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내 아이디는 밀레니얼 액터

2018.10.10

내 아이디는 밀레니얼 액터

액션과 신파를 흠잡을 데 없이 동시에 연기하고 형제자매가 세계적인 스타라도 누군가의 그림자에 갇히지 않는 독창적인 연기를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 역할에서 자유로운 이들을 우리는 밀레니얼 배우라고 부른다.

시얼샤 로넌, 알리시아 비칸데르, 존 보예가, 다코타 존슨, 에즈라 밀러, 데인 드한, 엘리자베스 올슨, 데이지 리들리, 미아 바시코프스카, 니콜라스 홀트, 마일스 텔러… 이 배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밀레니얼 세대’로 묶인다는 데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뉴욕타임스>가 퓨리서치센터의 정의를 빌려 설명한 바에 따르면 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를 뜻한다. 이 세대의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와 함께 성장했고,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결혼보다는 동물이나 식물 키우기를 선호한다. 미국 영화협회의 2017년 연간 리포트는 밀레니얼 세대 관객 수 증가에 주목한 바 있는데, 배우 역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밀레니얼 세대 배우들을 8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배우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몇 년 내로 할리우드 빅 프로젝트에서 만나게 될 이들이다.

유서 깊은 시리즈 영화에 안착한 배우들부터 보자. <스타워즈>의 새로운 3부작은 새로운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주인공 레이를 연기한 데이지 리들리(1992년생), 핀을 연기한 존 보예가(1992년생), 카일로 렌을 연기한 아담 드라이버(1983년생)가 모두 밀레니얼 세대다. 이들은 한 솔로와 레아 장군, 루크 스카이워커로부터 시리즈를 이어받았다. 그중 데이지 리들리는 1992년 4월 10일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태어났다.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력뿐이던 그녀가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를 이끌어간다고 했을 때, 올드 팬들은 환호보다는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흠잡을 데 없는 액션 연기로 논란을 불식시켰다. 존 보예가는 흑인 스톰트루퍼로 등장했다. 흑인 배우를 중요한 역할로 캐스팅했다고 발표하자 제작 초기에는 올드 팬들의 반발(또!)을 겪었으나, 어처구니없는 인종차별적 논란을 뒤로하고 순항하는 중이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에도 출연하는 등 액션 영화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시얼샤 로넌(1994년생)은 가장 눈에 띄는 이름 중 하나다. 벌써 세 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어톤먼트>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때가 13세였으며, <브루클린>으로 22세에 여우주연상 후보, <레이디 버드>로 24세에 여우주연상 후보에 또다시 올랐다. 최근 개봉한 <체실 비치에서>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여성 성장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이며, 그녀가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는 시기가 언제일지도 관심을 모은다.

니콜라스 홀트(1989년생)는 익숙한 얼굴이고 이름이다. 13세에 출연한 <어바웃 어보이>에서 휴 그랜트와 인상적인 앙상블 연기를 보여준 소년은 성인이 되어 영화로 돌아왔다. 드라마 <스킨스>로 호평받은 뒤 좀비 멜로 영화 <웜바디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함께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와 연인이 되었지만 지금은 결별했다)에 출연했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눅스 역을 맡아 액션 영화와도 잘 어울리는 멜로와 신파를 표현해냈다. 아역 배우로 빛이 클수록 성인 배우로 자리 잡기가 녹록지 않기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1997년생인 클로이 모레츠는 현명하게 속도 조절을 하며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녀를 스타덤에 올린 <킥 애스: 영웅의 탄생>도, 공포 영화인 <아미티빌 호러>도, <렛 미 인>도 R등급이기 때문에 클로이 모레츠는 출연하고도 영화를 볼 수 없었다. 부모가 동석하면 17세 이하도 볼 수 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고. <500일의 썸머>에서 오빠를 다그치는 영민한 소녀로 등장한 클로이 모레츠는 이후 공포 영화인 <렛 미 인> <캐리>같은 영화를 통해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의 강렬한 이미지를 이어나갔다. 개봉 예정인 영화 중에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 난쟁이>의 주인공 백설 공주 역 목소리 연기가 있으니 기대하시길.

