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불안의 새로운 원인
사소한 일에도 우울하거나, 이유 모를 불안감에 잠식당하는 날이 있습니다. 계절 탓도, 생리 주기 탓도 아닌데 기분이 그저 그런 날, 우리는 ‘그냥’이라는 이유를 붙입니다. 이럴 때는 다음 날이면 다시 멀쩡해지곤 하죠. ‘그냥’이라는 이유 말고, 새로운 원인을 찾았습니다. 바로 ‘수면 부족’입니다.
영화 <잠>에서도 수면 부족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주인공 ‘수진(정유미)’은 남편의 기이한 잠버릇 때문에 잠을 설치죠. 초반에는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점점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밤을 지새우는 날이 늘어나고, 점점 피폐해져가죠. 결국 수진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립니다.
그만큼 수면 부족은 단순히 신체적 피로감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정서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긍정적인 기분을 다운되게 하고, 불안한 느낌을 더 증가시킨다는 것이죠.
미국 몬태나주립대 카라 팔머(Kara Palmer) 박사 팀은 22일 미국심리학회 학술지 <심리학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서 지난 50여 년간 실시한 수면 부족과 감정에 관련된 실험, 연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검토·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 팀은 전 세계에서 5,7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한 연구 154건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이 하루 이상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고, 그 영향을 측정하는 실험을 분석했죠. 장시간 깨어 있게 하기, 일반 수면 시간보다 짧게 재우기, 밤새 주기적으로 깨우기 등의 방법으로 수면 패턴을 조절했고요. 각 연구에서는 수면 조작 후 참가자의 기분, 정서적 자극에 대한 반응, 우울증 및 불안 증상 등 감정과 관련된 변수를 측정했습니다.
분석 결과 세 가지 유형의 수면 패턴 모두 참가자들의 기쁨, 행복, 만족 같은 긍정적 감정을 감소시켰습니다. 또 빠른 심박수와 걱정 같은 불안 증상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죠. 이런 현상은 평소보다 한두 시간 늦게 잠자리에 들거나 수면 시간이 평소보다 한두 시간만 줄어들어도 발생했으며, 수면 부족은 불안 증상을 증가시키고 정서적 자극에 대한 각성을 둔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수면 부족으로 인한 우울 증상은 슬픔, 걱정, 스트레스 같은 다른 부정적 감정과 마찬가지로 심하지 않고 일관성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팔머 박사는 “수면 부족이 심각한 사회에서 이것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양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심리적 건강 증진에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 연구는 지금까지의 수면, 감정에 관한 실험 연구를 가장 포괄적으로 종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봅니다. 내일의 나를 위해 우선 잘 자야겠죠. 부디, 오늘도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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