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가장 세련된 사람들이 알려주는, ‘자신만의 스타일’ 찾는 법

2025.06.19

가장 세련된 사람들이 알려주는, ‘자신만의 스타일’ 찾는 법

Andrea Edelman Kay/Vogue

오피스 사이렌, 토마토 걸, 코케트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이크로 트렌드 시대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은 헤라클레스의 과업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존경할 만한 롤 모델조차 찾기 어려운 시대죠. 몇몇 셀럽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지만, 대체로 ‘정제된 동질성(Polished Homogeneity)’이 만연한 게 현실입니다. 물론 클로이 세비니, 그레이스 존스, 알렉사 청 등 따라 할 만한 스타들이 아직 남아 있지만, 그 수가 너무 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왜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하는 걸까?”

트렌드라는 사이클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자신의 옷장이 트렌디한 편이라 하더라도 개별 아이템을 보며 자문해보세요. 이 색이 나에게 어울릴까? 이 옷을 입었을 때 내 몸은 어떻게 보이나? 입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뭘까?

물론 좀 모호하긴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아는 가장 세련된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스타일 찾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의류 매장 ‘아웃라인 브루클린(Outline Brooklyn)’의 공동 대표 마거릿 오스틴(Margaret Austin), 패션 오피스 코디네이터이자 패션 관련 뉴스레터 ‘컨시더 유어셀프 컬처(Consider Yourself Cultured)‘를 운영 중인 잘리 존슨(Jalil Johnson), US <보그>의 시니어 패션 에디터 나오미 엘리제(Naomi Elizée), 럭셔리 온라인 쇼핑몰 센스(SSENSE)의 콘텐츠 책임자 스테프 욧카(Steff Yotka), 수잔 알렉산드라(Susan Alexandra)의 주얼리 디자이너 수잔 콘(Susan Korn)까지 패션업계 전반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들입니다. 저희는 그들에게 옷장을 구성하는 법은 물론 어떤 매장에서 쇼핑하고, 누구에게서 스타일 영감을 받는지 자세히 물었습니다.

Q. 자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마거릿 오스틴: 편안하고, 사려 깊고, 실용적이고,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것. 천연 소재를 고수하려고 노력하지만,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플리즈나 꼼데가르송도 정말 좋아해요.

잘리 존슨: 에클레틱(특정 스타일에 머물지 않음)하면서도 프레피한 스타일이요.

나오미 엘리제: 제 스타일은 제 관심사를 ‘뒤범벅(Hodgepodge)’한 것이라 표현해요. 저는 스스로를 스타일 카멜레온이라 생각하고, 특정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날의 기분이나 원하는 무드에 맞춰 옷을 입죠.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땐 크리스토퍼 존 로저스의 화려한 스웨터와 마틴 로즈의 반짝이 청바지를 꺼내 입습니다. 너무 과하거나 모자라다는 생각은 없어요. 실험적인 옷, 편안한 옷, 재미있는 옷,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한 옷을 입습니다.

스테프 욧카: 이 질문에는 답하기 너무 어려워요! 저는 체크무늬와 스트라이프를 좋아하고, 블랙 룩에 은은한 색감을 가미하는 걸 좋아하고, 큰 스커트와 플랫폼 슈즈 매치하는 걸 즐겨요. 이런 스타일의 아이템을 사서 매일 아침 조합해봐요. 정말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하나씩 사다 보면, 옷 입는 재미가 쏠쏠해지죠.

수잔 콘: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여교사인데 덴마크의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엔틀(Yentl, 배움에 대한 욕망으로 남장을 감행하는 영화 <엔틀>의 주인공).

Q. 지금의 스타일을 언제부터 선호하게 되었나요?

마거릿 오스틴: 락다운 기간이 리셋 포인트였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단정하고 심플한 스타일로 자연스레 옮겨 갔죠. 이전에는 좀 더 과감한 룩을 입곤 했어요.

잘리 존슨: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제 스타일을 다듬어왔다고 생각해요. 저희 집에서는 스타일과 복장을 신성한 의식처럼 여겼거든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패션 표현의 경계를 넓힌 건 뉴욕으로 이사 온 후였어요. 뉴욕의 독특한 해방감은 다양한 아이템을 실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죠. 적어도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나오미 엘리제: 어린 시절, 엄마가 옷 입는 모습을 보면서 온갖 드레스와 신발, 가방에 감탄하던 때부터 시작됐어요. 그 나이에는 모든 게 넓디넓은 세계처럼 느껴졌죠. 제가 수집하던 <틴 보그> 잡지, 텀블러, 룩북(Lookbook.nu)도 큰 영향을 줬고요. 제 스타일은 <보그>에서 일한 지난 7년 동안 더 날카롭게 정제되었다고 느낍니다.

스테프 욧카: 제 스타일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엄마는 제가 다섯 살 무렵에 찍은 가족사진 찾는 걸 좋아하시죠. 사진 속 저는 지금 입는 옷과 거의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요. 커다란 러플이 달린 검은색 블라우스, 체크 스커트, 닥터 마틴 부츠요. 아직도 10대 시절부터 입던 옷을 여럿 가지고 있고, 지금도 입고 있어요. 어느 해 CFDA 어워드에는 프롬 드레스를 입고 간 적도 있죠.

수잔 콘: 세 살 때 레이스 칼라가 달린 보라색 벨벳 드레스를 정말 사랑했어요. 매일 어디든 입고 다녔죠. 어머니가 실수로 표백제를 뿌리는 바람에 못 입게 되었지만, 그 시절 좋아했던 옷을 지금도 좋아해요.

