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아페쎄 DNA를 담은 골프웨어

2022.04.08

by 김다혜

    아페쎄 DNA를 담은 골프웨어

    아페쎄 창립자 장 투이투(Jean Touitou)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만 고집한다. 자유롭고 쿨한 골프웨어 아페쎄 골프(A.P.C. Golf) 역시 그의 남다른 골프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아페쎄에서 선보이는 첫 번째 스포츠 라인입니다. 특별히 골프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아홉 살 때부터 골프를 쳤고, 골프가 음악만큼이나 제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골프 없이는 살 수 없어요. 골프 가방과 기타가 어우러진 로고 디자인도 같은 맥락이죠. 둘 사이에 특별한 연관성은 없어요. 그냥 제가 정말 좋아하는 두 가지를 조합한 겁니다.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이 골프와 음악이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음악을 들으면서 골프를 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골프는 집중해서 쳐야 하니까요. 너바나 음악과 골프를 동시에 즐길 수는 없어요.

    아버지의 골프 가방에서 아페쎄 골프가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요?
    그 낡은 골프 가방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거라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죠. 제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북아프리카 튀니스(Tunis)에서 스코틀랜드 은행가와 골프를 치러 가셨다가 그의 가방을 사셨어요. 당시 영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환심을 사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가죽으로 만든 1920년대 골프 가방인데, 지금은 제 레코딩 스튜디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피아노와 아버지의 골프 가방은 부모님을 상징하는 존재예요.

    아페쎄 골프의 가장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는 모두가 프로 골퍼처럼 보이게끔 고민합니다.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요. 프로의 게임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니까요. 일반 골퍼를 전문가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시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좀 더 품위 있고 섹시하게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운동을 위한 옷을 입되, 시크한 아웃핏이 있어야 합니다. 그 어떤 스포츠도 마찬가지예요.

    기존 아페쎄 의상과 달리 골프웨어를 전개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골프웨어는 테크니컬 원단을 사용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패션과는 또 다른 부분이죠. 땀을 흘리거나 강한 비바람을 맞아도 괜찮은 소재가 필요해요. 운동을 더 편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골프웨어를 입는 순간 패션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흰 티셔츠를 입는 순간 패션이 시작돼요. 모든 것이 패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파리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론칭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가 골프를 하나의 스포츠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즐긴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골프를 일반적인 삶과 동떨어진 행위가 아니라 언제든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것, 즉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좋았어요. 한국에서 골프웨어를 선보여도 되겠다고 결정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이 아페쎄 골프를 착용하길 바라며 디자인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껏 특정 인물이나 시장을 겨냥한 적은 없습니다.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아요. 기성세대 중 누군가가 원할 수도 있고,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죠. 그게 바로 예술과 패션이 만들어내는 마술입니다. 저는 단지 사람들이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비율에 매력을 느끼고 끌리기를 바랄 뿐이에요.

    아페쎄 골프는 지금까지 아페쎄가 보여준 이미지와 닮았습니다. 클래식하면서도 쿨하고 자유분방하죠.
    아페쎄 골프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패션과 스포츠를 두고 너무 진지해지지 말자는 겁니다. 이번 브랜드 슬로건인 ‘I believe we got a shot(우리에겐 승산이 있다고 나는 믿어)’이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골프를 치다 보면 성공할 수 없는 상황의 샷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그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어요. 골프웨어는 운동복이자 패션입니다. 즐기는 거죠. 골프든 패션이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캠페인 영상에서 모델들에게 스윙을 가르쳐주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음식과 관련된 겁니다. 제가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게임 전에는 고기를 먹지 않길 권하고 싶네요. 고기를 소화시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쓰게 됩니다. 소화에 관한 이야기가 그리 섹시하진 않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골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는 몸을 쓰는 법입니다. 힙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캠페인 영상을 주의 깊게 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잘 보여주려고 꽤 노력했거든요. 약간 차차차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팔은 프랑스 사람들이 요리한 스파게티 같다고 상상해보세요. 충분히 익힌 스파게티라 딱딱하지 않죠. 팔에 힘을 잔뜩 준다고 더 강한 샷이 나오는 게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어요.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고 나면, 골프 치러 가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튀니스에서 골프 치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골프를 시작한 곳이기도 하고, 날씨가 덥기 때문이죠. 제 성향이겠지만, 엄청 더운 날 점수가 훨씬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아무도 모르는 사실인데, 튀니스에 있는 골프 코스에는 기원전 로마 유적이 있어서 마치 여행을 하는 것 같거든요. 팬데믹이 끝나면 꼭 갈 겁니다. 또 다른 장소는 스코틀랜드입니다. 솔직히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부는 데다, 음식도 저랑 맞지 않아요. 그럼에도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이 만들어낸 코스의 아름다움은 정말 경이롭죠.

    코로나19 시작과 함께 아페쎄 런웨이 쇼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패션쇼를 만날 기회가 있을까요?
    아직은 런웨이 쇼에 대한 정확한 계획은 없습니다. 사실 지금처럼 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에 쇼를 하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패션쇼가 그립기는 해요. 런웨이 쇼에 사용할 음악을 고르는 것도 행복하고, 패션쇼가 주는 그 긴장감도 정말 좋죠. 아마도 일부는 올해 런웨이 쇼를 통해 소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늘날 패션계는 많은 변화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다양성, 지속 가능성과 같은 긍정적인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기쁘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물론 많은 이들이 다양성 확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작은 변화도 일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런웨이 쇼에는 마른 소녀들이 대부분이에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루 종일 물과 마른 과일밖에 먹지 못하고 결국 건강까지 해치게 되니까요. 지속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크롬 태닝이 된 가죽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크롬 태닝은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시켜요. 그래서 우리는 베지터블 태닝을 적용한 가죽을 사용하죠. 베지터블 태닝은 나무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진행됩니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바이오 코튼과 일반 코튼의 가격이 동일하다는 사실입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을 보호하는 대신 생산량이 적어서 훨씬 좋은 가격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이런 불합리한 일들을 더 살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지터블 태닝 가죽을 사용하는 것처럼 아페쎄의 지속 가능한 행보가 궁금합니다.
    하루는 지난 35년 동안 얼마나 많은 물을 절약했는지 계산해봤습니다. 미시건 호수만큼이나 어마어마했죠. 아페쎄 청바지는 워싱 작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을 아끼고 있거든요. 다만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영어로는 “Do, but don’t tell”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좋은 일을 하되, 그것을 알리지는 말라는 뜻이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좀 더 널리 알리라고 조언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이렇게만 말하고 싶어요.

    4년 전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아페쎄의 규모를 더 키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작업을 계속하면서 패션계에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골프 라인처럼 새롭게 구상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개성 있는 브랜드 혹은 배우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우 흥분되는 프로젝트죠. 잘 모르는 분야에 뛰어들거나 모든 것을 다루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편입니다. 또 새로운 라인을 확장하게 된다면,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적기가 찾아왔을 때 추진하겠죠. 다양한 분야, 많은 기회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에디터
    김다혜
    포토
     COURTES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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