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버튼의 뜨거운 작별 인사, 알렉산더 맥퀸 2024 S/S 컬렉션
알렉산더 맥퀸과 26년 동안 함께한 사라 버튼이 파리 패션 위크에서 마지막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영국 <보그> 평론가 앤더스 크리스티안 매드슨(Anders Christian Madsen)이 꼽은 이번 컬렉션에서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키워드.
사라 버튼이 전한 인사
쇼가 열리기 2주 전, 사라 버튼은 26년간 몸담았던 하우스를 떠난다고 발표했습니다. 2010년 리 맥퀸이 사망한 후 13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던 그녀죠. 마지막 쇼는 파리 패션 위크의 무대로 자주 활용하곤 했던 르 카로 뒤 탕플(Le Carreau de Temple)에서 열렸습니다. 모든 좌석에는 작별 메시지가 있었죠. ‘이번 컬렉션은 여성의 해부학,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붉은 핏빛으로 물든 장미, 그리고 자신의 비전에서 타협을 거부한,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아티스트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에게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번 쇼는 항상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던 리 알렉산더 맥퀸을 추모하는 동시에 우리 팀의 열정, 재능, 충성심에 대한 헌사입니다.’
‘집도’에 가까운 커팅
이번 컬렉션은 지난 시즌의 속편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버튼은 지난 컬렉션이 하우스의 기원을 발판 삼고 있다고 말했죠. 새빌 로우(Savile Row)식 테일러링의 미학, 그리고 이를 해체하고 완전히 뒤집는 것 말이에요.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웠던 맥퀸 초창기의 활력을 되찾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버튼은 테일러링을 피부처럼 재단했습니다. 갈비뼈, 어깨, 가슴을 따라 조각조각 뜯어냈고요. 엘리자베스 1세와 그 시대 취향을 고려했을 때, 이런 커팅은 공격적인 동시에 고통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한 편의 멋진 연극 같았죠.
꽃과 해부학 그리고 니트웨어
쇼장을 채운 음악은 디지털 사운드와 내추럴 사운드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불안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려운 소리였죠. 이 음악에 맞춰 등장한 니트웨어는 놀라웠습니다. 버튼이 해부학을 전제로 한 탐구를 계속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실의 부드러움은 가장 화려하고 악랄한 형태로 변형됐습니다. 스티치와 루프를 통해 인체의 뼈와 내장을 추상적으로 ‘맵핑’한 것이죠. 하루 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매 순간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했어요. 꽃을 활용한 해부학적 구성은 은빛과 진주로 장식한 보디수트에도 적용됐습니다.
피로 물든 장미
꽃은 사라 버튼에게 핵심적 요소였습니다. 튜더 가문의 상징인 장미를 입체적 셰이프로 변형한 드레스, 테일러링과 드레스의 프린트, 광택감이 도는 레더 뷔스티에의 꽃잎 같은 페플럼으로 재해석했죠. 마지막을 기리기라도 하는 듯했습니다. 의상 전반은 모두 핏빛 붉은색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생생한 핏자국처럼 보이는 프린트, 핏방울을 닮은 뷔스티에의 네크라인, 흘러내리는 피처럼 보이는 수트의 붉은 자수 장식 등 모든 디테일이 그랬죠.
승리의 인사
하우스의 오랜 모델, 나오미 캠벨이 쇼의 마침표를 찍자 데이비드 보위의 ‘히어로즈(Heroes)’가 버튼의 마지막 인사를 앞둔 쇼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셔츠와 청바지,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한 버튼은 패션 저널리스트 수잔나 프랭클과 사라 모어 등 리 맥퀸 초기 시절부터 그녀 곁을 지켜온 동료들과 포옹했죠. 그리고 하우스의 다음 챕터를 맞이할 관객들을 향해 키스를 날렸습니다. 슬픔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한 분위기였죠. 26년간의 맥퀸 쇼, 13년간의 버튼 쇼를 직접 관람했든 혹은 멀리서 지켜보았든, 그 시간을 함께한 것만으로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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