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2’, 시즌 1보다 더 넓고 다양하게 긁고 긁히는 사람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 더 걸맞은 한국 제목을 구상해봤다. 이 시리즈의 원제는 ‘Beef’다. 누구나 알고 있듯 소고기를 일컫는 단어지만, ‘기싸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복 운전으로 촉발된 두 인물의 싸움을 그리기 때문에 한국 제목을 ‘성난 사람들’로 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왜 보복 운전을 하게 되었는가’와 ‘그들이 싸움을 통해 무엇을 깨닫게 되는가’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긁힌 사람들’이란 제목을 떠올렸다. 각자의 현실에서 긁히며 살아온 두 사람이 충돌한다. 그렇게 서로를 긁기 시작한 그들은 수차례 긁힌 끝에 ‘고깃덩어리’ 같은 맨살을 드러낸다. 그동안 애써 숨겨온 초라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그들은 비로소 서로가 조금은 닮았다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본 시청자도 함께 긁힌다. 누구나 비슷한 초라함을 감추고 살기 때문이다.

‘성난 사람들’ 시즌 2는 더 직접적으로 긁어댄다. 새로운 배경은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컨트리클럽이다. 클럽을 운영하는 총지배인 부부 조시(오스카 아이삭)와 린지(캐리 멀리건)는 요즘 예민하다. 곧 클럽의 새로운 오너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 현재의 자리를 지키려면 이미 망가진 부부 관계를 참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참으려다가 폭발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필 그들의 싸움을 클럽의 비정규직 커플 애슐리와 오스틴이 목격한다. 남들 다 하는 결혼과 출산을 꿈만 꾸던 이들에게 지배인 부부의 싸움 영상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협박과 협상 끝에 거래가 성사된다. 애슐리는 정직원이 되고 동영상은 삭제된다. 하지만 진짜 기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성난 사람들’ 시즌 1은 아시안 아메리칸 캐릭터를 통해 미국 사회의 혼돈을 그렸다. 시즌 2는 속편답게 갈등의 배경과 주체를 확장한다. 극 중 대사를 빌려보면 “능력은 없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Z세대와 “하는 일이라고는 직원들 갈구는 것밖에 없는” 기성세대의 싸움이다. 두 커플은 끊임없이 서로를 속이고 긁으면서 싸운다. 거래가 성사되었는데도 그러는 이유는 결국 그들 모두 초라하기 때문이다. 회원 가입비만 30만 달러에 달하는 이 클럽에서 회원이 아닌 직원은 직위에 상관없이 긁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 더 나은 신분과 미래를 위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명분은 충분하다. 너희들 모두 사기꾼이니, 나도 사기꾼이 되겠어!


하지만 그런 계획이 그들을 더 갉아먹는다. 세대 간의 싸움이 계층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순간, 넘어설 수 없는 벽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그들을 착취하고 있는 거대한 세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배우 윤여정과 송강호가 연기한 박 회장, 김 박사 커플이다. 그들을 통해 주인공들은 더 고통스러운 초라함과 마주한다. 그리고 시즌 1의 두 남녀처럼 시즌 2의 두 커플 또한 서로가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걸 깨닫는다.

시즌 1을 좋아했던 시청자라면 시즌 2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인물의 심연을 탐구하는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예측 가능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사회계층이 뒤섞이는 형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연상시키고,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는 대목은 평범한 기업 스릴러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다루고 있는 캐릭터가 훨씬 많아진 만큼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쾌감은 시즌 1에 비해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긁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현대인을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흥미롭다. 빈부 격차, 부서진 미국의 의료 시스템, 획일화된 외모 기준 등 ‘긁히는 이유’ 또한 시즌 2에서 더 다양하고 넓어졌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긁히는 것이나 누군가를 긁는 것도 모두 인간이라는 증거처럼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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