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이패션의 핵심, 스트리트

패션은 늘 거리에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슬쩍 가져왔다.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스트리트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이 하이패션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에디 슬리먼은 스트리트 스타일을 하이패션과 접목시키면서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모델 이만 하만(Imaan Hammam@DNA)이 입은 재킷과 드레스, 부츠는 모두 생로랑(Saint Laurent).

패션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스냅사진으로 찍는 일은 늘 어렵지만, 상황을 꿰뚫어 보는 데엔 도움이 된다. 올해 공식적인 행사들이 넋을 빼놓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듯(프리폴! 리조트쇼! 시상식!) 아주 새로운 현상이 예기치 않게 젊은 세대들이 모인 주변으로부터 시야로 확 들어왔다. 더 기막히게 정교해진 런웨이 패션 때문에, 그들이 진작부터 생각하고, 느끼고,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이 갑자기 중심 프레임이 됐다.

바닥에서부터 시작해보자. 2014년 패션을 휩쓴 신발들을 보라! 스니커즈는 현재 트로이의 목마다. 하이패션에서 로우 패션으로(더 정확히 말하자면 로우 패션에서 하이패션으로) 풍경을 가로질러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걷잡을 수 없는 트렌드다. 멋쟁이 남자들은 수트에 그것을 신는다. 세련된 여성들은 막 상자에서 꺼낸 나이키를 신고 빨리 걷는다. 우리는 테바와 버켄스탁과 그 모든 카피 제품들 같은, 하이힐에서 낮은 힐로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 ‘어글리 슈즈’의 홍수로부터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그것은 보다 큰 변화의 레이더에 잡힌 또 다른 신호다. 이제 패션은 다른 감성에 입각해 재조정되고 있다. 집에서 레드 카펫까지 리무진을 타고 가는 지겨운 공상 대신, 차라리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탄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 캐주얼하고 현실적인 감각 말이다.

이브닝 룩과 데님을 믹스한 런던의 듀오 디자이너 마르케스 알메이다(Marques Almeida)는 새로운 파티 룩을 정의하고 있다. 듀오 디자이너의 톱과 진을 입은 모델 샤오 웬 주(Xiao Wen Ju@IMG).

이런 변화의 조짐은 새로운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세대가 공유하고 있는 좌표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현상이다. 보행자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대에 갖고 싶은 방식으로 승화된 스트리트 스타일 의상의 새로운 물결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은 파리 쇼에서 나타났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루이 비통 데뷔 무대를 위해 개념적인 패션에서 180도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자신의 간결하고 실용적인 의상들을 ‘새로운 평범함’이라고 불렀다. 에디 슬리먼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가 생로랑 쇼를 위해 윤색된 성숙한 패션을 거부하고 종종 거리에서 캐스팅한 쿨한 젊은 남녀에게 자신의 옷을 입힌 이후, 그것은 컬렉션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갑자기 장 투이투가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지난 25년 동안 거리 패션을 토대로 자신의 A.P.C. 컬렉션들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것을 굳이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으로 분류한다면, 지금 20대 젊은이들이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될 것이다. 그런 변화의 조짐은 뉴욕과 LA 거리로 곧장 거슬러 올라간다. 스니커즈, 데님, 스케이터들과 서퍼들, 힙합과 그런지, 게이 프라이드, 그리고 페미니스트 펑크 운동 등등. 그것은 대부분 패션 사업을 두려움 없는 자기표현의 형태로 생각하는 친구들 집단의 협업으로 시작된다. 한 가지만 예로 들자면, 뉴욕에서 열린 후드 바이 에어의 가을 컬렉션에서 셰인 올리버의 성별이 애매한 친구들이 펼친 생동감 넘치는 보깅 댄스(패션모델 같은 걸음걸이나 몸짓을 흉내 낸 디스코 댄스) 공연을 목격한 사람들은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올리버는 한때 하위문화의 아마추어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았지만 지금은 아주 진지한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올 초 제1회 LVMH 시상식에서 2등을 수상한 후엔 더 그렇다.

퍼블릭 스쿨은 뉴욕 패션의 새로운 에너지로 떠올랐다. 남성복을 입는 여성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닌 시대가 온 것이다. 퍼블릭 스쿨의 수트를 입은 모델 캔디스 스와네포엘(Candice Swanepoel@IMG).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일들은 절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변화가 흥미로운 건 현재 전체 패션 시스템이 새로운 관점들과 새로운 실현 방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런웨이에서 과격하게 찢어진 데님을 선보임으로써 런던 파티웨어 신을 교란시킨 마르케스 알메이다 같은 이들에 대한 환영회와 비슷한 양상이다. 뉴욕의 컬트 스니커즈 팀인 커먼 프로젝트가 받은 평가와 인정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복으로 시작한 퍼블릭 스쿨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진가를 알아봐준 여성들을 위해 같은 타입 옷들을 선보이기로 결심했을 때 사람들이 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 디자이너들이 진과 스니커즈 같은 거대한 패션 장르에서 발언권을 가지려 했다면 시장에서 비웃음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그 시장에서 존중받고 싸울 기회를 얻었다.

대체 이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부분적으로는 ‘본능적으로’ 일어났다고밖에 할 수 없다. 패션은 일상생활에 어울리는 옷을 찾을 수 없다는 위험한 신호를 보내는 새로운 고객들과 기존의 나이 지긋한 고객들을 위해, 언제 스스로를 리부트해야 할지 감지하는 생명체다. 그것은 같은 세대의 소규모 멀티숍들이 젊은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덕분이기도 하다. 뉴욕의 오프닝 세레모니와 런던의 머신-A 같은 매장들이 좋은 예다. 온라인이든, 인스타그램이든, 젊은이들이 오후 내내 패션에 대해 집요하게 얘기를 나누기 위해 찾는 오프라인 매장이든 상관없이, 서로 연결된 젊은 커뮤니티야말로 이런 움직임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