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크라이테리언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영화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보고, 고전 영화와 현대 영화를 최상의 상태로 보존해 영화 팬들에게 완벽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죠. 단순히 흥행작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적 가치’를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해 ‘영화예술의 보물 창고’로 여겨집니다.

많은 영화인이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을 직접 방문하는데요, 최근에 이병헌도 이곳을 직접 찾았습니다. 이병헌이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에서 추천한 작품 다섯 편을 소개합니다.

<프린스 오브 브로드웨이>(2008)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션 베이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뉴욕에서 가짜 명품을 판매하는 불법체류자 ‘럭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느 날 럭키의 전 여자 친구 린다가 나타나 럭키에게 두 살 난 아이를 맡기며 그의 아들이라고 말합니다. 갑작스러운 존재의 등장에 럭키의 삶은 뒤죽박죽이 됩니다. <프린스 오브 브로드웨이>는 뉴욕 지하경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주목받았죠. 아마추어 연기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와 감독의 거침없는 연출은 영화를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태양은 가득히>(1960)

‘세기의 미남’으로 불린 알랭 들롱의 젊은 시절 빛나는 모습이 담긴 영화입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청년 톰 리플리는 고등학교 동창 필립의 아버지에게 부탁을 받게 됩니다. 그림 공부를 하러 로마에 간 필립이 놀면서 귀국하지 않자, 그를 데려오면 5,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이었죠. 필립에게 늘 무시당하던 톰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탈리아로 가 필립과 그의 애인 마지를 만납니다. 이후 예상치 못한 사건이 펼쳐집니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를 원작으로 하며, 이 소설은 1999년 영화 <리플리>로 다시 한번 제작됐죠.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컬트 영화의 제왕’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으로, 그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큰 꿈을 안고 할리우드에 입성한 배우 지망생 베티는 이모의 아파트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그곳에서 몰래 침입한 의문의 여성 리타를 발견하고,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서게 되죠.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불친절한 힌트와 종잡을 수 없는 에피소드, 헐거운 전개로 한 번 보아서는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린치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기도 하죠.

<큐어>(1997)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릴러 영화 <큐어>는 최고의 공포 스릴러 영화로 손꼽힙니다. 도쿄에서 비슷한 방식의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체포된 범인들은 회사원, 교사, 경찰, 의사 등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다카베 형사는 문제없는 삶을 살던 이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데 의문을 품고, 이들이 모두 한 남자를 만난 후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라쇼몽>(195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덤불 속>을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15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고 세계에 이름을 알렸죠. 전란이 난무하는 헤이안 시대, 비를 피하러 들어온 하인에게 나무꾼과 스님이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모두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는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