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는 1996년 창간 이래 동시대 여성을 지지하고 찬양하며 그들과 함께 걸어왔다.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보그 리더: 2024 우먼 나우(VOGUE LEADERS: 2024 WOMAN NOW)’라는 행사를 개최하며 그 역사를 이어간다. 2024년 그 첫 번째 주제는 ‘WOMAN NOW’로, 전통적인 한옥에서 우리가 신뢰하는 여성들이 연사로 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주목받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3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조각, 회화, 사진, 설치미술, 가구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참여한다. 이들이 만든 작품, 작가들의 삶에 동지애를 느끼고, 삶의 방향성에 힌트를 얻길 꿈꾼다. 전시작 중 일부만 지면에 담았다. 전시 기획자인 독립 큐레이터 전수연과 참여 작가 윤석남, 차승언, 표영실, 정희승, 황수연, 한상아, 소목장세미, 전현선, 구정아가 〈보그〉 페이지를 빌려 연대의 말을 건넨다.

‘소목장세미’는 유혜미(1987) 작가의 활동명이자 2012년부터 운영해온 1인 가구 공방의 브랜드명이다. 그는 사라져가는 옛 전통 내장 목공 기술과 모양을 현대화해 풀어내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이용해 독창적인 가구를 제작하고 다양한 공간을 시공해왔다. 명필름아트센터 아트랩과 개방회로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제앰네스티 주최 〈Hit the Ball, Hit the Action〉 전시 디렉팅과 문화역서울284 ‘오늘전통’의 전시 공간 디렉팅을 맡았다. 아르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한글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에 참여했으며, 2022년 리움미술관 아트스펙트럼 작가 선정 및 2023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에서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했다.

전시 참여 계기

내 작품에 관심을 보여주고 세상에 널리 내보일 수 있게 기획해주는 이들에게 늘 고맙다. 최대한 참여해 빛을 내고 싶은 마음이다. 여성 인권 역사의 과도기인 현대에, 여성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라면 무조건 참여할 수밖에 없다.

나의 삶 혹은 예술

목공이라는 업종에 종사하면서 “여자한테 맡겨서 되겠냐”는 뒷말을 듣기도 하고 철물점 사장님들의 달갑지 않은 눈총을 받으면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간주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그 힘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공감하고 위로받는 것

전시, 영화, 공연, 에세이, 아니면 끄적거린 트윗이 된 여러 사람의 삶의 방식을 접하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오늘도 하나 배우고 알아가는구나’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이런 것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할 때 위로를 받는다.

이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

우선 휘겸재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한몫한다. 현대 인테리어 트렌드는 대리석 바닥이나 타일, 돌바닥을 선호한다. 나는 언제나 따듯하고 정겨움을 주는 나무로 된 마루가 좋고, 휘겸재의 따듯하고 정겨운 느낌과 잘 맞겠다고 봤다. 게다가 야외이니 정자처럼 관람객이 쉬면서 접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내가 해온 지압 마루 작품을 휘겸재에 맞게 다시 만들었다. 지압 발판에서 피로도 풀고 쉬었다 가길 기대한다.

기대하는 부분

전시를 위해 마루의 새로운 패턴을 개발하는 일이 즐거웠다. 마루 디자인은 패턴의 반복성이 필수이고, 여성들이 많이 접하지 못한 이미지를 마루에 새겨넣고자 볼트, 스크루 등의 머리 부분을 다양하게 패턴화해 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물론 나에겐 볼트, 스크루의 머리는 수만 번 본 이미지기도 하고.(웃음) 그 부분을 관람객이 재밌게 지켜보길 바란다.

소망하는 WOMAN NOW

여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WOMAN NOW’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곧 오기를 소망한다.

동시대 여성에게

10년 전 목공으로 작업을 시작할 때 여성 목공인이 많지 않아서 내게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우려가 전해졌다. 요즘에는 확실히 달라졌다. 여성 목공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많이 도전해주신 만큼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도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