Q. 옷은 어디서 주로 구매하시나요?

마거릿 오스틴: 요즘은 대부분 아웃라인(Outline)에서 옷을 사지만, 밴쿠버의 네이버(Neighbour), 필라델피아의 렌(Rennes), 파리의 더 브로큰 암(The Broken Arm)도 즐겨 찾죠. 예전엔 아마간셋(Amagansett)의 티나(Tiina)도 정말 좋아했어요.

잘리 존슨: 저는 자주 가는 빈티지 숍이나 경매·리세일 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보물을 찾아요.

나오미 엘리제: 저도 빈티지 쇼핑을 정말 좋아해서 이베이, 포시마크(Poshmark), 엣시(Etsy)에서 빈티지를 검색해요. 엣시에는 의외로 숨겨진 보석 같은 빈티지가 있거든요. 온라인 쇼핑몰로는 네타포르테, 모다 오페란디(Moda Operandi), 세타이어(Cettire)를 좋아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뉴욕의 토키오 7(Tokio 7)이나 로에베 매장에 갑니다.

스테프 욧카: 당연히 센스에서 쇼핑하죠! 리테일업계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매일 접하니, 옷 입는 방식에 더 실험적인 자세를 지니게 됐어요. 요즘은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이나 엣시, 인스타그램 빈티지 숍에서 많이 사고, 여행지에서 쇼핑하는 걸 좋아해요. 밀라노의 라라베스크(L’Arabesque), 스웨덴의 에와 이 왈라(Ewa i Walla)는 멋진 스커트를 발견한 곳이에요. 피렌체는 말할 것도 없죠. 한 번 갈 때마다 최소 10벌 이상 사 옵니다. 페티코트부터 야구 모자까지요.

수잔 콘: 가장 좋아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입던 것이고, 그다음이 더 리얼리얼이에요.

Q. 스타일을 찾고 가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마거릿 오스틴: 멋지다는 이유로 불편한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하지 마세요. 저는 20대 초반에 유행을 좇느라 시간을 허비했고, 종종 코스튬을 입은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죠. 물론 실험하고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과하게 입으면 자신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잘리 존슨: 실험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스타일은 시행착오의 게임이고, 하룻밤 사이의 승리와 같은 게 아니니까요. 진심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다듬고 싶다면, 매 순간 영감을 받아들이세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말고, 앨프리드 히치콕 영화도 보고, <그레이 가든>, <파리 이즈 버닝>도 보세요. 1989년 9월호 <보그>를 넘겨보거나 <섹스 앤 더 시티> 원작 책을 읽고 드라마를 정주행해보세요. 영감은 어디서 올지 모르니까요!

나오미 엘리제: 실험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거예요!

스테프 욧카: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 입으세요! 끊임없이 실험하세요! 하지만 옷이나 트렌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감히 “아니요”라고 말하세요. 정말 좋아하는 아이템이라면 같은 걸 2개 사도 괜찮아요. 죄책감을 느끼지 마세요.

수잔 콘: 가장 ‘덜 불편한’ 옷을 입으세요. 그리고 색깔 하나만이라도 꼭 넣어보세요!

Q.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사람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마가렛 오스틴: 제 친구 다이앤 발리에르구스(Diane Valiergues)! 제게는 그녀가 진짜 파리 걸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의류 브랜드 슈퍼 야야(Super Yaya) 베이둔(Rym Beydoun), 제 어머니 완용(Wanyong), 시아버지 칼(Carl)이요.

잘리 존슨: 가브리엘라 카레파 존슨(Gabriella Karefa-Johnson), 올슨 자매, 작가 린드라 메딘 코헨(Leandra Medine Cohen), 패션 크리틱을 쓰는 레이첼 타시안(Rachel Tashjian), 배우 트레이시 엘리스 로스(Tracee Ellis Ross), <보그>의 패션 디렉터 나오미 엘리제, 삽화가 제니 월튼(Jenny Walton), 아만다 (Amanda Murray) 등 정말 많아요!

나오미 엘리제: 너무 많은데, 스타일적으로 늘 영감을 주는 분들로는 치오마 난디(Chioma Nnadi), 줄리아 사르 자무아(Julia Sarr-Jamois), 클로이 킹(Chloe King)이 있어요.

스테프 욧카: 정말 많아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친구들이 있죠. 도버 스트리트 마켓 파리의 닉 트랜(Nick Tran), 레이첼 타시안, 리넷 닐랜더(Lynette Nylander), 피오나 하틀리(Fiona Hartley), 캘빈 홈스(Calvin Holmes), 베키 아키노이드(Becky Akinyode), 레네와 깁슨 폭스(Renee & Gibson Fox), 안나 수이(Anna Sui), 리아나 사텐스타인(Liana Satenstein), 샘 하인(Sam Hine), 브랜든 시(Brandon Seah), 요하나 레바시(Yohana Lebasi), 클로이 스노어(Chloe Snower), 린 예거(Lynn Yaeger) 등. 그리고 노아 존슨(Noah Johnson)은 제게 ‘세상에서 옷을 제일 잘 입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스타일이 정반대인데 그는 브라운을, 저는 블랙을 사랑하죠. 그는 저에게 의류 브랜드 4S디자인즈(4SDesigns)의 안젤로 우르티아(Angelo Urrutia), 에반 키노리(Evan Kinori), 로렌 마누기안(Lauren Manoogian), 콜리 스튜디오(Cawley Studios) 같은 멋진 디자이너들을 알려줬어요. 노아가 좋아하면 저도 꼭 찾아서 사려고 애쓸 거예요.

수잔 콘: 우리 아빠, 친구 도리아(Doria), 드라마 주인공 앨리 맥빌(Ally McBeal), 브루클린의 그린 레이디, 그리고 영화 <카지노>의 진저(Ginger)요.

Hannah Jackson
사진
Andrea Edelman Kay/Vogue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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