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불명의 아트 시그널 3
백남준과 타키스가 50년 전 좇던 시그널은 서울에서 재생되고, 주슬아 작가는 사라진 시그널을 따라갑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산업화로 달라진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를 호출하죠. 수취인 불명의 아트 시그널, 받아보시겠습니까?
자력과 전파의 협주
<듀엣: 타키스와 백남준>
약 50년 만에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두 거장의 협업이 다시 펼쳐집니다. 6월 5일까지 열리는 <듀엣: 타키스와 백남준>은 그리스의 키네틱 아티스트 타키스(Takis, 1925~2019)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의 작업 21점을 한자리에 모은 2인전이에요. 전시는 1979년 독일 쾰른 미술협회에서 두 작가가 함께한 퍼포먼스 ‘Duett: Paik/Takis'(1979)로 시작합니다. 백남준이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앞에 앉아 변칙적 연주를 이어가는 사이, 타키스의 금속 오브제가 만든 충돌음과 진동이 간헐적으로 끼어들어 음악의 질서를 흩뜨리죠. 존 케이지의 ‘우연성 음악’에 매료됐던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힘을 예술 재료로 삼았습니다. 타키스는 안테나 형태의 구조에 점멸하는 빛을 결합한 ‘시그널(Signals)’ 연작이나 자석으로 금속을 공중에 띄우는 ‘텔레페인팅(Télépeinture)’ 연작을 통해 자력이라는 비가시적 힘을 가시화해왔어요. 그 옆에는 백남준의 ‘존 케이지에 대한 경의: 테이프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1958~1962)을 놓아, 영상과 사운드를 자유롭게 가로지른 그의 매체 실험을 다시 보여줍니다. 특히 전자석과 일렉트릭 기타 픽업을 결합한 타키스의 ‘뮤지컬(Musical)’ 연작은 작가가 ‘날것의 음악’이라 부른 진동을 그대로 전달하죠. 장소 화이트 큐브 서울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whitecube





깜빡거리는 신호를 따라서
<길을 잃은 도시 lost signal>
타키스와 백남준이 보이지 않는 신호를 발신했다면, 주슬아 작가는 실종된 신호를 따라갑니다. SF적 상상력으로 분열과 변형, 정체성의 재구성을 탐구해온 작가는 다섯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미래 도시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잘못된 좌표에 출력된 듯한 유적과 파편화된 서사를 펼칩니다. 보랏빛 조명을 거쳐 내려간 지하에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인천 강화의 유적이 곳곳에 놓여 있어요. 폐허처럼 조각난 형태에, 비석의 글자는 안쪽에서도 비칠 만큼 속이 비어 있죠. 전시의 뼈대가 되는 작가의 SF 소설 <길을 잃은 도시>에서, 정부 기록물 관리 전문가인 서윤은 서촌 일대를 시티워치로 기록하던 중 시공의 균열로 추락해, 국가 성장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호국’이라는 정체성 아래 은폐되었던 강화의 또 다른 기억을 마주합니다. 청년 노동자 하은, 미진, 수연은 각자의 일상에서 균열을 목격하고 시스템 밖으로 탈주하지만, 공공 기록은 이들을 ‘실종’으로 분류해 지워내죠. 모든 기록이 평등하게 남지 않듯, 어떤 신호는 끝없이 복원되고 어떤 신호는 쉽게 잊힙니다. 깜빡거리는 신호를 수취할 수 있는 기간은 6월 19일까지. 장소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예매 수~일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pssarubia



“거기도 그럽니까? 50년이 지나도?”
<기술의 저변: 경계에 선 장면들>
11월 22일까지 이어지는 <기술의 저변: 경계에 선 장면들>에서는 1970~1990년대 기술 발전에 의한 한국 사회의 변화를 되짚습니다. 전시는 2001년 가나아트 이호재 대표가 기증한 가나아트컬렉션과 미술관 소장품을 토대로 이종구, 신학철, 김정헌, 박불똥부터 김세진, 박은태까지 18명의 작가가 회화와 판화, 사진과 뉴미디어로 그려낸 26점이 ‘균열’, ‘재편’, ‘내면’ 섹션을 따라 배치됩니다. 첫 섹션 ‘흔들리는 불빛 사이로’에서는 농촌 공동체가 도시로 빨려 들어가던 시기의 사회적 균열을 보여줘요. 이종구가 양곡 부대에 그린 ‘국토-고추모종’(1990)에서 굴착기가 고추밭에 위압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그 단면이죠. 두 번째 섹션 ‘새로운 질서의 심연’에서는 신제남의 ‘인간회귀’(1984)가 자동차 같은 금속성 사물에 위축된 인물을 그려내고, 박불똥의 ‘돈쟁’(1991)은 군사, 정치, 자본이 얽힌 시각 이미지를 포토몽타주로 재조합해 권력의 회로를 응시합니다. 마지막 섹션 ‘찬란한 공허’에서는 폐기물로 이뤄진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아이를 끌어안은 모습을 묘사한 신학철의 회화 ‘부자(父子)’(1981)가 물질주의에 잠식되지 않을 가능성을 묻죠. 김세진의 2채널 영상 ‘야간 근로자’(2009)와 박은태의 ‘황금 모듈’(2021)은 그 질문이 동시대까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줍니다.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예매 무료 관람 인스타그램 @seoulmuseumofart





- 포토
- 화이트 큐브 서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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