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월드: 밀라노’가 도서관을 후원하는 이유

2026.06.16

‘보그 월드: 밀라노’가 도서관을 후원하는 이유

“우리 사회의 가장 훌륭한 모습이자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수전 올리언(Susan Orlean)은 2018년 에세이 <라이브러리 북(The Library Book)>에서 도서관의 역할을 조명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활기차며, 관대하고 포용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죠.

2026년 9월 22일, 2027 봄/여름 시즌 밀라노 패션 위크 첫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에서 열리는 ‘보그 월드: 밀라노’ 역시 도서관의 가치에 주목합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을 넘어 문화적 교류가 일어나는 공간으로 기능하며 시민과 도시 성장을 이끄는 장소의 역할 말이죠.

뉴욕, 런던, 파리,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밀라노를 찾은 보그 월드의 수익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최 도시의 문화 예술 발전을 위해 기부합니다. 2022년 뉴욕에서 열린 첫 번째 보그 월드는 미국 패션계의 신인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CFDA/보그 패션 펀드를 후원했고, 이듬해 런던 에디션은 현지 공연 예술 단체에 200만 파운드를 전달했습니다. 2년 전 올림픽 기간에 맞춰 파리에서 열린 ‘보그 월드: 파리’의 수익금은 프랑스의 유망한 운동선수가 필요한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했으며, 지난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산불 피해를 입은 의상 제작자와 커뮤니티를 지원했죠. ‘보그 월드: 밀라노’는 밀라노 북부 콰르토 오지아로(Quarto Oggiaro) 도서관에 수익금을 전달해 이곳이 창의적 교류의 ‘허브’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Fabrizio Castrignano, cortesía del Ayuntamiento de Milán

‘보그 월드: 밀라노’가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을 선택한 이유

이탈리아 <보그> 콘텐츠 책임자 프란체스카 라가치(Francesca Ragazzi)는 ‘보그 월드: 밀라노’의 목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인간의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현시대에도 가치를 잃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 그녀는 밀라노시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 재개발 프로젝트가 ‘보그 월드: 밀라노’와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 ‘지식의 보고’로 작용해온 공간이 창의성과 호기심, 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 쉬는 ‘허브’로 탈바꿈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창의성, 기술, 문화가 공존하는 장소로 진화합니다. 지식이 공동체에서 공유되고, 문화가 인간이라는 매개체를 거쳐 전이되며 더 풍요로워지도록 말이죠.

밀라노 문화 담당 부시장 토마소 사키(Tommaso Sacchi)는 이번 프로젝트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도서관을 “사람들이 만나서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사회 문화적 공간”이라고 정의했는데요. 그는 “중심지 밖에서도 도시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그 월드: 밀라노’와 함께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이 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의 역사와 미래

©Fabrizio Castrignano, cortesía del Ayuntamiento de Milán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은 오트란토(Otranto) 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그 월드: 밀라노’가 열리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자전거로는 33분 거리에 위치하죠. 도서관 1층 창밖으로는 넓은 영국식 공원이 펼쳐집니다. 네 개의 분수와 70종이 넘는 수목이 자리한 공원으로, 한가운데에는 18세기에 지은 빌라 샤이블러(Villa Scheibler)가 서 있죠.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은 한때 발 트롬피아(Val Trompia) 거리에 있었습니다. 2003년 오트란토 거리의 공중목욕탕 건물이 재단장을 마치며 도서관이 이곳으로 이전했고, 기존 건물은 밀라노시 최초의 사회 혁신 인큐베이터인 파브리크(FabriQ)로 탈바꿈했죠.

약 600m 떨어진 두 공공기관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문화와 혁신, 도시 재생을 주제로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은 가족과 어린이를 주 방문객으로 설정한 밀라노 최초의 공공 문화시설로 꼽히는데요. 영유아를 위한 독서 장려 프로그램, ‘읽기 위해 태어나다(Born to Read)’를 주관하는 등 세대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기능해왔습니다.

밀라노시의 도서관 국장 겸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 밀라노(Milano Creative City UNESCO for Literature)’ 코디네이터인 스테파노 파리세(Stefano Parise)는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 재개발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간 개선 사업이 아닙니다. 지역사회의 미래와 창의적 에너지에 대한 투자에 가깝죠.” 그는 현대의 도서관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연결하는 공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창작자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공간과 협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죠.

‘보그 월드: 밀라노’가 콰르토 오지아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곳은 이미 래퍼, 문학가 등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창의적 감각을 다듬은 곳이니까요. 파오(Pao), 오르티카누들스(Orticanoodles) 같은 스트리트 아티스트는 이 거리를 거대한 캔버스 삼아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바르바라 트리포도(Barbara Tripodo)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장 역시 바람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새 단장을 마친 콰르토 오지아로 도서관이 더 활기차게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안건호

안건호

웹 에디터

2022년 10월부터 <보그> 웹 에디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패션 그리고 패션과 관련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글을 작성합니다. 주말에는 하릴없이 앉아 음악을 찾아 듣습니다.

더보기
Elisa Pervinca Bellini
사진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it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