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웃음과 의외의 감동이 공존한다, ‘신이랑 법률사무소’
<신이랑 법률사무소>(SBS)는 느슨하고 소박한 이야기 구조를 띠지만, 그게 오히려 아늑함을 자아내는 ‘필굿 드라마’다. 박수무당이 쓰던 사무실을 넘겨받으면서 귀신을 보게 된 변호사가 망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얘기다.

주인공 신이랑(유연석)은 작고한 선친이 비리 검사였다는 이유로 취직 길이 막힌 변호사다. 부득불 저렴한 사무실을 얻고 개업을 하지만 사람은 없고 귀신만 들끓는다. 코골이 치료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전직 조폭, 오디션 프로그램 하차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알려진 아이돌 지망생, 아내와 싸운 후 실종된 과학자 등이다. 신이랑은 종종 빙의를 겪으며 이들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낸다. 그러나 귀신들이 돈을 낼 리도 없고, 초자연적으로 수집한 증거를 법정에서 써먹을 수도 없다. 제목은 ‘신이랑 법률사무소’지만 드라마 초반만 보면 ‘신이랑 탐정사무소’나 ‘신이랑 퇴마사무소’로 간판을 바꿔야 할 지경이다.
어머니의 가게 보증금을 빼돌려 사무실을 얻을 정도로 곤궁한 신이랑이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는지는 알 수 없다. 대한민국에 로펌이 하나밖에 없는 듯 이랑의 귀신들이 번번이 한나현(이솜)의 로펌과 싸우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애초에 리얼리티가 중요한 작품이 아니다.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장화홍련전’ 타입의 우화를 연결하는 구조다. 열심히 살아보려다 원귀가 된 존재를 추모하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과정이 반복된다. 각 에피소드가 추리물의 성격을 띠지만 반전의 충격을 노리고 이리저리 이야기를 꼬아놓기보다 만화적 과장과 축약을 통해 인물의 서사를 강조하고 신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집중한다.


중반 이후부터는 작품 기저에 배치해두었던 큰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한결 진지해진다. 여주인공 한나현은 승리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냉혹한 변호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정의에 목마른 인물이다. 그 속성 덕분에 한나현은 신이랑이 밝혀낸 진실을 법적 언어로 변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다 한나현이 죽은 언니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이랑은 그 언니의 영혼을 소환하는 데 성공한다. 이 이야기는 메인 캐릭터가 관련된 만큼 한 인간의 죽음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하여 감동의 여운도 깊다.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총 16부작 드라마지만, 중반까지의 흐름으로 봐서는 쉽게 호흡이 달릴 것 같지 않다. 주인공 신이랑이 만나고 싶어 할 유일한 망자인 아버지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그 아버지가 진짜 비리 검사였는지, 이랑이 왜 귀신을 보게 되었는지, 이랑의 직업이 왜 하필 변호사여야 했는지, 드라마 안팎으로 풀어내야 할 미스터리가 많이 남았다.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웃음과 감동이 있는 드라마다. 강요한다는 느낌 없이 그것을 해낸다는 게 특히 뛰어난 점이다. 유연석은 신이랑이 여러 인격에 빙의하는 모습을 과하지 않게, 그러나 충분히 코믹하게 그려낸다. 직업이 배우라서 신이랑의 함정수사에 여러 캐릭터로 투입되곤 하는 매형 윤봉수(전석호), 원한을 푼 귀신을 소천시켜주는 박수무당 출신 신부 마태오(정승길) 등 조연 설정도 흥미롭다. 한나현까지 포함해 캐릭터 간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팀워크가 재미있어서 시즌제로 발전시켜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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