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꾸뛰르 나라
팬데믹 이후 패션은 오뜨 꾸뛰르와 함께 다시 시작됐다. 파리 오뜨 꾸뛰르 기간 중엔 알라이아를 위한 피터 뮐리에의 신고식, 발렌시아가를 위해 53년 만에 다시 꾸뛰르를 부활시킨 뎀나 바잘리아의 데뷔전, 치토세 아베와 장 폴 고티에의 협업까지 모두 오프라인 쇼로 복귀해 패션이 지닌 판타지를 지상에 전파했다. 그리고 여기 두 하우스 덕분에 패션과 꾸뛰르는 더욱 건재하다. <보그>의 저명한 패션 저널리스트 해미시 보울스와 사라 무어가 샤넬과 디올 꾸뛰르를 품평한다.
Bride to Be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가 2021 F/W 오뜨 꾸뛰르를 구상할 때 영감을 준 사진이 몇 장이 있다. 바로 1930년대에 일시적으로 대유행한 19세기풍 무도회용 허리 장식 버슬과 치마를 불룩하게 보이려고 안에 입던 버팀대 크리놀린을 입은 장난기 넘치는 모더니스트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었다. 그 위협적인 시대에, 그런 무도회는 일종의 도피처였을 수 있다. 하지만 비아르의 온화한 낭만주의는 낙관주의를 시사한다. 지금 우리는 팬데믹 이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중이고 파리 꾸뛰르 위크가 소란스러운 저녁 식사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펼쳐지지 않았나.
파리 캉봉가에 위치한 샤넬 스튜디오에서 열린 컬렉션 프리뷰에서 비아르는 여성 아티스트 두 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많은 찬사를 받았던 인상파 화가이자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동생과 결혼한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와 젊은 코코 샤넬의 초상화를 비롯해 섬세하게 채색한 작품을 탄생시킨 재즈 시대 파리 문화의 핵심 인물이었던 입체파 화가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이 바로 그들이다. 오뜨 꾸뛰르의 성공은 세부적인 것에 달려 있다. 그래서 색을 입힌 작은 라인스톤 모자이크로 정교하게 만든 단추는 아티스트의 색감이나 모네의 ‘수련’을 흉내 낸다. 한편 깃털을 꽂아 만든 꽃이 샤넬 공방 중 하나인 메종 미셸(Maison Michel)에서 제작한 펠트 모자의 뻣뻣한 가장자리 아래에서 피어났다.
이 화가적 영감은 가벼운 감촉이 특징인 이 컬렉션에 다 모여 있다. 비아르는 공방 르사주(Lesage), 세실 앙리(Cécile Henri), 아틀리에 에마뉘엘 베르누(Atelier Emmanuelle Vernoux), 아틀리에 몽텍스(Atelier Montex)를 비롯한 파리의 뛰어난 자수 공방과 깃털, 플라워 공방 메종 르마리에(Maison Lemarié)의 뛰어난 작품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거장들은 장미꽃 정원이나 달리아 꽃잎 가장자리를 연상시키는 작은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물감을 두껍게 칠한 채색 기법인 인상주의 스타일 임파스토, 반 고흐 스타일 또는 섬세한 점묘법의 조르주 쇠라 스타일을 현명하게 응용했다. 르마리에의 가드니아(치자나무)로 뒤덮인 카디건 재킷(21번 룩)은 비아르가 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리뷰에서 밝힌 대로 전문가가 2,000시간에 걸쳐 수작업으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아름다운 만큼 튤과 시폰에 수놓은 엉겅퀴처럼 가볍다.
그런 가볍고 쾌활한 정신은 비아르가 다채로운 색상의 튤과 리본으로 짠 트위드로 만든 불룩한 부팡 스커트나 매끄러운 수트를 페일 핑크의 영국풍 자수 또는 하얗고 고운 레이스 뷔스티에 드레스와 그녀가 ‘살짝 섹시한 옷’이라 부르는 란제리처럼 가벼운 시폰과 레이스로 된 캐미솔과 7부 속바지를 결합한 독특한 방식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그런가 하면 장식용 반짝이 조각으로 만든 머플러와 헤어 스타일리스트 다미앵 브와시노(Damien Boissinot)가 땋아 연출한 모히칸 스타일, 여기에 함께 스타일링한 세 가지 크림색 팬츠 수트는 버지니 비아르의 록 스타일 분위기를 살짝 풍긴다.
