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을 위한 비싼 베게

건강과 성공을 위해선 잠을 제대로 자야 한다. 최근 숙면을 위한 키워드로 떠오른 베개.
개운한 아침을 위해 사람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보그>가 비싼 베개에 열광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점검했다.

1 코코맡 ‘시톤 8’, 유칼립투스 잎과 해초 천연고무로 채워져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 위가 약한 어른들에게 추천하는 베개다. 2 가누다 ‘견인 베개’, 수면 중 바른 자세를 유지해주는 설계로 숙면을 유도하고 척추의 바른 배열을 유도한다. 3 로프티 ‘쾌면 베개’. 5단계 분할 구조로 머리 굴곡을 지지하고 측면 취침과 뒤척임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15종의 충전재를 보유하고 있어 본인이 선호하는 재질과 높이로 베개를 맞출 수 있다. 4 템퍼 ‘옴브라시오 베개’, 엎드려 자는 동안 상반신을 받쳐주고, 목과 등의 압점을 줄여 자세가 바르게 펴지도록 도와준다. 

1 코코맡 ‘시톤 8’, 유칼립투스 잎과 해초 천연고무로 채워져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 위가 약한 어른들에게 추천하는 베개다. 2 가누다 ‘견인 베개’, 수면 중 바른 자세를 유지해주는 설계로 숙면을 유도하고 척추의 바른 배열을 유도한다. 3 로프티 ‘쾌면 베개’. 5단계 분할 구조로 머리 굴곡을 지지하고 측면 취침과 뒤척임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15종의 충전재를 보유하고 있어 본인이 선호하는 재질과 높이로 베개를 맞출 수 있다. 4 템퍼 ‘옴브라시오 베개’, 엎드려 자는 동안 상반신을 받쳐주고, 목과 등의 압점을 줄여 자세가 바르게 펴지도록 도와준다.

오랫동안 잠은 자본주의 적이었다. 덜 자고 더 일하라! 각성 효과가 있는 블랙 커피 한잔과 담배를 뻐끔거리며 밤샘 철야를 불사했던 산업역군들이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썼다. 그러나 지금은 성공의 키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성공하고 싶다면 제대로 쉬고, 제대로 숙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시대다. 그리고 그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베개’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비즈니스맨들로 북적이는 코스모폴리탄의 도시, 뉴욕의 벤자민 호텔. 이곳은 숙면을 위한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중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이 맞춤 베개 서비스다. 고객들은 호텔 도착 3일 전 ‘슬립 컨시어지’로부터 설문지를 받는데, 그 답변에 맞춰 10종의 베개 메뉴 중 최적의 제안을 받게 된다. 가장 인기 있는 베개는 1,000만 개의 에어비즈가 들어 있어 시원하고, 목과 머리를 구조적으로 지탱해주는 ‘클라우드 10’, 아주 얇은 판박형 스피커를 내장해 음악이 흘러나오는 ‘자장가’ 베개다. 항공사들의 프리미엄 클래스의 침구도 마찬가지. 델타항공은 웨스틴의 ‘헤븐리 베드’를 탑재했고, 에티하드항공에서는 친환경 수면용품으로 유명한 코코맡 브랜드와 손잡았는데, 히비어나무 추출물을 채워 넣어 탄성이 뛰어나고 호흡 조절에도 효과적이라고 자랑한다.

