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부쉐론의 하이 주얼리 원더랜드

2022.08.24

by 김다혜

    부쉐론의 하이 주얼리 원더랜드

    클레어 슈완이 이끄는 하이 주얼리의 세계에 한계는 없다.

    하이 주얼리의 세계는 황홀하고 아름답지만, 한없이 고요하기도 하다. 딱히 유행이랄 게 없기도 하고, 원석의 크기나 희소성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연 주얼리는 ‘값비싼 보석이 박힌 장신구’ 그 이상이 될 수 있을까? 클레어 슈완(Claire Choisne)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인다. 2011년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을 추구해왔다. 부쉐론의 전통은 따르되 특이한 재료의 조합을 탐구하며, 새로운 주얼리 착용 방법을 고안해낸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이다.

    부쉐론 역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색색의 컬러 스톤을 적용한 ‘쎄뻥 보헴’, 다양하게 변주되는 ‘콰트로’, 세 번째 주얼리 아이콘으로 부상한 ‘잭 드 부쉐론’에 이르기까지, 한층 젊고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을 추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매년 두 가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아카이브의 훌륭한 작품을 비롯해 부쉐론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이스뚜아 드 스타일(Histoire de Style)’ 컬렉션과 프랑스어로 ‘창작의 자유’를 뜻하는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컬렉션이다. 혁신과 창의성에 집중하는 클레어의 작업 방식은 부쉐론 주얼리 제작의 한계와 장벽을 뛰어넘었고, 이는 지난 7월 파리에서 공개된 까르뜨 블랑슈 하이 주얼리 컬렉션 ‘아이외르(Ailleu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상 속 원시의 자연 세계를 테마로 한 컬렉션은 낯선 소재와 대담한 시도로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부쉐론에 합류하고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지난 10년간 부쉐론이 하이 주얼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지켜봤다. 그 즐겁고 놀라운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고, 그래서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다려진다.

    그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8년 공개한 ‘이터널 플라워(Fleurs Éternelles)’ 컬렉션을 제작하던 시기. 꽃잎 안정화 작업을 위해 10년 이상 연구한 꽃잎 전문가와 협력하는 등 무려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모험이었지만, 모든 과정이 감동이었다.

    부쉐론의 하이 주얼리는 어떻게 탄생하나.
    언제나 꿈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쉐론은 꿈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지금껏 전혀 사용하지 않던 재료나 예상치 못한 기술을 시험하고 결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1858년부터 이어져온 메종의 오랜 전통이다. 부쉐론 CEO 엘렌 풀리 뒤켄(Hélène Poulit-Duquesne) 역시 나만큼 혁신을 사랑하고, 심지어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 감사한 일이다.

    디자인 작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를 제작하는 것.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팀은 전통 방식의 스케치 대신 여성이나 남성 초상화에 주얼리를 그려 넣는다. 착용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다양한 멀티웨어 옵션까지 생각하기 위해서다. 엘렌과 함께 컬렉션 제품을 착용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편안한지, 완벽하게 맞는지, 잘 떨어지는지, 착용감이 좋은지 체크하는 과정이다. 주얼리는 ‘살아 있어야’ 하기에 직접 착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 주얼리를 위한 원석 선택 기준은?
    메종에서 지정한 방돔 광장 품질(Place Vendôme quality)을 기준으로 최고급 스톤만 선택한다. 예를 들어 오일이 첨가되지 않거나 극소량만 첨가된 에메랄드만 사용하고, 열처리한 스톤은 쓰지 않는다. 또 다른 기준은 지속 가능성. 부쉐론은 완전히 추적 가능한 스톤만 골라 매입하는데, 한 예로 우리는 무소(Muzo) 광산에서 채굴되는 에메랄드에 대한 모든 과정을 인지하고 있다. 마지막은 스톤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여행, 영화, 사진 등 주로 시각적인 것에서 영향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거다. 나는 자연을 사랑한다. 자연에 둘러싸인 포르투갈에서 지낼 때 가장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 팀은 매년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디자인하기 전에 ‘영감을 위한 여행’을 계획한다.

