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꾸레주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디 펠리체는 누구?

2021.03.05

by 송보라

    꾸레주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디 펠리체는 누구?

    이번 2021 F/W 파리 패션 위크에서 꾸레주의 새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가 데뷔 컬렉션을 발표합니다.

    만약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집이 삶을 위한 기계라면, 앙드레 꾸레주가 디자인한 의상은 활동을 위한 기계입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후계자 꾸레주는 허리를 졸라맸던 이전의 패션에서 신체를 해방시키는 옷을 디자인했습니다. 브라 없이 입을 수 있는 어깨끈이 달린 드레스, 쓸모없는 다트를 없앤 의상, 길이가 허벅지에서 잘린 스커트, 그 유명한 고고 부츠까지요. 꾸레주의 미래적인 디자인은 재키 케네디(Jackie Kennedy)와 리 라지윌(Lee Radziwill), 로레알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Liliane Bettencourt), 싱어송라이터 프랑수아즈 아르디(Françoise Hardy) 같은 당시 젯셋족에게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꾸레주가 자신의 패션 레이블을 설립한 지 60년이 지난 지금, 니콜라 디 펠리체가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는 발렌시아가와 루이 비통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함께 일하면서, 주니어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성장했지요. 그 사이에는 디올에서 라프 시몬스와 잠깐 일하기도 했답니다. 2015년경 재론칭한 이후로 디렉터직은 코페르니의 아르노 바양과 세바스티앙 메예르 듀오에서 욜란다 조벨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디 펠리체가 다시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2021 F/W 컬렉션에 대해 “꾸레주 아틀리에와 아카이브에 대한 오마주지만 조금 더 벨기에스러운 컬렉션이 될 겁니다. 마치 브뤼셀의 클럽을 파리 6구로 옮긴 것처럼요”라고 표현했습니다.

    3월 3일, 그가 꾸레주 데뷔 컬렉션을 발표했는데요. 그 전에 37세의 꾸레주 아티스틱 디렉터를 줌으로 인터뷰했습니다.

    패션 도시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성장했습니다. 

    “벨기에의 샤를루아 근처 출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도시로 알려진 곳이죠.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요. 탄광업과 철강 산업 위주로 발달했습니다. 할아버지도 탄광에서 일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이곳으로 이주하셨어요. 그래서 치열하고, 탈공업화된 곳이었죠. 바람이 불면 건물이 석탄가루로 뒤덮이곤 해서 ‘검은 땅’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시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음악 때문에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들었어요.

    “패션을 보는 창이 MTV였거든요. 여러 밴드가 각기 자신의 음악과 어울리는 패션을 고수했죠. 물론 옷으로 그들의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했고요. TV에서 댄스 음악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벨지안 뉴 비트 무브먼트가 최고조에 이른 시기라서 컨페티(Confetti’s), 스피디제이(Speedy J), 엘에이 스타일(L.A. Style)을 즐겨 들었고 누나는 더 도어스(The Doors), 너바나(Nirvana), 콘(Korn) 같은 록과 메탈 음악에 빠졌죠. 지금 생각해도 좀 별났던 것 같아요. 밴드 포스터로 가득한 벨기에 시골집 벽이라니!”

    음악도 잠깐 했다죠?         

    “열두 살 때 일렉트로닉 뮤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버지를 졸라서 소프트웨어를 빌렸어요. 스물세 살 때 파리로 가기 전까지, 테크노와 댄스 음악에 완전히 빠져 있었어요. 방과 후에는 줄곧 음악을 만들었죠.”

    벨기에의 라 캉브르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공부한 후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일하기 시작했죠.

    “매 시즌 니콜라와 함께 방대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예술가부터 가구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문화적 레퍼런스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배운 한 가지를 고른다면 정확성일 겁니다. 그 쇼피스를 아직까지 기억해요.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해서 마치 포토샵으로 작업한 것 같았죠.”

    꾸레주로 오기 위해 2019년 12월에 루이 비통을 관두고 미국으로 로드 트립을 다녀왔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와 여행했어요. 단둘이 떠난 건 처음이었죠. 보통은 내 남자 친구와 그 친구의 여자 친구까지 다 함께 가곤 했거든요. 짐 자무쉬의 영화 같은 경험이었어요. 뉴올리언스, 텍사스를 거쳐 머티리얼 아트 페어에 참석하러 간 멕시코에서 여정을 마쳤습니다. 운이 좋았어요. 파리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봉쇄령이 내려졌거든요.”

    아티스틱 디렉터가 될 욕심은 없었다던데요.  

    “일을 즐기는 건 좋지만, 삶의 목표가 일과 연관된 건 아니거든요. 목표는 행복하고 선한 사람이 되는 거고, 언젠가 아이를 가지는 겁니다.”

    하지만 꾸레주와 정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내가 디렉터직을 맡을 수 있는 패션 하우스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앙드레는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했습니다.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에까지 심미적인 바이브를 느낄 수 있죠. 그저 예쁜 드레스가 아니라 항상 감동을 줍니다. 꾸레주는 곧장 주제로 향합니다. 형태, 기하학, 원단, 심플하죠. 내 삶도 단순한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디 펠리체의 꾸레주는 가격대가 기존보다 낮아질 수도 있을까요?

    “저의 첫 목표는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거예요. 그들에게 너무 비싼 옷을 파는 건 말이 안 되죠. 우리는 바이오 기반의 재활용 폴리우레탄을 70%까지 늘린 새로운 친환경 비닐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이 원단은 원래 1970년대에 꾸레주가 개발한 소재죠. 비닐 재킷 가격대도 1,000유로에서 750유로대로 낮췄습니다.”

    시즌에 좌우되는 옷이 아니라 생활을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 꾸레주를 꿈꾼다고 했습니다.

    “꾸레주는 매 시즌 바뀌지 않았어요. 어떤 건 그대로 남아 있었죠. 많은 사람이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꾸레주 옷을 물려받아 입습니다. 몇 번 입다 버리는 옷이 되지 않는 게 친환경 패션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친환경적인 척하거나 컬렉션에 ‘에코’라고 이름 붙이는 건 제 방식이 아닙니다. 이제 2021년이고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새로운 옷을 만들고 있지만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꾸레주 크루를 꾸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2021 F/W 컬렉션을 위해서 새로운 얼굴을 많이 캐스팅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계속 함께하려고요. 가족과 친구에 대한 의리를 중요시하는 편이거든요. 대학교 때부터 친했던 건축가 친구 베르나르 뒤부아(Bernard Dubois)에게 프랑수아 거리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을 맡겼어요. 이달에 오픈할 파리의 두 번째 매장도 그 친구와 작업 중입니다. 바닥, 천장, 벽 전부 흰색 벨벳 같은 원단으로 덮을 거예요. 은색 거울처럼 보여서 진짜 클럽 분위기가 나거든요.”

      에디터
      송보라
      Liam Fre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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