특별하다는 베개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이렇듯 끝이 없다. 베개는 그만큼 푹 자고 싶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깊은 잠은 육체의 휴식을, 꿈꾸는 잠과 램 수면은 뇌의 정리와 휴식을 담당하죠. 이를 90~120분 단위로 사이클을 그리며 충분한 시간을 연속적으로 잤을 때(중간에 깨지 않고) 숙면이라고 말합니다.” 서울수면클리닉 홍일희 의학박사는 숙면을 방해하는 여섯 가지 요소를 지적했다. “불충분한 수면 시간, 불안한 심리 상태, 호흡 장애와 운동 장애, 호르몬 변화, 질 낮은 수면 환경입니다. 이 중 베개로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호흡 장애죠. 의외로 많아요. 나이가 들수록 확률이 높아지는데 50대를 넘어서면 40% 이상이죠. 여자들은 드르렁거리진 않아도 거칠게 숨을 쉬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이유입니다. 모두 기도가 좁아졌다는 신호죠. 이때 목 베개(목의 C커브를 지탱해주는 라텍스나 메모리폼 모양 베개)를 사용하면 턱을 앞으로 밀면서 기도를 넓혀주기 때문에 한층 편하죠. 옆으로 자는 수면 자세도 혀가 안으로 말려들어가 기도를 막지 않도록 도움이 되는데, 죽부인처럼 끌어안고 잘 수 있는 긴 베개가 도움이 돼죠. 물론 심각한 호흡 장애인 경우(4% 정도)에는 수술이나 기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베개 높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똑바로 누워 잘 때는 6~10cm, 옆으로 잘 경우엔 10~14cm로 더 높아야 한다. 너무 높으면 목이 꺾여 기도가 좁아지기 쉽고, 어깨와 경추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너무 낮으면 얼굴이 붓고 푸석해지며 근육통, 신경통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뒤통수가 닿는 중앙 부분은 낮고, 목 경추 부분과 귀 양 옆은 볼록 올라온 분할 베개들이 인기다.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목을 지탱해주고 옆으로 돌아누웠을 때는 어깨를 받쳐줄 수 있을 만큼 높이감도 있기 때문이다. 안락하고 익숙한 베개는 수면을 위한 심리적인 요소에도 도움을 준다. 근육이 잘 풀리지 않는 운동 장애의 경우, 도파민과 철분 부족인 경우가 많아 약을 처방 받는데, 이 경우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고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호흡 장애가 없다면, 어깨와 목, 근육 통증 등 불편함이 없다면 베개는 어떤 모양이든, 어떤 재질이든 크게 상관없다. “목침이 익숙한 사람에게 무조건 라텍스로 바꾸라고 강요하는 건 도움이 안 됩니다. 딱딱한 베개, 높은 혹은 낮은 베개를 베야 잠이 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내 몸에 익숙하고,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면 그걸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옆으로 자면 수면에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어요. 그럼 무조건 포켓 스프링 침대에 라텍스 베개를 구입해야 할까요? 아니죠. 뜨뜻한 돌침대를 좋아한다면 그 상태에서 커다란 쿠션 베개를 등에 받쳐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수건을 받쳐 베개 높이만 맞춰줘도 충분합니다. 옆으로 자는 자세 그 자체가 중요하지 포켓 스프링, 라텍스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물론 고가의 베개가 무용지물이란 뜻은 아닙니다. 저도 메모리 폼 베개를 사용하는데 수면 자세에도 좋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감촉이 마음에 들어요. 경제적인 여유가 되고 돈을 써서 기분 좋고 신뢰감이 들어 잠이 잘 온다면 그것도 좋아요. 그렇지만 평소 잘 자고 지금 베개가 좋다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즉, 베개는 취향의 문제다. 부드럽고 조용한 고급 세단, 딱딱하고 거칠지만 힘 좋은 SUV, 경제적인 경차, 무엇을 타든 ‘잠’이란 길은 달릴 수 있다. 일반 베개는 나쁘고, 고가의 특정 소재 베개가 좋다는 결론은 내리지 말라는 얘기다.

“장난치는 베개들이 많아요. 코를 골면 진동을 울리는 코골이 방지 베개, 코는 덜 골겠지만 수면의 질은 확연히 떨어지죠. 또 FDA 승인을 받았다는 베개. FDA 승인을 받은 것이 안전성이냐 유효성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안전성 승인은 이 베개를 오랫동안 베도 피부에 안전한가에 관한 것입니다. 우습죠. 만약 유효성, 즉 수면의 질, 호흡 장애 개선에 관해 정말 승인을 받았다면, 이런 베개들은 공산품이 아닌 의료 기기로 판매를 해야 합니다. 일반 판매가 안 되는 거죠. 즉, 비싸면 더 좋겠거니 믿지 말고, 자신의 수면 자세에 맞는 베개 디자인, 자신이 좋아하는 느낌을 따르세요.”

좋은 베개는 수면에 도움이 된다. 어깨와 목 통증을 줄여줄 수 있고 편안하고 기분 좋게 꿈나라로 이끌어준다. 그러나 이것이 숙면을 보장하는 마법의 묘약일 순 없다. 정말 잘 자고 싶다면 건강한 생활 습관, 마음의 평화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잠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생체리듬과 항상성(잠의 욕구, 몸의 피로도) 이 두 가지가 조화를 부려 잠을 자는 거죠. 휴일 오후에 낮잠을 잤어요. 당연히 그날 밤 잠이 안 오죠. 몸은 피곤해요. 그런데 친구와 싸웠어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짜증이 나고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죠. 이런 상황에서 잠자리가 아무리 좋아도 잠이 올까요? 숙면에서 베개란 딱 그 정도의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