    아이외르 컬렉션은 어떻게 시작됐나.
    전 세계가 봉쇄된 2020년 초, 영감을 위한 여행이 불가능했다. 어려운 도전 같았지만, 봉쇄는 창의력과 상상력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상상을 통한 여행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이외르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곳’을 의미하며, 언제나 부쉐론과 내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는 자연 어딘가에 존재한다. ‘샌드 우먼’ ‘리프 우먼’ ‘페블 우먼’ ‘어스 우먼’ 그리고 ‘볼케이노 맨’까지. 지리적 제약이나 창작의 한계가 없는 다섯 가지 상상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번째 챕터가 볼케이노 맨이다. 사실 남성용 하이 주얼리는 흔치 않다.
    모든 단계에서 성별을 초월한 사고를 한다. 볼케이노 맨의 경우, 남성이 착용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성에게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사실 하이 주얼리는 성별에 관계없이 한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또한 유럽의 왕부터 인도의 마하라자, 러시아 황제, 이집트 파라오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화려한 주얼리를 착용해온 남성도 존재한다. 몇 해 전부터 부쉐론은 남성을 위한 컬렉션을 고려해왔고, 훨씬 더 창의적인 환경에서 제작하고 있다. 자연스럽고 과하지 않게, 남성을 위한 제품을 계속 제작할 예정이다. 방금 옥토퍼스 이어링과 울프 링이 한 남성 고객에게 판매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럴 때 참 행복하다.

    조개껍데기, 조약돌, 나비 날개 등 생소한 소재를 사용한 이유는?
    크고 빛나는 원석일수록 귀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디자이너는 자연이다. 그만큼 진짜 귀중한 것은 자연 속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아이외르 컬렉션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중요한 미적 가치가 있는 조약돌, 조개껍데기, 나비, 라탄과 같은 원료를 전통적인 주얼리 소재인 다이아몬드나 골드와 조합했다. 자연과 인공적인 소재, 깨지기 쉬운 것과 단단한 것, 완전함과 불완전함, 귀중함과 평범함 등 흥미로운 대비를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모순된 방법을 택한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귀중한 소재를 제공한다.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소재 특성상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접하는 천연 소재가 많았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을 위한 새로운 기술 연구가 필요했다. 유연한 라탄을 단단하게 만들거나 나비 날개 색소를 안정화해야 했고, 무게를 덜기 위해 조약돌 속을 파내는 작업, 이어링과 잭 브로치를 위해 동일한 조개껍데기를 선별하는 과정 등 여러 어려움이 동반되었다. 하지만 천재적인 부쉐론 장인들과 함께 결국 기술적인 해결책을 모두 찾았다.

    가장 까다로웠던 제품은?
    코끼아쥬 디아망(Coquillage Diamant) 귀고리. 디자인과 제작 과정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천연 조개류를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업체에서 구한 많은 샘플 가운데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짝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이번 컬렉션의 마지막 작품 갈레 디아망(Galet Diamant) 목걸이도 쉽지 않았다. 무게를 덜기 위해 조약돌 내부를 파내기 위한 특별한 도구 제작이 불가피했던 것. 결과적으로 조약돌은 1.5mm 정도의 두께가 되었고, 얇아진 조약돌 표면은 반짝이는 효과까지 얻었다.

    컬렉션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첫 번째 단계와 연구·개발을 2020년에 시작했으며, 가장 복잡한 작품을 제작하기까지 1년 반 정도가 소요됐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메종인데도 기술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메종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고 프레데릭 부쉐론의 비전을 충실히 따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처음 부쉐론에 합류했을 때, 아카이브 전체를 살펴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억지스럽게 하나의 미학적 관점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욕구 없이 다양하고 풍부한 작품을 보며, 부쉐론의 철학이 여성들이 자유롭게 주얼리를 착용할 수 있도록 기술, 소재, 주제의 측면에서 창작의 자유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깨달았다. 최초로 록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의 결합을 시도한 프레데릭 부쉐론처럼 과감한 주얼리 착용 방식과 생소한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주얼리를 디자인하려 노력한다. 미션처럼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주얼리란?
    개인의 성격, 취향, 스타일에 잘 맞는 것! 주얼리 착용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어떤 주얼리를 선택하느냐와 그것을 착용하는 방식이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말해준다.

    평소 많이 착용하는 주얼리는?
    콰트로 레디언트 링을 착용하고 두 개의 잭 드 부쉐론을 연결해 팔찌나 롱 네크리스로 연출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 막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여전히 바빠 보인다.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제작에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한 번에 한 컬렉션만 작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까르뜨 블랑슈 컬렉션은 이미 디자인이 끝나 제품을 생산하는 중이며, 지금은 2024년을 위한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 2025년 이스뚜아 드 스타일 컬렉션 테마를 선정하기도 했다. 총 여섯 개 컬렉션을 단계별로 작업하느라 매우 분주한 일상을 보낸다. (VK)

    에디터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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