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연금술사 세르주 루텐과 알베르토 모리야스
희소가치를 과시하는 니치 향수는 언제 탄생한 걸까? 향의 연금술사 세르주 루텐과 알베르토 모리야스가 입을 열었다.
Vogue Korea 알다시피 뷰티 월드에 종사한다는 건 극도로 감각적 경험의 연속입니다. 최근 당신을 자극한 특별한 경험을 공유해줄래요?
Serge Lutens 감정은 지극히 사적인 동시에 은밀합니다. 보들레르는 이렇게 말했죠. “어린아이였을 때 난 모순된 두 감정을 느꼈다. 인생의 공포와 황홀함.” 꽃을 이해하려면 씨앗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추억은 시간이 정지한 시대로 재평가되어야 하죠. 전 늘 어린 시절을 회고합니다. 지나간 세월은 낭만적 소설이 아니기에 자기중심적 관념에서 벗어나게끔 이끌죠.
Vogue Korea 팔레 루아얄 매장은 매년 놀라울 정도로 매출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오프라인 판매율을 지키는 비결은 뭔가요?
Serge Lutens 디지털 세상은 그 어떤 때보다 가시적이고 물질적 가치를 요구해요.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술책 없이 주어진 상황에 맞춰갈 뿐입니다. 그럴듯한 비결은 없죠.
Vogue Korea 향수 시장의 주된 키워드는 여전히 ‘니치’입니다. 다른 니치 퍼퓸 브랜드와 비교해 세르주 루텐의 차별점은 뭔가요?
Serge Lutens ‘니치’라는 단어는 세르주 루텐 팔레 루아얄 매장을 오픈한 이래 재조명됐습니다. 이후 이 단어는 대부분의 퍼퓸 브랜드 마케팅 팀이 썼죠. 시그니처 퍼퓸, 프라이빗 라벨, 한정판 퍼퓸, 예외적 컬렉션 등 독특함을 묘사하는 용어로 현존하는 형용사가 소진될 때까지 끊임없이 언급했어요. 니치 향수에 대한 제 생각은 단순히 기억에 잔존하는 흔적을 끄집어낼 주도적 인물들을 위한 특별한 향기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Vogue Korea 지난 1월 말 팔레 루아얄과 생토노레 부티크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두 곳 모두 세르주 루텐의 상징 같더군요.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Serge Lutens 어린 시절 추억을 빼놓을 수 없어요. 이 주제에 대한 탐구는 끝이 없고 인생의 전부가 됐죠. 제가 ‘제단(Altar)’이라 부르는 카운터를 보면 신화에 나올 법한 신비로운 광경을 연상시킵니다. 이런 요소는 고객에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일상의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게 하죠. 팔레 루아얄과 생토노레 부티크 매장 모두 이런 공통분모를 지녀요.
Vogue Korea 신상 ‘레 조 드 뽈리떼쓰’는 어떤 계기로 탄생했나요?
Serge Lutens ‘미처 자각하지 못한 야행적 의식’에서 비롯됐어요. ‘레 조 드 뽈리떼쓰’ 라인의 기본 컨셉은 상쾌함, 순수함, 가벼움, 간결함과 접근 가능성입니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상쾌함’을 표현하기 위해 시트러스 노트를 쓰지만 저는 아르테미시아 식물과 소말리안 유향, 밀짚 같은 마른 재료를 포함한 최고급 재료의 아로마틱 노트를 강조했죠. 그 결과 조금 더 미묘한 느낌을 전합니다.
Vogue Korea 그 미묘한 느낌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요?
Serge Lutens 사람도 사물도 매일 같은 모습은 재미없잖아요. 적당한 ‘밀당’은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 조 드 뽈리떼쓰’를 이루는 향수 6종은 내면에 잠재된 의식을 자극하는 무언의 촉매제로 작용할 겁니다.
Vogue Korea 견고히 제작된 메이크업 라인은 하나의 예술품을 연상시킵니다. 딱 필요한 에센셜로 구성되어 있는데 확장 할 계획이 있나요?
Serge Lutens 절대! ‘네세세르 드 보떼’는 세르주 루텐의 얼굴과 같아요. 판매 목적이라기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에 가깝죠.
Vogue Korea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아름다움’은 뭐죠?
Serge Lutens 아름다움은 절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어요. 사랑도 마찬가지죠. 정의하려는 행위조차 신성모독처럼 느껴진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Vogue Korea 동의해요. 세르주 루텐이란 브랜드를 대표하는 여성상이 있나요?
Serge Lutens 그녀는 분명 제 안에 있어요. 매일 저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도, 모욕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유혹의 춤만 출 뿐,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죠.
Vogue Korea 한국을 방문한 적 있나요?
Serge Lutens 아뇨. 의외로 여행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아요. 태어나고 성장한 프랑스를 제외하고 친숙한 나라는 일본과 모로코가 전부입니다.
Vogue Korea 항상 바쁘게 보입니다. 쉴 땐 뭘 하나요?
Serge Lutens 누구보다 일을 즐겨요. 제게 일터는 놀이터이자 안식처죠. 일과 쉼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그래서 쉴 때 딱히 뭘 하진 않는 것 같아요.
Vogue Korea 파리 <보그>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도 일한 적 있어요. 잊지 못할 작업 혹은 특별한 에피소드를 공유해줄래요?
Serge Lutens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 매번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불려 다녔어요. “세르주, 빨리! 내일 소피아 로렌 촬영이야. 그런데 어쩌지? 목걸이가 없어. 빨리 뭔가 디자인해줘!” 메이크업뿐 아니라 헤어, 세트, 의상 등 모든 방면에서 예상 밖의 일을 요청받고 그럴 때마다 민첩하게 움직였어요. <보그>는 늘 비범하고 특이한 것을 찾아 헤맸죠.
Vogue Korea 영원히 그럴 겁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10년 뒤 당신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길 원하나요?
Serge Lutens 어쩌죠. 죽은 이후 삶에 대해선 어떠한 관심도 없는걸요.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SERGE LUT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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