’ #토프, 조 말론 런던 ‘센트 써라운드TM 디퓨저’ 라임 바질 앤 만다린, 티지 베드헤드 ‘포맨 매트 세퍼레이션 워커블 왁스’, 멘소래담 ‘딥앤쿨 에어로솔’, 페디베어 ‘안티 펑거스 포도포르테 드롭’, 닥터벨머 ‘더마 리페어 부스터’, 시세이도 ‘맨 하이드레이팅 로션’, ‘맨 모이스춰라이징 에멀젼’, 조르지오 아르마니 ‘아쿠아 디 지오 옴므 애프터 쉐이브 로션’, 비오템 ‘옴므 아쿠아파워 프레시 로션 인 젤’, 다이슨 ‘슈퍼소닉TM 헤어드라이어’, 세노비스 ‘트리플러스 맨’, 웰킨 ‘에어소닉’. 로고 키 링과 블랙 레더 지갑은 몽블랑(Montblanc).

관능의 방 “사실 그렇게 많은 화장품이 필요하지 않더라.” 10년간의 뷰티 에디터 생활을 청산한 선배를 만난 날이었다. 당시 나는 2년 차 기자였고 “하늘 아래 같은 레드 립스틱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증명이나 하듯 신상 화장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바르고 또 바르고’를 반복한 지금에야 그 선배의 말을 통감한다. 잘 고른 수분 크림과 자외선 차단제, 한두 가지 메이크업 제품만 있다면 ‘화장발’은 아니더라도 단정하게 꾸밀 순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침대와 작은 책상, 옷장을 제외하면, 수년째 내 방은 온통 화장품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실상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꽤 깨끗하다. 하지만 말끔한 몰딩의 상아색 수납장 여러 개가 화장품으로 가득 차 있고, 수십 병의 향수가 A자형 팬트리에 전시되어 있으며(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밤낮으로 이곳에 머물며 심신의 안정을 찾아줄 향을 고르는 즐거움이란!), 취침 시간 애용하는 캔들과 아로마 오일은 침대 옆 스툴만큼 낮은 비스포크 타입 철제 박스에 모여 있다. 누워서 손에 닿는 침대 하단 서랍을 열면 롤온 아이 세럼과 립밤, 트러블을 잠재우는 티트리 오일 등 화장대까지 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제품을 단숨에 쟁취할 수 있다.

유난스럽다고? 17세기 중반 영국 귀부인들은 자신만의 ‘화장방(Toilette)’을 소유했다. 르네상스의 중심이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넘어오며, 돈과 명예를 거머쥔 영국 명문가의 안주인들은 프랑스 왕실의 아침 접견 풍경을 답습하고자 침실 안쪽으로 분리된 화장방을 마련한 것이다. 드레스 룸과 차이라면 이곳에서 방문객을 맞이하고(그중 남자가 절대다수였다) 그들 앞에서 아침에 일어나 몸을 단장하는 과정을 몇 시간에 걸쳐 뽐냈다는 점이다. 미모는 물론 화려한 인테리어와 장신구로 재력을 과시하고 자연스럽게 무장해제되는 ‘남심’을 저격해 식민 전쟁이 극으로 치닫던 시기, 심지어 정치색 짙은 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치마를 들춰 구두를 신고 은근한 노출이 허용되던 이 관능의 방은 당대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하기도 했다. 화가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 ‘The Toilette’, 미셸 가르니에(Michel Garnier) ‘Elégante à Sa Toilette’, 장-프레데리크 샬(Jean-Frédéric Schall) ‘L’Amour Frivole’ 등 작품에서 그 시대 화장방 풍경을 엿볼 수 있다. 그림에 표현된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살피면 다소 가벼운 사교의 장이라 넘겨짚을 수 있지만, 주인 혼자 남은 화장방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남편에게만 허용되던 개인 공간, 응접실이나 정원이 아니라 벽으로 둘러싸여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는 고독의 방이 그 시절 여인들에게 처음 생긴 것이었다.

“너무 두껍게 칠하지 말고, 인상을 좌우하는 눈썹도 신경 쓰고.” 스무 해 겨울, 엄마는 나의 뷰티 파우치에 슈에무라 ‘하드포뮬라’와 샤넬 립스틱을 슬쩍 넣어주셨다. 늘 단정한 엄마의 모습에서 단장의 필요성을 자각했다.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 특성상 숱한 화장품을 선물해도 엄마의 화장대에는 여전히 꼭 필요한 제품만 조신하게 올라와 있다.

20년 뒤 중년의 나라면, 엄마와 닮은꼴 화장대 앞에 앉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서른한 살의 나는 영국 사교계 미인들이 자신의 허영과 게으름을 쏟아내며 일상을 보내던 화장방을 맘껏 누릴 생각이다. <18세기의 방> 공저자 이시연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특정 공간 그 자체가 한 시대의 문학적 상상력을 사로잡은 예는 18세기 영국 귀부인의 ‘화장방’이 유일하다”고. — 이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