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따라 제주 한 바퀴 – 제주 아트 올레
제주에선 ‘투어리즘’을 주제로 비엔날레가 열린다고 한다. 투어리즘이라는 주제에 맞게 ‘아트 올레’라 명명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제주를 유명하게 만든 올레길의 올레에 아트를 붙여, 예술을 따라 제주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아트 올레는 매달 제주도의 한 지역을 정해 작가의 작업실은 물론 특정 건축물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3월 화북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은 4월 대정을 거쳐, 애월(5월 20일), 한림(6월 17일), 우도(7월 15일), 남원(8월 19일), 제주시 원도심(9월 16일), 한경(10월 14일), 서귀포 원도심(10월 21일), 조천(11월 11일), 성산(11월 16일), 안덕(12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아트 올레의 전신은 <2016 AR TOWNS: 와랑와랑 모다드렁>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오픈포럼: 지금, 제주공간, 잇다’다. 2016년 11월 19일 제주도내 문화공간 13곳을 대상으로 큐레이터의 안내와 함께 둘러보는 문화탐방의 기회를 가졌던 것. 문화예술의 섬이라는 제주에서 시골 곳곳에 숨어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곳들을 전국에서 모인 기획자들이 함께 모여 현장을 찾아보는 기획이었다.
당시에 ‘삶과 더불어 함께 하는 예술’을 실천하고자 2013년도에 설립된 문화공간 양, 원도심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2014년부터 활동한 아트세닉, 2012년 구도심인 중앙로로 이전해 활동중인 아트스페이스•씨 등을 찾아 공간운영자에게 직접 공간과 활동에 대한 소개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버스를 대절해, 외곽에 위치한 공간들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다양한 분야의 30대 청년들이 제주 해녀학교에서 만나 결성한 모임인 재주도 좋아나, 두 작가의 작업실을 일정 시간 그림상점으로 오픈하는 지구방문자를 찾기도 했다. 제주의 동서를 가로지르며 하루 안에 10여곳에 가까운 문화공간들을 찾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전시와 행사에서는 원도심의 유휴공간에서 마련한 특별전시를 곁들여 소개하기도 했다. 바로 향사당과 황지식당이 그 곳. 제주도유형문화재제 6호인 향사당은 조선시대에 고을의 나이 많은 어른들이 봄과 가을 모여 활 쏘기를 하고 주연을 베풀며 고을의 당면 과제를 의논하거나 민심의 동향을 살피던 곳이다. 향사당은 최근 제주 도시재생 지원센터에서 위탁 받아 다양한 문화활동이 이뤄지도록 민간에게 개방했다.
황지식당은 <와랑와랑 모다드렁>전이 처음으로 사용한 유휴공간이었다. 제주에 물류가 도착하는 입구였던 산지포는 구도심의 최대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동문재래시장과 가까이 있던 무역항이다. 옛 섬과 육지를 잇는 제주의 관문이자 뱃길의 중심지였던 산지포는 제주 최고의 상권이었으나, 1927년 제주항 개항과 신도심 개발로 인해 포구를 찾는 배가 점점 줄었다. 황지식당은 현재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산지포를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건물이다. 1층은 식당으로, 2층과 3층은 뱃사람들의 휴식처로 사용되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 전시를 계기로 제주의 문화공간을 잇는 프로그램과 전시가 계속 마련되는 분위기다. 제주는 그럴 가능성이 충만한 곳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문화예술의 섬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 글
- 이나연(제주에 거주중인 미술평론가)
- 에디터
- 김나랑
- 사진
- 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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