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지만 색다른 올가을 스타킹 트렌드
돌아온 빨간 스타킹의 유행, 반갑기도 하지만 내심 섭섭하기도 합니다.
알록달록한 선택지가 이렇게나 많은데 대세는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니요!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요? 이탈리아 <보그>는 사라 제시카 파커가 지난 2일 선보인 룩을 내세우며 새로운 선택지를 제안했습니다. 새파란 스타킹이요.
단순히 빨간색의 정반대에 위치한 색이어서는 아닙니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의미가 숨어 있죠. 18세기 파란 스타킹을 신는다는 건 지적이고 교양 있는 여성이라는 것을 뜻했습니다. ‘블루 스타킹 소사이어티(Blue Stockings Society)’라는 클럽에서 비롯된 건데요.
이 클럽은 당시 여성들의 주도하에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주제로 지적 토론을 나누는 모임이자 운동이었습니다. ‘블루 스타킹’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요. 가장 유력한 일화는 이렇습니다. 당시 식물학자이자 가난한 작가였던 벤저민 스틸링플릿(Benjamin Stillingfleet)은 경제적인 이유로 허름한 옷차림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임의 주최자 중 한 명이었던 엘리자베스 베시(Elizabeth Vesey)는 그에게 “옷은 신경 쓰지 말고, 파란 스타킹을 신고 오세요”라고 말했죠. 당시 파란 스타킹은 (검은색 스타킹에 비해) 격식을 덜 갖춘 아이템으로 통했거든요. 소재도 훨씬 저렴했고요. 그렇게 파란 스타킹은 옷차림과 같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대화 자체에 초점을 맞춘, 이 모임의 성격을 대변하는 용어로 쓰였습니다(이후 지적인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 시기도 있었지만요).
파란 스타킹은 최근 셀럽들의 선택을 받으며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두아 리파는 지난해 파란 스타킹 신은 모습을 새 싱글 앨범 커버로 내세웠습니다. 북 클럽을 운영 중인 그녀이기에 더욱 절묘하게 느껴지더군요. 카일리 제너는 파란 스타킹을 신고 자신의 브랜드 카이(Khy)의 컬렉션을 알렸고요. 엠마 코린은 시스루 치마에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스타킹을 신고 BAFTA 어워즈의 레드 카펫을 밟았죠.
런웨이에서 이 흐름을 주도한 건 미우치아 프라다입니다. 긱 시크의 시대를 연 미우미우 2023 F/W 컬렉션부터 2024 F/W 컬렉션, 최근 프라다 2025 S/S 컬렉션에까지 파란 스타킹을 올리며 우리 마음을 두드리는 중이죠. 시즌이 거듭될수록 짙어진 톤과 함께요.
언제나 새로운 멋을 찾아 헤매는 패션 인플루언서도 하나둘 푸른 다리를 뽐내는 중입니다. 선선한 날씨에 차가운 색까지 더해져서일까요? 빨간 스타킹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풍깁니다. 어딘가 비현실적이고 엉뚱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을 주죠. 강렬함은 덜할지 몰라도요. 하늘색에 가까워질수록 동화 같고 소녀스러운 무드가 강해지더군요. 무엇보다 앞에서 언급한 일화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돕니다. 괜히 옆구리에 끼고 걸을 책 한 권도 함께 준비하고 싶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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