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파이그의 17번째 키스
로니 파이그가 설립한 키스 제국의 17번째 깃발이 서울의 중심, 성수동에 꽂혔다.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EO 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 로니 파이그(Ronnie Fieg)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그가 얼마나 바쁜 하루를 보내는지 증명한다. 뉴욕 퀸스에서 나고 자란 로니 파이그는 열세 살 때부터 삼촌의 신발 가게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은 후 2011년 키스(Kith)를 설립했다. 키스는 13년 만에 전 세계 4개 대륙에 17개 매장을 열며 거대한 제국을 이뤄냈다. 패션과 F&B를 가뿐히 넘나들며 무한한 진화와 변주를 거듭하고 있는 키스의 수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보그 코리아>에 전한 소회.
당신에겐 수많은 역할이 존재한다.
키스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나다운 순간이다. 두 딸에겐 듬직한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에겐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 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등교하기 전까지 두 딸과 최대한 함께한다. 그 후에는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며,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를 통해 다음 시즌 컬렉션 디자인부터 미래의 파트너십에 대한 내용까지 다양한 주제를 의논한다. 디자인과 생산, 캠페인 촬영과 마케팅, 리테일 운영 및 추후 매장 오픈 장소 등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고 있다. 일이 아주 많지만, 주말에는 가능한 한 일을 잊고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2011년 설립된 키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키스의 성장은 커뮤니티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매장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열지 매우 신중하게 고민한 뒤 시장의 수요와 고객의 요구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앞서나가면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균형을 잡는 일은 어느 CEO에게나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서둘지 않는다. 키스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우리 제품은 어느 때보다 뛰어나고 매장에서 제공하는 경험도 최고 수준이다. 설립 13년이 지난 지금, 키스는 이제 성장 궤도에 올랐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키스 설립 5주년을 앞두었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나는 키스가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깨달았다. 처음 키스를 열 때는 상상도 못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앞으로 더 멀리 가고 싶은 열망이 동시에 솟아오른 게 기억난다. 그래서 5주년을 기념해 첫 패션쇼를 개최하고, 버그도프 굿맨에 매장을 열었다. 코카콜라병에 키스의 이름을 올리는 등 또 다른 한계에 도전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는 성공을 맛보기 시작한 것이다.
키스의 처음과 지금을 비교할 때, 인상적인 변화는?
고객과 시장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이 쇼핑하는 방식뿐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날 시장은 매우 포화 상태이며, 고객에겐 어느 때보다 정보가 많다. 그들과 진정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매일 얼마나 혁신할 수 있는지, 커뮤니티를 통해 제품과 경험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키스 서울 플래그십은 도쿄 플래그십에 이은 아시아의 두 번째 플래그십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이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을 눈여겨보았다. 키스는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그 도시가 지닌 문화적 역량과 글로벌 영향력을 고려한다. 서울은 이미 오랫동안 이목을 끌어왔기 때문에, 플래그십을 열기에 적합하다고 느꼈다. 서울 사람들은 독특한 취향과 스타일 감각을 지녔다. 키스는 분명 서울에서 인정받으며 특별한 무언가를 더할 것이다.
서울에 대한 당신의 개인적인 감상이 궁금하다.
서울은 진취적이다. 영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웃음) 서울의 패션 스타일, 건축양식, 서비스, 음식, 디자인 등 모든 것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키스 서울 플래그십은 성수동에 있다.
서울의 다양한 지역을 물색하던 중 한 동료가 성수동을 추천했다. 그는 성수동을 뉴욕의 윌리엄스버그에 비유했는데, 발전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였다.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이곳을 발견했을 때 모든 것이 완성됐다.
총 4개 층으로 구성된다.
서울 플래그십은 키스의 플래그십 중 최대 규모다. 이렇게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어느 곳이랄 것 없이 모든 공간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1층은 키스 매장과 트리츠(Kith Treats) 매장으로 구성된다. 키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메인 입구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원한다면 트리츠 입구로 들어오면 된다. 메인 입구에 들어서면 플라워 숍과 다양한 브랜드의 액세서리가 한눈에 보인다. 그 뒤에는 ‘리빙룸’이라고 부르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있다. 어두운 나무와 편안한 소파, 레코드가 안락하면서도 매력적인 거실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2층은 키스 그리고 여러 브랜드의 의류와 신발로 공간을 가득 채웠으며, 탁 트인 구조가 돋보인다. 창가에는 남성 의류와 신발이 있고, 안쪽으로 이동하면 여성 의류와 신발, 키즈 제품이 마련되어 있다. 2층의 특별한 점은 모든 제품이 한곳에 있지만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주고, 각 카테고리마다 전혀 다른 미학과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3층과 4층엔 사델스 서울(Sadelle’s) 레스토랑이 자리한다.
당신도 알다시피 성수동엔 굉장히 많은 브랜드의 매장과 편집숍이 포진했고, 매일같이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그들과 키스 서울 플래그십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키스는 리테일 업체나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제공한다. 우리는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신중하게 큐레이팅한 제품, 트리츠와 사델스가 주는 특별한 경험이 다른 곳과 차별화된다. 우리는 다른 브랜드나 매장이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키스 서울 플래그십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Welcome!
키스 서울 플래그십 오픈을 기념하며 한국의 진로 소주와 함께 ‘키스×진로’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했다. 한국인에게 소주가 갖는 의미는 무척 특별하다.
키스 플래그십이 위치한 지역의 문화를 기리고 경의를 표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진로라는 브랜드가 소주를 대표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진로와 협업해 커스텀 버전 병을 만들고 진로 100주년을 기념한 컬렉션을 제작했다.
키스와 로니 파이그라는 인물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나?
나는 키스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키스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의 총체다. 일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일과 삶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나의 개인적인 공간에서 키스의 모든 것이 시작됐다는 점이 사람들과 우리 사이의 감정적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다.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대담함, 회복력, 열정. (VK)
- 사진
- COURTESY OF K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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