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여름 신발, 에스파드리유
여름 슈즈가 갖춰야 할 필수 조건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당연히 ‘시원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옷차림이 간소화되는 계절인 만큼 그 자체로 ‘존재감’을 발산해야 한다는 것이죠. 발이 편안하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이 깐깐한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슈즈가 하나 있습니다. 여름 슈즈의 정석이자 클래식, ‘에스파드리유’가 바로 그것이죠.
에스파드리유의 역사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페인의 바스크와 카탈루냐 지역에 살던 이들이 에스파르토(Esparto)라는 풀로 밑창을 엮어 신발을 만든 것이 그 기원이죠. 20세기 초반까지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신는 신발 중 하나였던 에스파드리유를 ‘패션 아이템’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는 이브 생 로랑입니다. 1970년대 초반, 이브 생 로랑은 에스파드리유를 제작해줄 사람을 찾아 헤맸는데요. 1972년, 그는 파리의 한 무역 박람회에서 로렌조 카스타네르(Lorenzo Castañer)라는 남자를 만납니다. 에스파드리유를 제작하는 가족 기업, 카스타네르를 2대째 운영하던 인물이죠. 이브 생 로랑은 그에게 에스파드리유 제작을 의뢰합니다.
이브 생 로랑이 컬렉션에서 선보인 에스파드리유는 즉각적인 반응을 얻습니다. 편하면서도 멋스러운 여름 슈즈를 찾던 여성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죠. 이후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변주한 에스파드리유는 그레이스 켈리, 브리짓 바르도, 재키 케네디 등 스타일 아이콘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보헤미안 시크 열풍이 불며, 웨지 힐 형태의 에스파드리유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죠. 그때는 킴 카다시안마저(!) 얇은 소재의 드레스에 웨지 에스파드리유를 매치했으니까요.
20년이 지난 지금, 에스파드리유는 클래식으로 거듭났습니다. 영국과 스페인의 로열패밀리가 여름만 되면 짚으로 된 이 신발을 찾죠.
데님과의 궁합도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워싱이나 컬러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적당히 클래식한 핏의 데님에 에스파드리유를 신어주기만 하면 되죠. 길쭉한 실루엣을 원한다면 밑창이 두툼한 웨지 힐을, 착용감을 우선시한다면 플랫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 20년 만에 돌아온 보헤미안 시크를 즐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유일하게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점. 무엇보다도 지금의 보헤미안 시크는 촌스럽지 않게 연출하는 것이 핵심이니까요. 보호풍 롱 드레스와 에스파드리유의 조합에 포멀한 블레이저를 얹은 위 룩이 완벽한 예시입니다.
훌륭한 통기성은 물론 클래식한 멋까지. 스크롤을 내려, 2024년은 물론 다가올 여름을 책임질 에스파드리유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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