엘리자베스 올슨(1989년생)은 쌍둥이 언니들(메리 케이트 올슨, 애슐리 올슨) 뒤를 이어 아역 배우 출신으로 성인이 되어서 더욱 주목받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코타 패닝과 함께 출연 한 <베리 굿 걸>,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칼렛 위치로 출연했다. 자매의 영향 아래서 데뷔해 점점 자기 자리를 확고히 다져나가는 배우가 또 있다.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1998년생)이다. 언니 다코타 패닝 덕분에 엘르 패닝은 세 살이 되던 해에 할리우드 시사회장의 레드 카펫을 밟았고, 영화 <아이 엠 샘>, TV 미니시리즈 <테이큰>에서 다코타 패닝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그야말로 언니의 후광으로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연기자 집안 출신으로 주목받은 배우도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출연한 다코타 존슨(1989년생)이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에 출연한 티피 헤드런과 배우 피터 그리피스가 그녀의 조부모에, <사랑의 용기>의 멜라니 그리피스와 <마이애미 바이스>의 돈 존슨이 그녀의 부모다. 릴리 로즈 뎁(1999년생)은 조니 뎁과 바네사 파라디의 딸이다. 샤넬 뮤즈로 주목받았고, 배우로는 이제 커리어를 시작하는 단계다.

브리 라슨(1989년생)은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근친상간, 납치와 감금이라는 충격적인 실화를 아이의 심리에 집중해 보여준 영화에서 브리 라슨의 침착한 연기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겜블러> <숏텀 12> <콩: 스컬 아일랜드>에 출연했으며, <유니콘 스토어>라는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 출연한 미아 바시코프스카(1989년생)와 <어벤져스> 시리즈에 최근 합류한 톰 홀랜드(1996년생)가 있다. 아홉 살 때부터 발레를 배운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피아노>에 나온 홀리 헌터의 연기를 보고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웠다.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 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 에어>등에 출연했다. 2019년에만 영화 세 편을 개봉한다. 톰 홀랜드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2010년 런던 웨스트엔드 5주년 기념 공연에서 빌리 역으로 무대에 섰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그의 얼굴을 보자 빌리 역의 제이미 벨이 떠올랐다”고.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 홈 커밍>부터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맡아 <어벤져스> 시리즈에도 합류했다. <어벤져스>시리즈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속편을 마지막으로 대대적인 출연진 세대교체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 소개된 배우들 역시 다양한 장르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아트하우스 영화까지 주인공으로 속속 낙점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배우들의 특징은 성 역할이 비교적 열려 있는 작품에 출연한다는 데 있다. 특히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1990년생 제니퍼 로렌스는 <헝거게임>과 <엑스맨> 시리즈를 통해 여성 액션 히어로로 주목받았다. <스타워즈>가 새로 3부작을 만들며 캐스팅한 데이지 리들리와 <킥 애스> 시리즈의 클로이 모레츠 역시 마찬가지다. 시얼샤 로넌과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일찌감치 영화제에서 낙점을 받은 연기 천재들이다. 세계 영화제 연기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른 이들의 활약에는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연출하는 감독들의 증가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에 출연해 큰 사랑을 받으며 이미 슈퍼스타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1995년생)와 <케빈에 대하여> <월플라워>에 출연한 에즈라 밀러(1992년생)도 빼놓을 수 없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북미 흥행에 힘입은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아콰피나(1989년생)는 <오션스 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로 얼굴을 알렸다.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다양한 플랫폼이 더 많은 젊은 배우들을 기다리고 있다. 유튜브 스타들의 영화 진출도 이루어질까, 아니면 그것은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의 몫일까.

    에디터
    조소현
    글쓴이
    이다혜(작가, 북 칼 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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