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스트리트 한복 파이터

2023.02.12

by 조소현

    스트리트 한복 파이터

    한복을 입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 김동현이 수개월에 걸쳐 고즈넉한 궁궐과 혼잡한 길 위에서 목격한 오늘의 한복.

    “경복궁에서 추억을 제대로 남기기 위해 동생과 함께 한복을 맞춰 입고 왔어요. 평소 생활한복에 관심이 많아서 눈여겨봤지만 쉽게 시도하지 못하다가 2년 전에 인사동 골목에서 구입한 한복이에요. 첫 생활한복이라 의미가 있죠. 한복은 불편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입어보니 그렇지 않아요. 한복 치마는 여러 번 둘러 매듭을 묶기 때문에 사이즈 조절이 가능하고 저고리 소매의 폭도 넓어서 활동성이 좋아요. 실내와 실외 상관없이 입을 수 있고, 스타일링하기에 따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요. 무엇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 의상이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요.” – 김은지, 김은서

    “세 사람 모두 중국어 선생님이에요. 학생들과 교류하며 한국 문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복을 입어보니 두 가지 매력이 있더군요. 일단 활동하기 좋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보여요. 그리고 한복에는 정말 다양한 색깔이 존재해요. 여행하며 마주한 한복 색깔이 다 화사했어요. 밝은 색상은 수백 송이의 꽃이 만발한 봄을 떠오르게 해요. 색깔이 정말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었어요.” – Xia Jing, Han Zhouhong, Yang Mingyi

    “전통 의복과 장신구를 재해석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에 가는 길이에요. 전시에 맞춰 한복을 현대적 요소와 함께 믹스 매치해 재밌게 입고 싶어서 보라색 튜브 톱 원피스를 입고 팔에 끼워 입는 한복 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술띠로 곡선미를 살려 모양을 잡아봤어요. 튜브 톱 부분이 보이도록 고름을 뒤로 묶어 연출했고요. 평소 치마는 속바지에 속치마까지 풍성하게 입는데 오늘은 다 생략했어요. 한복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인식을 심어주고 싶은 작은 욕심이 옷차림에 녹아 있습니다. 한복 색깔의 조합은 무궁무진한데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정말이지 즐거워요. 자체 곡선뿐 아니라 입었을 때 옷과 몸 사이에 생기는 여유로 만들어지는 곡선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 신채민

    “오래전부터 언젠가 꼭 한 번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방문해보고 싶었어요. 근처 한복 대여점에서 연분홍색 저고리와 흰색 바탕에 꽃무늬가 은은한 치마를 골랐어요. 튀지 않는 색상에 수수한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들었거든요. 한복만이 지닌 색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져요.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이 입어도 다 잘 어울려요.” – 박시현

    “원래 무사 옷을 입고 싶었는데 모자가 마음에 들어서 사또 옷을 최종 선택했어요. 입어보니 착용감이 편해서 정말 좋습니다.” – 황보솔

    “기왕이면 왕이 되고 싶어서 파란색 용포를 골랐어요. 특히 연산군 같은 왕이 되고 싶어요! 현실은 노비니까요(웃음). 한복은 정말 예쁜 옷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서 즐거웠어요.” – 김남주

    “간만에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근처 대여점에서 빌려 입었어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한복이 휘날리는 모양새가 바람과 참 잘 어우러지네요. 한복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옷이에요.” – 김다예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한복을 ‘덕질’ 중이죠.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단체 ‘한복여행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한복 입기를 알리고자 한복을 즐겨 입고 그 모습을 인스타그램(@sulim_supia)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오늘 입은 옷은 모두 중고 거래로 구했어요. ‘꼬레아노’ 반팔 저고리에 옛날에 유행한 손 자수가 새겨진 초록색 치마를 매치했어요. 빨간색 댕기와 자수 노리개로 포인트를 주었고요. 한복의 매력은 고풍스러움과 선의 아름다움, 자연 재료의 조화, 색의 조합이에요. 하나만 있어도 아름다운 요소가 한데 어우러지며 뿜어져 나오는 자태에 늘 감탄합니다.” – 이수림

    “K-팝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됐는데, 이제는 한국 문화와 음식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한복을 입었더니 경복궁에서 하는 경험이 더 마법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아요. 한복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 포용력이 큰 옷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 Nicole Hunnik, Carmen Olivier

    “날씨가 아주 좋아서 고궁을 산책하고 싶었는데 마침 두루마기를 걸치기 딱 좋은 날씨군요. 평소 전통복을 현대식으로 해석해서 입기를 좋아하는데 한복은 가격대가 높아서 망설이던 중 홍대에서 여름용 두루마기를 보고 너무 갖고 싶어서 구매했어요.재질과 디테일이 좋고 색감도 무척 예뻤거든요. 한복에는 평상복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우아한 실루엣이 있어요. 특히 겹겹이 입었을 때 나오는 하늘하늘함이라든지 바람에 날리는 도포 자락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 안나래

    “궁궐이 지어진 시기에 성행하던 옷을 입음으로써 제대로 이곳을 느끼고 그 문화에 대한 감사도 표현하고 싶었어요. 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렸는데 파스텔 컬러부터 원색까지 무척 다양해서 고르기가 힘들었어요. 입어보니 치마가 ‘A’자 형태로 퍼져서 넉넉하고 걷기 정말 편합니다. 모란이 새겨진 한복은 부와 명예를 상징한다고 들었는데 저희 역시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Kristina Hristoff, Charlène Vigouroux, Alemayehu Elsa

    “치마보다는 바지를 입고 싶어서 남성복 코너에서 골랐어요. 편안하고 은근히 자신감을 주는군요. 한복을 입으니 옛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심정이 상상이 가고 저희가 역사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자랑스러워서 고개를 들고 걷고 또 걸었어요. 엄마가 보는 드라마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알게 됐는데 한국이 정말 드라마와 같은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어요. 프랑스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왔는데 서울이 저를 정말 많이 성장시켰어요. 인생 최고의 해를 보내는 중입니다.” – Lucie Bédart, Eléonore Lochet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에 새로 맞춘 한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나왔어요. 한복을 맞춘 지 5년 정도 되어 올여름에 새로 맞췄거든요. 전에는 발랄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차분하고 단아한 색상으로 골랐어요. 요즘 갈래 치마가 많이 보이길래 예뻐서 도전해봤고, 저고리 소매 부분에 포인트로 꽃 자수를 심었어요. 한복을 입으면 본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 전예빈

    “오스트리아 빈에서 왔는데, 궁궐을 거닐며 조선 시대에 온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한복을 입었어요. 진한 붉은 색깔에 매료되어 고른 한복인데, 화려하면서 정말 편합니다. 한복을 입으니 과거와 연결된 느낌이 들어요. 10년 전 한국어를 공부하며 서울에 머물 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 남자 친구와 함께 왔습니다.” – Christian Kieres, Clarissa Godula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서 한복을 입었어요. 한복은 치마 저고리가 분리되어 있어서 나만의 방식으로 스타일링하는 재미가 있어요. 세트처럼 한 벌을 갖춰 입은 듯한 느낌도 들고요.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것도 장점이에요. 한복을 입었더니 공주가 된 것 같아요.” – Signe Christensen, Josephine Christensen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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