주목할 만한 전시 <가브리엘 샤넬: 패션 매니페스토(Gabrielle Chanel: Fashion Manifesto)>가 열리는 팔레 갈리에라 패션 박물관 갤러리의 백스테이지에 모델들이 줄지어 서자, 수작업으로 탄생한 버지니 비아르의 작품이 아름다움으로 넘치던 1920~1930년대에 탄생한 코코 샤넬 오리지널 작품과 소통하는 듯했다. / Hamish Bowles 패션 저널리스트
Threads of Life
디올의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의 크리스챤 디올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손으로 수놓은 거대한 파노라마 풍경을 배경으로 베일을 벗었다. 그녀는 꾸뛰르와 컬렉션에 쓰이는 재료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 의존성을 옹호하는 것과 관련한 감성적 부응을 컬렉션에 담아내고 있었다. 무관중 쇼로 세 시즌을 보낸 후 처음으로 관객과 만난 그녀는 놀라운 핸드메이드 텍스타일의 촉감과 그것을 제작하는 전문가에 대한 인식을 통해 ‘동참’을 다시 이어가고 싶어 했다. 좀처럼 전면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이 전문가들이 패션계에 없었다면 오뜨 꾸뛰르는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가 수공예로 짠 트위드, 자수공과 실크 제작 전문가가 작업한 스티치를 찬양하는 것은 오뜨 꾸뛰르가 팬데믹 이후 경제 재건에 큰 도움을 줄 거라는 예견 때문이다. 이는 크리스챤 디올이 1950년대 전후(Post-war) 패션 소비의 폭발에서 보여준 역할과 같다. “이번 쇼와 관련한 작업에 동참한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놀라운 에너지를 지닌 듯하더군요.” 키우리가 말했다. 작업 분위기와 공동의 목적의식, 심지어 마감 시간을 앞두고 열심히 작업하는 즐거움은 팬데믹 기간 디올 캠페인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뭔가를 만들어내려고 애쓰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계속 그녀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피곤하지만 행복해요!”
우리가 다시 발을 내디딜 세상에서 패션은 어떤 모습일까? 키우리는 데이웨어에 주로 집중함으로써 그 엄청난 질문에 답했다. 이런 재료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엮이는지 몰랐다면, 그레이 트위드나 카멜 캐시미어로 만든 전신 실루엣이 지난 1년 반 동안 사람들이 가진 자연 속 긴 산책에 대한 지속적인 울림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플랫 하이킹 부츠나 우븐 망사 슬리퍼를 신은 모델들이 프랑스 현대 화가 에바 조스팽(Eva Jospin)이 기획하고 ‘인도와의 연대감으로’ 탄생한 개념적 풍경 벽화를 지나가며 워킹을 선보였다.
지난 몇 년간 크리스챤 디올이 젊은 여성의 트레이닝을 지원하도록 독려해온 인도 자수 학교가 그 벽화의 스티치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만들었다. 조스팽에 따르면 이탈리아 콜론나 궁전(Palazzo Colonna) 인도 자수실(Indian Embroidery Room)의 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어찌 된 일인지, 이 컬렉션의 모든 길은 다시 로마로 이어졌다. 우연히도, 로마는 키우리가 펜디와 발렌티노에서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패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세세한 것을 모두 처음 배운 도시다.
이번 컬렉션 속 요정 같은 플루(Flou) 드레스의 대조적인 섬세함은 키우리의 낭만주의가 지닌 개인적인 이탈리아다운 면을 떠올리는 듯했다. 반투명에, 주름지고, 섬세한 곡선이 잡힌 일부 작품은 비단 가닥을 손으로 직접 짜서 만든 것이다. ‘바구니처럼’ 코르셋을 손으로 일일이 짠 것이다.
키우리가 이 컬렉션에 담은 우아한 아름다움은 비주얼 효과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은유적인 것입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팬데믹 기간에 텍스타일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공급업체가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타격을 받는 것을 목격했고, 결혼식과 파티, 행사 의상 취소로 사람들의 생계가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직접 보았다. “저는 그런 것에 정말 민감하죠. 그런 일은 늘 제 삶과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모든 사람이 패션계에 가한 공격은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다고 느꼈어요.”
굉장히 매력적인 패치 코트, 겨울 결혼식과 특별한 날에 입을 만한 작품으로 가득한 오뜨 꾸뛰르의 부활을 경기 부양 종합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키우리는 페미니스트 의식, 실용적인 노하우, 연구 분석 등을 통해 오뜨 꾸뛰르가 그런 역할을 하리라 내다보는 것이다. 그녀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실타래가 흐트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그 실을 잘 엮어내는 것이 그녀의 역할일 것이다. / Sarah Mower 패션 저널리스트 (VK)
- 글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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