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자들의 향수 사용법
매일 쓰는 향수지만 온전히 ‘내 향수’란 생각이 안 드는 이유? 멋쟁이로 소문난 프랑스 여자들의 향수 사용법과 퍼퓸 마니아들의 취향에 해답이 있다.
향수 한 병을 제대로 비워본 적이 언제였나. 화장대도 모자라 드레스룸과 선반 곳곳에 빼곡히 진열된 ‘향수 탑’은 보기만 해도 심란하다. 많고 많은 향수 가운데 손이 가는 향수는 기껏해야 두세 개. 이 역시 향을 즐긴다기보다 외출 전 빼먹지 않는 ‘뷰티 의식’에 불과했다. 그러던 내가 향수에 대한 마음과 태도를 바꾼 건 미국 보그닷컴에 올라온 뷰티 기사를 읽고 난 뒤부터다.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의 ‘프랑스 여자의 향수 사용법’을 다룬 그 기사는 특정 향수가 뜬다고 하면 일단 먼저 손에 넣고 보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단순하고 또 명확했다.
그녀가 제안하는 첫 번째 법칙은? 한 우물 파기. “프렌치 여자들은 자기 향수에 대한 믿음이 굉장해요. 한번 꽂히면 최소 1년은 그것만 쓰죠. 그게 아침이건 저녁이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두 번째 법칙. 향과 나의 연관성 찾기. 세상에 수백 수천 가지 향수가 있지만 모든 게 나와 잘 어울린다는 보장은 없다. 이네스가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내 이미지와 어울리는 향을 찾는 데 투자하길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세 번째 법칙은 신비로움을 간직할 것. “프렌치 여자들은 강한 향을 선호한다고 여기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향수의 매력은 은밀하고 신비로울 때 빛을 발합니다.” 그런 그녀의 향수 사용 부위는 목 언저리와 손목, 그리고 스카프에 아주 약간이다.
다음은 네 번째 법칙. 믹스매치하지 말 것. 하나의 향수가 만들어지기까진 많게는 수십 가지 재료가 쓰인다. 그렇기에 예민한 후각을 지닌 전문 조향사가 아닌 이상 두 가지 향수를 섞어 쓴다는 건 그야말로 모험. 이제 마지막 법칙! 어디서나 향을 즐길 것. 다시 말해 피부에 입는 향수와 더불어 공간에서 즐기는 향도 꽤 매력적이다. “제 옷장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포푸리, 자동차에는 딥티크의 왁스 타블렛이 있습니다. 또 집 안 곳곳엔 리 고동의 퍼퓸 스틱, 사무실엔 다양한 향초가 있죠.” 이렇듯 프랑스 여자들의 향수 사용 루틴을 파악하고 나니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향에 일가견 있는 퍼퓸 마니아들은 대관절 어떤 식으로 향을 즐길까?
레이어링과 레이어링 사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향수는 이미 정교하게 계산돼 만든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향수와 섞어 써도 무방한 제품은 보디 크림이나 샤워 젤. 그것도 동일한 베이스의 향일 때만 권해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후각’을 지닌 스타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의 생각도 이네스와 다르지 않았다. 10 꼬르소 꼬모 청담 라이프스타일 바이어 송애다가 3년째 사용 중인 향수는 바이 킬리안 ‘백 투 블랙’. 부드러운 바닐라 향을 오래 즐길 비법은 바로 ‘레이어링’. “샤워 젤, 보디 로션, 향수의 베이스를 동일한 계열로 맞춰 써요. 향수만 단독으로 쓸 때보다 피부에 스미는 향이 훨씬 깊죠. 지속력이 느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죠.” 이런 방법도 있다. 두 가지 향수를 동일한 위치에 뿌리기보다 전혀 다른 부위에 뿌리는 것. 그러면 각각의 향이 뒤섞이지 않고도 단독으로 쓸 때보다 훨씬 풍부한 향의 하모니를 느낄 수 있다. 그게 어느 부위든 상관없지만 머리카락만큼은 피하시길. 향수는 알코올 함유량이 높기에 모발에 반복적으로 뿌리면 모발 손상을 앞당길 수 있으니까.
롤온 퍼퓸의 힘
분더샵 청담의 뷰티 셀렉트숍 라페르바 MD의 향수 사용법은 조금 특별하다. 아침에 나올 때 몸에 가볍게 한 번 뿌리는 것까지는 다를 게 없다. 그러나 휴대용 향수, 그것도 롤온 퍼퓸을 이용해 중간중간 향을 덧입는 방식이다. “휴대용 향수로 롤온 타입을 추천합니다. 제가 쓰는 제품은 바이레도 ‘블랑쉬 롤온 퍼퓸’인데, 가볍고 청순한 향이라 점심시간이 지나 손목과 귀 뒤에 슬쩍 덧바르면 출근길의 개운한 기분이 재현되죠.” 시향지의 신세계 향수를 꼭 신체 부위에만 뿌리란 법이 있을까? 시향지(혹은 명함)에 향수를 뿌려 핸드백이나 지갑에 쓱 넣으면 향의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별거 아니지만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낼 때, 혹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낼 때 코끝에 스치는 향이란!
패션과 향수의 상관관계
니치 퍼퓸 브랜드 르 플랑의 대표 김기환은 “컨셉도 방향도 없이 향수를 뿌리는 것만큼 끔찍한 행위는 없다”고 전한다. 향수를 고르는 데 있어 패션은 생각보다 더 중요한 사항이다. 실제로 향수 마니아들은 그날그날 옷에 따라 향수 종류가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이 블라우스엔 이 향수, 저 재킷엔 저 향수 등 매일매일 옷차림과 향의 상관관계를 고려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향수를 고를 땐, 당신이 어떤 옷을 입느냐와 당신이 뿌리는 향이 그 옷과 제대로 어울리는지를 더블 체크하는 게 관건. 당신과 평생 함께할 ‘인생 향수’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고정관념은 이제 그만
“퍼퓸 클래스를 진행할 때마다 느끼지만 향에 대한 편견이 생각보다 큽니다. 베이스 향을 고를 때 이건 ‘남자 향’, 저건 ‘여자 향’으로 구분하는 건 물론, 생소한 향은 거들떠보지도 않죠.” 센틀리에 퍼퓸 디자이너의 얘기다. 향수 섹션엔 남자 향수, 여자 향수로 카테고리가 분리돼 있지만, 편견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향을 즐겨보시길. 여자 향과 남자 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버리는 순간 지금껏 모르고 지낸 향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모델
- 안주리, 이정윤, 서현
- 네일
- 최지숙(브러쉬라운지)
- 스타일리스트
- 김민주
- 장소 협조
- 푸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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