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슈가맨, 양준일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10대를 90년대로 데려다놨습니다. 그들은 낯선 과거에서 가수 양준일을 만났습니다.
힙하디힙한 양준일은 곧 ‘탑골 GD’라는 별명을 얻었고, 어느새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죠. 예전에 그를 알았든 몰랐든 중요치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그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요.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3>에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이는 양준일입니다. 짧은 가수 활동 후 돌연 자취를 감췄고, 타지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무엇보다 시대를 앞서나간 힙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죠.
그가 다시 등장했을 때, 많은 이가 ‘진짜 슈가맨’이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랑받아 마땅할 예술인이 괄시를 당했으니, 지금의 인기는 그를 진작 알아보지 못한 대중의 미안한 마음도 투영되어 있죠.
“오빠는 연예인이 아니에요. 슈가맨이죠. 오빠를 내가 다시 못 봐도 좋아요. 나는 오빠의 삶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미국 식당에서 서버로 일하던 양준일의 마음을 움직인 건 팬의 한마디였습니다. 덕분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양준일은 ‘시간 여행자’로 불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죠.
그는 갑자기 얻게 된 인기에 절대 자만하지 않습니다. JTBC <특집 슈가맨, 양준일 91.19>에 출연한 그는 시종일관 주변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 내가 잃지 않겠다고… 변하지 않겠다고… 팬분들과 대한민국을 감히 감싸고 싶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양준일은 시대를 앞서간 가수로도 유명하지만, 많은 이의 마음을 울리는 언어의 연금술사로도 불립니다.
“내 인생은 하루가 별다를 게 없는 재방송이었는데… 이제는 하루가 흘러가는 생방송이 됐어요.”
“나는 이미 시들어버린 꽃인데… 그런 시든 꽃에 여러분들이 물을 자꾸 주셔서 살아나는 것 같아요.”
“팬들은 파도 같은 사랑으로 저를 쳐서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어요.”
이제 팬들은 시대를 앞선 양준일의 힙한 능력을 넘어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을 바라보며 응원합니다.
여전히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에 어리둥절해하고, 고마움에 어쩔 줄 모르는 전설의 슈가맨을.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
- 리베카세탁소 @rebecca_laun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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