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과 순간에 대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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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과 순간에 대한 노래

2022-06-27T17:12:23+00:00 2022.06.27|

헤이즈는 정규 2집에서 ‘시간과 순간’을 노래한다. 모든 순간이 최선의 시였다.

실크 드레이프 드레스는 스포트막스(Sportmax), 크리스털 초커는 쇼 주얼리(Scho Jewelry).

깃털 장식 드레스는 언더커버(Undercover), 검은색 슬링백 힐은 프라다(Prada), 가죽 스트랩 팔찌는 디올(Dior).

 

스트라이프 홀터넥 톱은 기준(Kijun), 바지는 구찌(Gucci), 가죽 스트랩 팔찌는 디올(Dior).

얼굴을 덮는 크리스털 그물 헤드피스는 큐 밀리너리(Q Millinery).

뮤지션들이 축제 무대에 서느라 바쁘더군요.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려니 두려웠어요. 실수할 것 같았죠. 막상 관객을 보니 서로 얼마나 기다렸는지 느껴졌어요. 사랑이 넘치는 무대였죠.

지난 2년간 공연이 줄면서 창작에 매진했다는 뮤지션이 많아요.

저도 드디어 정규 2집이 나와요. 원 없이 작업하고 버릴 거 버리고 넣을 거 넣다 보니 앨범이 뚝딱 완성됐어요.

2집은 무엇을 얘기하나요?

‘시간과 순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 다시 볼 수 없는 이 순간, 내일이면 없어지는 오늘.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살기에 평범한 오늘도 돌이켜보면 그리울 수 있어요. 그러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10개 트랙 모두 그런 이야기예요.

시간을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주변에서 걱정할 만큼 몸이 안 좋아지면서 시간과 순간을 생각했어요. 이전에도 ‘앞으로 몇 개의 앨범이 남아 있을까, 뮤직비디오는 몇 번이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이번에 더 깊이 들어갔어요. 모든 게 오늘의 나, 내일의 나가 되지만 그 현상은 없었던 일이 되잖아요. 그 생각을 하던 차에 타이틀곡 ‘없었던 일’이란 제목이 떠올랐고 곡을 만들었죠.

“첫 문장이 떠올라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김영하 소설가의 말이 기억나네요.

저도 그런 편이에요. 노래를 쓰기 전에 문장 혹은 제목이 떠올라야 수월해지죠.

멜로디보다 언어 키워드가 앞서는군요. 그 때문인지 헤이즈의 섬세한 가사를 좋아하는 이가 많아요.

어릴 때부터 마음을 글로 표현하곤 했어요. 일을 하면서 어휘 선택이나 문장 구성에 더 예민해졌고요. 세상에 수많은 곡이 있지만 사랑, 이별 같은 소재는 한계가 있잖아요. 같은 소재를 다르게 풀어내고 싶어요. 작업할 때 네이버 국어사전도 애용해요. 이 단어는 어떤 글자의 조합인지, 유의어는 무엇인지 살피죠.

작사 감각을 키우려고 시를 읽기도 하더군요.

1~2년 전까지는 남의 문장을 따라 할까 봐 일부러 거리를 뒀어요. 이제는 아름다운 글을 흡수해서 내 식대로 풀어내면 된다고 여겨서 책을 가까이해요. 작업실, 집, 일터만 오가는 단순한 생활로 점점 부족해지는 경험을 책이 채워주죠. 김은지 시인의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를 보는 중이에요. 시를 읽으면 사람, 사랑, 순간을 생각하게 돼요. 노래도 시처럼 대신 울어주고 위로하죠.

작사를 위해 메모를 자주 한다고 들었어요.
최근에 적은 글은 뭔가요?

(휴대폰을 보며) 제목이 다툼이에요. “이 다툼이 의미가 있는 지금이…” 사랑하기에 다툼도 하고 의미가 있지, 소중하지 않은 사람과 싸우겠나 싶었어요. 다음 메모는 아침 7시 35분에 적었네요. “어떨 땐 꿈속에서의 시간이 너무 길어.” 잠결에 이 글귀를 잊을까 봐 얼른 메모장을 켰어요.

가사가 거의 경험담이죠. 사적인 부분이 드러나서 두렵진 않아요?

어떨 땐 일기장을 들킨 것처럼 민망해요. 제가 대중적인 연예인이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예요. 데뷔 전부터 삶을 음악으로 풀어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어요. “너무 내 얘기 같아요” “어제 이별하고 언니 노래 듣는데 울고 다 토해냈어요”라는 반응 덕분에 지금까지 노래할 수 있어요. 내 감정 표현이 누군가에게 가닿다니 기적이에요.

2014년에 데뷔 앨범을 냈어요. 그 시작은 타인과의 공감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겠죠?

꿈이 가수였던 사람이 아니라 그저 힙합이 좋았어요. 비트 위에 노래를 쓰고 불러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싱어송라이터는 이별할 때도 ‘이 감정을 곡에 써야겠다’며 슬프지만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는데 본인도 그런가요?

‘작사가’라는 노래에 그 내용을 담았어요. 네가 원하지 않을지 모르고 참 이거 잔인한 거 같은데 나는 너와의 얘기를 써야 한다고. 상대방이 이 노래가 자기 얘기란 걸 알면 괴롭겠다며 죄책감을 갖기도 했어요.

