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의 고백
가수 장재인이 오랜 시간 홀로 품어온 이야기를 풀어놨습니다. 시간의 겹으로 단단하게 다져놓았던 그녀의 마음에 조금이지만 여유가 생긴 걸까요?
장재인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긴 글을 올리고 과거 일을 언급했습니다. “감사하다. 앨범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는 문장으로 써 내려간 그녀의 고백은 많은 이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장재인은 글에서 자신이 겪은 ‘사건’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녀가 말한 “그 이후 1년이 지나, 19세에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저에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제 또래의 남자분이었다”는 설명과 앞뒤 문맥으로 네티즌들은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었죠. 10대 시절, 그녀는 성폭력을 겪었던 겁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하여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였어요. 한겨울 길을 지나가는 저를 보고, 저 사람에게 그리해오면 너를 괴롭히지 않겠다 약속했나 보더라고요. 이 사실이 듣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렇게 그 아이 역시 피해자라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내가 겪은 건 뭐지? 라는 생각이 가장 가슴 무너지는 일이었어요.”
장재인은 그 사건 이후 17세에 첫 발작이 시작됐으며, 18세에 극심한 불안증과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과 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녀는 “좋은 생각만 하고 싶어도, 열심히 살고 싶어도 마음 자체가 병들면, 자꾸만 무너졌다”고 토로했죠.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그 사건’ 이후, 장재인은 병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행복이란 단어를 내려놓았고, 낮은 자존감에 묶일 수밖에 없는 삶을 지나온 걸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간 꾸준히 약을 복용했더니 호전됐다고도 밝혔습니다.
“이젠 조금 어른이 되어 그런 것의 분별력이 생겼습니다만, 돌아보고 넓게 보면 그때 ‘이 일이 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보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거예요.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어요. 혹시나 혹시나 아직 두 발 붙이며 노래하는 제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합니다.”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한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그녀. 최근 한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왔습니다.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
- @jangjan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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