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 우한나의 런던 개인전 <Appearances>

패브릭을 드로잉, 조각, 설치 등 시각적 형식으로 구현해내는 우한나 작가의 개인전 <Appearances>가 3월 9일부터 25일까지 런던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가 개최되는 ‘넘버 9 코르크 스트리트(No. 9 Cork Street)’는 2021년 10월 런던 메이페어의 역사적 중심부에 문을 연 프리즈(Frieze)의 첫 번째 국제 갤러리 상설 전시 공간으로, 작가 선정 시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치는데요. 그들이 젊은 여성 작가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는군요.

우한나 작가는 주체가 특정되지 않는 대상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판타지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그를 둘러싼 서사를 상상해 조각 혹은 설치 작업을 해왔습니다. 전통적 조각에서 쓰이는 단단한 재료에 비해 부드럽고 가벼운 패브릭을 활용한 우한나의 조각은 웅장함이나 거대함이 아닌, 자유로움과 유연함을 지니고 있고, 수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한 회복 탄력성과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곧 작가가 말하는 여성성과도 닮았는데요. 이번 전시는 우한나 작가가 비로소 ‘여성’ 자체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유방 형태로 늘어져 있는 ‘Milk and Honey’, 바닥에 떨어진 호접난처럼 보이는 ‘Bleeding’ 등의 작품은 앞에서 언급한 특징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여성 스스로 발화하는 통쾌한 성적 유희 또한 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인 만큼 <Appearances>에서는 우한나의 다양한 작업을 소개할 예정인데요. 여러 종류의 상황에 놓인 복부를 표현한 ‘Abdomen’ 시리즈의 초기작부터 올해 제작된 포도 형상의 신작 등 지난 4년여간의 작품을 전시해 작업 과정의 변화와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간의 장기를 주로 다룬 작업을 확장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신화 속 동물의 신체를 작업의 주제로 삼은 새로운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생명체를 위계 없이 바라봄으로써 수평적 관계를 도모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확인해보세요.

장소 프리즈 넘버 9 코르크 스트리트 예매 무료 전시 인스타그램 @ggalle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