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스러운 농담

신하균이 이해영 감독의 섹스 판타지 영화 〈페스티발〉에서‘사이즈’에 골몰하는 마초남으로 출연했다. 오로지 스크린에서만 입을 여는 이 고요하고 수줍음 많은 배우를 놀래키기 위해 성적인 뉘앙스가 가득한 짓궂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화이트 티셔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 네이비 프린트 재킷은 제너럴 아이디어, 파자마 팬츠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빈티지 안경은 벨 앤 누보, 웨지 샌들은 미우미우.

자, 독자들이 신하균 씨의 진지한 서사를 궁금해 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인터뷰를 거대한 성적 농담이라고 가정하고, 게임을 해봅시다.
아…, 네. 흐흐흐(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웃음이다).

모든 감독은 변태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영화인들은 모두가 변태 기질이 있습니다.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사는 것뿐이죠.

드러내지 않고 산다… 스스로 변태 기질을 인정한다는 말씀인가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감독들을통해 그런 기질을 자극 받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배우들은 간혹 스크린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거나 정액을 난사하는 행위로 쾌감을 느끼는 것 같더군요. 〈박쥐〉에서는 쓰리섬도 시도하셨죠? 흡혈귀에게 아내를 빼앗긴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만, 짓궂게도 송강호와 김옥빈 사이에 누워 계시더군요.
그들이 서로의 쾌락에 얽혀 저를 죽이고 괴로워하다 겨우 섹스를 시작했는데, 제가 본의 아니게 침대에서 둘 사이에 끼게 된 거죠. 본의는 아니었어요.

흠흠, 자기 안에 깃들인 추잡한 욕망에 대해서 언제든 얘기할 자세가 되어 있습니까?
아니요. 추잡한 욕망은 연기로 배설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지구를 지켜라〉에서 이룬 코미디적 배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옛날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그들은 희생자일 뿐입니다. 사회가 미치게 만든 비정상인이죠.

연기를 하는 건 소통을 위해서인가요? 쾌락을 위해서인가요?
소통이 6, 쾌락이 4입니다. 저는 소통을 잘 못해요. 그렇게 태어났죠. 어린 시절부터 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몹시 억눌려 있군요.
할 얘기가 없다는 게 큰 문제가 되나요? 소통의 욕구는 큰데 말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무언가 말해야 해요. 그게 인터뷰죠. 연기적 쾌감의 중추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입인가요? 손인가요? 귀인가요? 가슴인가요?
뇌입니다. 뇌가 아주 예민해지고… 세포가 아우성치고,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안간힘을 써서 할 얘기를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까…그게…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분명 뭔가 해소되는 느낌인데….

사정하는 순간의 느낌이라고 해두죠. 그렇다면 사이즈는 어때요?
사이즈라뇨?

남자의 사이즈 말이에요.
〈페스티발〉에서 이 친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계획이 없는 마초 경찰이에요. 자기 성기가 정말 커서 크다고 하는 건지, 안 큰데 거짓말을 하는 건지 모르죠.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것처럼.

당신은 어때요?
저요? 저는 사이즈와 자신감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말하고 나니 왠지 제가 작게 느껴지는군요.

오! 당신이 작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나훈아 퍼포먼스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런데 성적 자신감과 성적 농담은 비례할까요?
저는 늘 듣기만 했습니다.



니트 모피 후드 집업 점퍼는 재희 신.

음담패설을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인가요?
어떤 자리든 아무 말도 안 한적도 많은데요.

야한 소설은 읽어보셨나요? 마광수의 〈가자! 장미 여관으로〉, 장정일의〈내게 거짓말을 해봐〉,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 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저는 고전 소설을 좋아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오델로〉를 다시 읽고 있어요.

어련하시겠어요. 오달수, 성동일, 류승범도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하셨더군요. 그들의 성적 기질도 다채로워요. 채찍과 수갑을 준비하고 복종 당하길 기다리는 성동일, 여자보다 인형을 사랑하는 류승범, 레이스 입고 살랑거리는 요정 오달수….
그 배우들은 너무 부러워요. 현장에서 보면 정말 웃기거든요. 그들이야말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말하죠. 하지만 오달수 씨에 비하면 저는 수다쟁이예요.

신하균과 오달수가 비슷한 부류라는 건 저도 압니다. 늘 펄떡거리는 성동일과 류승범에 비하면 순수하고 고요한, 내면적인 변태들이지요. 〈우리 형〉을 함께한 원빈과는 어땠나요?
그 친구는 저보다 말이 더 없죠. 정말 말이 없어요. 제가 궁금할 정도로. 게임은 좋아한다고 하던데… 그 친구에 비하면 저는 말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오! 지금은 안 됩니다! 여자들의 기분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려하십니까?
여자들의 기분이요? 저는 상대방이 즐거우면 제가 즐거워져요. 저는 여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행위와 방법을 쓰겠죠.

자기 여자의 바이브레이터를 보면 기분이 어떨까요?
영화에서는 몰래 보고 모르는 척 해요. 진급 시험도 떨어지고 자신감도 없는 인물이라 사이즈가 크게 다가오니까 애인의 바이브레이터에 상처를 받는 거죠.

