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보석이 시계로 재탄생할 때
유명한 보석이 시계로 재탄생할 때 그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

전설적인 티파니앤코(Tiffany&Co.) 주얼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의 디자인 접근 방식에는 배울 점이 많다. 재치와 기발함(‘버드 온 어 락’ 컬렉션이 그중 하나), 불규칙성에 대한 감각과 자유에 대한 열망. 이는 티파니 시계 부문 부사장 니콜라 보(Nicolas Beau)가 시계 다이얼에 담아내야 할 요소다. 그렇다. 표현 범위는 훨씬 작지만 철학은 유지해야 한다. 그의 최근 프로젝트는 파요네(Paillonné) 기법의 에나멜 뱅글을 시계로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1962년 처음 등장한 이 뱅글은 재클린 케네디가 자주 착용해 ‘재키 팔찌’로 불렸으며, 그 독창적인 스타일은 라이언 머피가 존 F. 케네디 주니어와 캐롤린 베셋의 사랑을 소재로 제작한 드라마 <러브 스토리>에서 재키 역할을 맡은 나오미 왓츠를 통해 재현되며 다시 한번 불멸의 매력을 발산했다. 1994년 재키 장례식에서 시동생 테드 케네디가 한 추도 연설을 인용해본다. “그녀는 누구보다 독창적이며 자기만의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 모두 참고할 만한 교훈이 있다. “쟌 슐럼버제는 티파니앤코 역사상 창의적인 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보는 디자이너의 유산을 재해석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브제와 주얼리, 장식미술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하우스에서 무한한 영감의 원천으로 계속 활용되고 있죠.”
그러나 슐럼버제의 디자인 언어를 시계 제조에 적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에나멜 시계는 더 그렇다. 크기가 작아지면 모든 것이 더 복잡해지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예를 들어 최종적으로 표현되는 에나멜 컬러는 얼마나 두껍게 도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며, 각 단계마다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어떤 부품은 가마에서 최대 10번까지 굽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계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더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 어떤 주얼리와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 <If Jewels Could Talk> <Costume Jewelry>를 비롯해 여러 권의 주얼리 관련 서적을 집필한 캐롤 울튼(Carol Woolton)은 재해석 작업에서 ‘시기를 타지 않는’ 느낌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결국 이런 시계는 실용적인 액세서리라기보다는 착용한 사람이나 만든 사람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울튼은 스마트폰 시대를 언급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원하는 게 뭘까요? 주얼리를 원하는 거죠. 특정 시기를 벗어나 문화적인 레퍼런스가 된 주얼리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상징적인 대상이 되는 거죠.” 다시 말해서 주얼리는 진정으로, 어쩌면 영원히 시계로 재탄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울튼은 1947년 처음 출시된 부쉐론의 리플레 시계를 그 예로 언급했다. 그녀는 위대한 주얼리 하우스만이 그 감각을 포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 그 시계를 차고 있는 걸 보더라도 시계가 아니라 주얼리로 봐야 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쳐다보면서 ‘아름다운 주얼리’라고 느껴야 해요. 불가리 ‘세르펜티’든 반클리프 아펠 ‘까데나’든, 디자인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외로 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101’을 언급했다. 시계 제조로는 최고로 꼽히는 하우스에서 선보인 이 시계는 다이얼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테니스 팔찌처럼 보일 정도다. 샤넬 프리미에르 시계 중 갈롱 모델은 하우스의 핵심 디테일인 브레이드 모티브로 하우스의 이야기를 전한다. 프리미에르 시계의 팔각형 페이스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 샤넬 N°5의 마개 모양을 본떠 디자인한 것이다.
이처럼 잘 알려진 시그니처 스타일에 기반한 디자인 철학은 불가리 세르펜티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1948년 유연한 투보가스 스트랩으로 처음 선보인 후 세르펜티는 다채로운 변주의 상징이 되었다.
영국 <보그> 컨트리뷰팅 시계 에디터 말라이카 크로포드(Malaika Crawford)는 오랫동안 좋아해온 불가리 세르펜티를 시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디자인으로 꼽는다. “착용하는 재미도 있고 장신구 역할도 하죠.” 그녀가 부연했다. “처음부터 여성용 시계로 디자인된 이 시계는 제가 액세서리에 기대하고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충족시킵니다. 팔을 단단하게 감싸는 금빛 시계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아요. ‘나 좀 봐줘, 관심을 원해’라고 말하는 듯한 사치스러운 행위지만, 그 방식은 쿨하고 캐주얼하죠. 나선형 주얼리를 둘러싼 로맨스와 권력의 역사도 너무 멋집니다.”
올 초 불가리는 ‘투보가스 망셰트’ 시계를 출시했다. 유연한 골드 커프에 색색의 원석을 세팅한 화려한 버전이다. 불가리 시계 부문 매니징 디렉터 조나단 번바움(Jonathan Birnbaum)은 이러한 피스가 로마에서 시작한 주얼리 브랜드의 디자인 접근법을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그 중심에는 주얼리와 시계 팀이 공유하는 하나의 철학이 있다. “팀워크가 중요한 이 같은 접근 방식은 불가리의 상징을 재해석하는 것뿐 아니라 차별화된 정체성을 강화하고 창의성의 경계를 넓히는 데도 매우 중요합니다.”
영원불멸의 피스가 주는 울림은 재해석의 매력과도 상통한다. 독특하면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은 재해석을 거듭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강력하다. 울튼이 지적한 대로 그에 따른 우리의 열정은 취향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어쩌면 여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를 함축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새로운 디자인이어야 하고 사람들이 착용하고 싶어 할 만큼 매력적이어야 해요. 그러나 그 이상으로, 그 디자인이 탄생한 문화적 순간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계속 재발견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개인의 취향이 담긴 스타일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말없이 보여준다. TG
- 글
- Annie Brown
- 사진
- Nate Margo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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