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그레이하운드’의 파리 진출

둘째가라면 서러울 패션 도시 파리에서 서울만의 감성이 통할 수 있을까?
6년 전, 도산공원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편집매장 ‘톰 그레이하운드’의 파리 진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12시간 내내 1시간 간격으로 패션쇼 스케줄이 예정된 3월 1일. 9일간의 파리 패션 위크 중에도 가장 바쁜 날이었지만, 서울에서 파리로 날아간 패션 피플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 있었다. 편집매장 톰 그레이하운드 오프닝! 2008년 3월, 서울 도산공원에 오픈해 당시 서울에서 보기 힘든 유럽 신진 디자이너들의 급진적인 옷을 선보였던 바로 그 톰 그레이하운드 말이다. 서울 패션 신에서 뺄 수 없는 곳으로 자리 잡은 지 6년 만에 두 번째 매장을 열게 된 것. 그것도 서울이나 부산이 아닌 파리! 10 꼬르소 꼬모 같은 해외 유명 편집매장이 서울 지점을 낸 경우는 있지만, 한국 태생의 편집매장이 해외로 진출한 건 처음이다.

마레 지구 북쪽의 생통주 거리(Rue de Saintonge)는 이자벨 마랑,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같은 파리 디자이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물론, ‘카페 샤를로’ ‘보쿠’처럼 패피들의 아지트로 알려진 레스토랑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이곳 19번지에 특유의 삐뚤삐뚤하고 아기자기한 서체로 적힌 ‘Tom Greyhound’ 간판이 걸린 건물이 눈에 띈다. 총 430㎡(약 130평) 규모, 2층으로 구성된 매장은 기하학 패턴으로 세공한 마루, 독특한 디자인의 원목 가구, 곳곳에 배치한 예술적인 메탈 장식, 그리고 수많은 거울을 이용한 반사 효과로 세련되고 재미있는 분위기. 전체 디자인은 피에르 보클레와 장-크리스토프 포지올리 듀오(랑방, 디올, 꼼데가르쏭 플래그십 스토어, 그리고 런던 리버티 백화점을 디자인했다)의 솜씨다.



그렇다면 이미 수많은 편집매장이 마련된 파리에서 까다로운 파리지엔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톰 그레이하운드만의 전략은? “핵심 키워드는 ‘Fun & Pop’!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직접 아이템을 보고, 만지고, 입어보는 과정에서 쇼핑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톰 그레이하운드의 매니징 디렉터의 설명이다. “또 약간의 오리엔탈 무드를 전하고 싶었죠.” 다시 말해, 파리 편집숍들이 유럽 브랜드에 집중하는 반면, 톰 그레이하운드는 유럽, 미국, 그리고 아시아의 신진 브랜드들을 다채롭게 선보이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유러피언 뉴 럭셔리’ 섹션에는 크리스토퍼 케인, J.W. 앤더슨, MM6, 겐조 등, ‘뉴욕 컨템퍼러리’ 섹션에는 알렉산더 왕, 타쿤, 랙앤본, 오프닝 세레모니 등, 그리고 그동안 파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주미 림 같은 아시아 브랜드들까지 만날 수 있다. 이번 톰 그레이하운드 오프닝을 통해 파리에 처음 소개되는 브랜드는 로라 로렌, 라쿠엘 알레그라 등 서른 가지가 넘는다. 이 중에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시스템, 시스템 옴므, 그리고 새롭게 론칭한 액세서리 브랜드 덱케(Decke) 등 한국 브랜드들도 포함됐다는 사실!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진행된 오프닝 파티 역시 ‘Fun & Pop’이라는 키워드에 걸맞은 젊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 뉴욕 DJ 트리오 ‘더 미스햅스’의 레이 르작, 배우 잔느 다마스와 로시 드 팔마, 류승범, 아티스트 마리 벨트라미 등을 비롯해 파리와 런던 패션 협회 관계자들, 세계 각국의 기자와 스타일리스트 등 1,000명이 넘는 패피들이 참석해 오프닝 파티를 즐겼다. 이를 취재한 미국 ‘스타일닷컴’은 “아늑한 로프트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방문하는 고객들(여성이든 남성이든)에게 이때까지 파리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다채로운 브랜드들의 쇼핑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라고 평했고, 파리 보그닷컴은 “에지 있고 섬세하게 큐레이팅한 브랜드 리스트가 돋보이는 서울 출신의 편집숍 주소를 꼭 기억해두시라”고 전했다. 또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이 놀라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매장 디자인과 제품 셀렉션, 브라이언 이노풍의 음악이 이곳을 마레 특유의 보헤미안적인, 뻔한 분위기와 동떨어진 예술적인 공간으로 만든다”고 찬사를 보냈다. 바람이 있다면, 뉴욕, LA 등으로의 진출도 계획 중인 톰 그레이하운드를 통해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더 활발히 소개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