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킨 백 ‘스타일’이 돌아왔다
버킨 백의 진짜 멋은 여기에 있죠.
버킨 백을 탄생시킨 주인공, 제인 버킨. 1984년 비행기에서 당시 에르메스 회장이던 장 루이 뒤마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만들어졌다는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죠. 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건 제인 버킨이 버킨 백을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럭셔리 백의 정수로 알려진 이 백을 제인 버킨만큼 막 대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백이 터질 정도로 소지품을 마구 욱여넣는 건 예삿일이요, 땅에 툭툭 내려놓거나 밟기도 했습니다. 열쇠고리, 참, 스티커를 비롯한 장식을 되는대로 매달고 붙였고요(심지어 백 안감에 무언가를 적기도 했습니다).
버킨 백의 주인이 만들어낸 버킨 백 스타일, 요즘 셀럽들 사이에서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차용한 스타일링이 퍼지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매끈한 버킨 백을 드는 대신 저마다의 개성을 곁들인 액세서리를 추가하기 시작했죠. 가장 최근에는 지난 28일, 두아 리파에게서 포착됐습니다. 블랙 버킨 백에 수하물 태그와 각종 열쇠고리를 주렁주렁 매달았죠.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장식 하나 없는 버킨 백을 들었지만요.
앤 해서웨이의 취향은 비교적 단정합니다. 고풍스러운 오디세이 스카프와 귀여운 로데오 참을 활용했어요. 평소 깔끔하고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녀의 이미지와 딱 맞는 장식이었습니다.
반면 리타 오라는 조금 더 아기자기해요. 경쾌하고 트렌디한 그녀의 패션과 닮았죠. 우선 컬러별로 다르게 꾸밉니다. 블랙 버킨 백에는 핫 핑크 컬러의 액세서리로 발랄함을 더하고, 레드 버킨 백의 클로셰트(Clochette)에는 금빛 장식을 늘어지게 달았죠.
스타일은 옷과 액세서리에만 국한된 단어가 아닙니다. 옷과 일상이 어우러졌을 때 완성되죠. 그러니까 한 사람의 취향과 애티튜드가 모두 반영된 결과물이란 이야기입니다. 제인 버킨의 스타일을 떠올려보세요. 흐트러진 듯 보이지만 그래서 더 멋스러운 옷차림, 자유로운 태도는 그녀의 버킨 백이 풍기는 분위기와 완벽히 일치하죠. 각기 다른 확고한 취향을 지닌 앞선 셀럽들이 선보인 버킨 백 스타일링도 같은 맥락이고요.
2024 S/S 런웨이를 보면 버킨 백뿐 아니라 모든 백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여름에는 Y2K와 함께 ‘가방 꾸미기’ 트렌드가 한 차례 틱톡을 휩쓸었고요. 얼마나 비싸고 트렌디한 백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개인적이고 ‘나답게’ 꾸민 백이냐가 새로운 멋의 기준이 될 거란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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