얼마 전 박민규의 소설을 봤는데, 비슷한 스토리가 있어요. 몇 달째 놀고 있는 자동차 영업사원이 집에 와서 밥 차려 달랬다가 부인이 “아직 안 먹었어요?”하는 말에 폭발해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거든요. 그런데 순간 장롱에서 바이브레이터를 본 거예요. 머리가 하얘져서 가출하고 달나라까지 도망가죠.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성적 능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냥 바이브레이터를 신기해 할 거 같아요. 어디서 났어? 평소에 써? 좋아? 남성의 기능과는 다른 플레이의 세계니까 존중할 거예요.

사디스트에 가까운가요? 마조히스트에 가까운가요?
맞는 건 내가 너무싫고, 때리는 건 상대방이 즐거워하지 않으니까 또 싫죠.

일할 때는 마조히스트 기질이 있으시죠? 〈복수는 나의 것〉을 할 때는 송강호에게 심하게 맞아 온몸이 멍들었는데도 비명 한 번 안 질렀다고 들었어요.
힘들고 학대 당할 때 새로운 에너지가 나오는 면이 있어요.

성적으로 볼 때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과 기름기 가득한 노인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요?
맘껏 누리는 청년과 판타지 가득한 중년이 있겠죠.

어디에 속하시나요?
글쎄요,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건강합니다. 흐흐.



블루 셔츠, 네이비 재킷은 프라다, 보타이는 제이미 앤 벨, 도트 프린트 쇼츠는 미우미우

메마른 숫총각과 숫처녀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시겠어요?
그런 사람을 당최 만날 수가 있어야죠.

숫총각 숫처녀가 당신에게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한다면요?
그런데요? 절더러 어쩌라구요? 그건 댁들 사정이잖아요.

기자라면 배우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밖에 없죠. 우리도 가여운 고문자예요. 이해하시죠?
네, 압니다. 제가 화끈한 제물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1년에 반 이상은 혼자 술을 드신다죠?
날마다 마셔요. 취기가 오르는 상태를 좋아한답니다. 영화를 안 하면 술을 담가볼까도 생각해봤어요.

언제 가장 따분하신가요?
작품이 끝나고 아무 계획 없이 기다릴 때 가장 따분해요. 배역의 존재감 없이 촬영장에서 기다리며 술을 먹어야 할 때도 따분하죠.

이해영 감독의 성적 판타지 1탄 〈천하장사 마돈나〉를 처음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감동적이었어요. 소년 류덕환이 차이니즈풍의 옷으로 여장놀이를 하면서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아버지가 포크레인을 타고 아들을 내려다보는 장면도.

진짜 마돈나가 완전한 나체로 이 방 안에 들어온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나가주세요! 무서워요. 당신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저는 동글동글한 여자를 좋아해요.

마릴린 먼로의 볼기짝을 때려주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나요?
볼기짝이라니? 술 한잔 하고 싶기는 해요. 말도 통하지 않고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롱 니트 후드 집업은 베르나르 윌헴(at Tom greyhound), 모자는 벨 앤 누보

성적 난관에 처한 신부와 스님 둘 중에 하나를 연기하라면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신부 역할을 송강호 형이 〈박쥐〉에서 했어요. 스님 역할이 더 재미있겠네요. 〈박쥐〉의 불교 버전으로, 제목은 〈봤지?〉….

오! 처음으로 농담을 했군요.
진지할 수도 없는 난감한 질문을 하시잖아요. 이런 질문을 다른 배우들에게 던져보세요. 다들 잘 할거예요. 저는 말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스튜디오 카메라만 봐도 얼어버리죠. 살면서 이런 식의 대화를 훈련할 이유도 없었는걸요.

농담과 진담 사이에서 놀아보세요. 가령 린제이 로한은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와 쓰리섬을 하고 싶고, 45분 후에 ‘ 더 컬러스’밴드의 브랜든 플라워스와 결혼할 거라고 호언장담하죠.
영화 연기라면 뭐든 다 할 텐데….

무엇을 다 하시겠다는 거죠?
게이나 트랜스젠더 역할도 할 수 있고, 발가벗고 명동 거리도 뛰어다닐 수 있어요.

별로 보고 싶은 장면은 아니군요. 세상에 단 한 편의 영화가 남아야한다면 무엇일까요?
부귀 영화죠. 흐흐.

자꾸 웃기만 하시네요.
웃음은 제 습관이에요. 학창 시절에 저는 모두와 친구였어요. 공부 잘 하는 아이, 노는 아이, 싸움 하는 아이. 다들 내게 잘해줬는데, 그게 내가 말없이 잘 웃어서였어요. 그때부터 웃음이 습관이 됐어요.

옷음이 당신의 보호색이었군요. 백만불짜리 웃음의 탄생설화 치고는 좀 눈물겹지만.
흐흐흐.

〈플레이보이〉지의 표지 모델이 된다면 어떤 포즈를 취하시겠어요?
제 뒤태를 보여드리죠. 앞은 자신 없거든요. 이번 영화 〈페스티발〉에서도 제 엉덩이가 나와요. 술 퍼마시고 게으른 인물이라 기름지고 피둥피둥한 게 아쉽습니다만.

영화 연기의 오르가슴은 언제 찾아오나요?
이 영화는 제가 사정하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시작하자마자 사정이라뇨?
으하하.

마지막으로 섹스리스와 불감증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가여운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불감증은 육체보다 정신적인 요인이 큰 것 같은데…, 일단 저는 불감증이 아니라서…, 그걸 느껴봤어야 뭔지 알 텐데…, 제가 의사도 아니고 뭐라고 얘기해야 되죠? 아무튼 전 성적으로 건강해요. 저는 불감증이 아니에요. 그건 확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