노래로 들리는 순간, 그 특정인은 불특정 대명사가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노래를 듣는 이들 각자가 떠올리는 다른 인물이 되죠.

이번 앨범에서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요?

저만 해도 끝까지 견딜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시기였어요. 하지만 순간은 지나가고 그 순간이 더 나은 나를 만들기도 하죠.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거나 내가 사라질 수 있으니 순간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해요. 저도 순간에 갇혀서, 감정에 매몰되어 많이 놓쳤거든요. 이런 마음이 전해졌으면 해요.

앨범 작업할 때 다른 가수의 노래는 듣지 않는다죠. 문장을 따라 할까 봐 책을 멀리한 시절도 있다고 했고요. 창작자라 강박을 가질 수밖에 없겠어요.

이번 앨범 만들 때도 제가 좋아하는 가수와 감성의 음악은 멀리했어요. 가사뿐 아니라 악기, 소스 등에 영향을 받고, 나도 모르게 내재돼 노래로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정해진 음계로 계속 새로운 노래가 나온다니 신기해요.

맞아요. 이미 너무 훌륭한 곡이 존재하는데 내 것을 하려니 힘들어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달라지기에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죠.

이 시대에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죠.

이별에 대한 태도도 그때와 지금이 다르죠. 현재를 사는 자만 풀어낼 수 있는 것을 연구해요.

‘가요계의 하루키’라 할 만큼 매일 작업하죠.

뭐가 나오든 안 나오든 작업실로 출근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요. 가사나 멜로디나 하루라도 작업을 안 하면 감을 잃을 것 같아서요. 이전부터 노래 발표는 6개월을 넘기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새 앨범을 발표한 지금도 이미 다음 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른 취미도 없고요.

음악 말고는 유희로 즐기는 분야는 없나요?

건강 때문에 운동을 하긴 하는데, 사실 음악 외에는 시간을 들이기 아까워요. 피부 관리도 오래 누워 있어야 해서 잘 안 받아요. 피부과 차트에 “헤이즈는 오래 누워 있는 거 싫어함”이라고 써 있어요(웃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줄 알았어요.

오늘도 어제 입은 옷 그대로예요. 반년에 한 번, 날씨가 달라질 때나 살까요. 최근 사치라면 음악 작업할 때 좋을 거 같아서 만달라키 조명을 샀어요.

음악 외에는 무던하군요.

정말 그래요. 작업할 때만 까다롭죠.

데뷔 전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생활했죠. 한겨울에 집까지 울면서 걸어가기도 했다고요.

새벽 2시에 족발집 일이 끝나면 낙성대에서 서울대 근처 고시촌까지 걸어갔어요. 시급보다 비싼 택시를 탈 순 없었죠. 제대로 사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춥고 배고팠어요. 집에는 음악 잘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는데 실상은 달라서 회의감이 밀려왔죠.

그 시절이 무엇을 남겼나요?

아무리 힘들어도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서 음반까지 발매했어요. 반응이 없어서 짐 싸서 고향에 내려가려는데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 제안이 들어왔죠. 열심히 살았기에 기회가 온 게 아닐까요. 매사에 정성을 다하면 기운이 모여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어요.

어떤 성격이 지금의 성공을 이뤘을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답을 들었네요.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열심히 하고 내 공간이 아니라도 깨끗이 정리해요. 그런 태도가 남아서 저나 주변에 좋은 영향으로 돌아오지 않나 싶어요.

최근엔 <우리들의 블루스> OST ‘마지막 너의 인사’를 불렀죠.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인데
어떤 캐릭터가 가장 와닿았나요?

마을 주민들이 영옥(한지민)에게 거짓말한다고 하잖아요. 영옥은 물어보지 않아서 답하지 않았을 뿐인데요. 누구나 사연이 있고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을 뿐인데, 사람들은 의심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죠. 마음이 아팠어요.

헤이즈도 어쩔 수 없이 오해를 받았겠죠. 나서서 해명하는 편도 아닐 거 같고요.

‘각’을 보는 듯해요. 이 사람에게는 말해야겠다 싶으면 하지만,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땐 그냥 넘어가요. 그렇게 보였나 보다, 진실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 제 직업 관련해서도 그렇고 학교나 직장, 아주 작은 모임에서도 오해가 생기고 헛소문이 돌잖아요. 하나하나 신경 쓰면 힘드니까 ‘내가 떳떳하면 됐지’ 하며 넘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8년 동안 활동하며 얻은 나름의 결론이군요.

데뷔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오른손 쪽에 ‘Patience’라고 타투를 한 이유도, 휴대폰을 볼 때마다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예요. 물론 사랑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고요.

계절을 많이 타죠. 가을을 가장 좋아하지만, 올여름은 어떻게 보낼 건가요?

이번 여름은 최초로 즐기고 싶어요. 물론 음악 작업은 계속 하겠지만, 가족 여행도 가고 휴양을 해보려고요.

최초로요?

데뷔 이후 한 번도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거든요. 다들 제발 좀 쉬라고 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죠. 그런 의미에서 첫 여름이 될 거예요. (VK)

옷핀 장식이 돋보이는 흰색 드레스는 펜디(Fendi), 스트랩 힐은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크리스털 귀고리는 쇼 주얼리(Scho Jewel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