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활약하는 7명의 젊은 한국 디자이너 – ② (REJINA PYO, YUNE HO)

앤트워프부터 베를린, 뉴욕과 런던, 도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패션 도시에서 태어난 패션 코리아의 새로운 에너지. 해외에서 활약하는 젊은 디자이너 일곱 명을〈보그〉가 만났다. – ②편 (REJINA PYO, YUNE HO)

REJINA 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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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떤 학교기에 디자이너들이 모두 저 학교 출신일까 궁금했어요.” 한국에서 섬유미술과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뒤, 대기업에서 일하던 표지영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을 보며 이런 궁금증에 빠졌다. 그리하여 런던으로 건너간 그녀는 어느새 전설의 패션 전공 교수 루이스 윌슨 수하에서 마르케스 알메이다, 토마스 테이트, 시몬 로샤 등과 함께 공부했다. “잔인한 시간이었어요.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며 패션을 다시 배웠죠. 돌이켜보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기였지만, 사실 그만큼 무서운 곳이 바로 패션계 아닌가요? 그러니 의미 있는 훈련이라고 할 수밖에요.” 졸업 후 록산다 일린칙과 함께 일하던 그녀는 2014년 가을 ‘레지나 표’의 이름을 달고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자인은 물론, 홍보, 제작, 회계까지 모든 것에 혼자 부딪혀야 했지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꿋꿋이 이겨냈다. “수영도 못하는데 바다에 던져진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어느새 주위에서 조금씩 도움을 주고, 하나씩 깨달으면서 서서히 물을 가르고, 발버둥 치지 않아도 물살을 가를 수 있게 된 듯해요.” 여성적이지만 달콤하지 않고, 현대적이지만 차갑지 않은 그녀의 옷은 런던 하비 니콜스, 온라인 숍 ‘Ssense’ 등에서 인기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케이트 폴리는 먼저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작업하기 시작했다. “이제 저 멀리 섬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녀는 패션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셰프인 남편과 함께 한국 음식에 대한 책을 썼어요. 이란 책에는 단순히 한국 음식 레시피뿐 아니라, 비 올 땐 김치전을 먹거나, 설날에 떡국을 먹는 식의 좀더 다채로운 얘기가 담겨 있어요.” 이제 그녀는 패션이라는 바다에 몸을 담근 채 헤엄칠 때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마저 느끼게 됐다. “패션계는 늘 새롭고 자극적인 것만 찾아요. 하지만 저는 길게 타는 초가 되고 싶어요. 건강하게 일하고, 넓은 시야를 유지해야 가능하죠.” 삶을 좀더 풍부하게 누리는 그녀의 옷은 또 얼마나 ‘깊고 짙은’ 모습을 띨까.

YUNE HO

Yune Ho
“브랜드에서 일할 때, ‘과연 내가 디자인하고 싶은 것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나?’ 되돌아봤어요.” 마이클 코어스와 타미 힐피거 등에서 일한 양윤호는 자신의 라벨을 시작하기 전 이렇게 자문했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옷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저 스스로 만족스러운 옷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고객의 시선에 눈을 맞춰온 덕분인지, 진심에서 비롯된 디자인 역시 여성들이 원할 만한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살짝 흐트러진 듯한 테일러드 재킷과 팬츠, 온기를 띤 니트와 드레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나 대형 체인과 경쟁할 순 없어요. 대신 그들이 할 수 없는 디자인을 더하는 게 경쟁력입니다. 그래서 늘 디자인할 때마다, ‘이런 옷을 탑샵이나 자라에서 더 잘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그들이 갖지 못한 품질과 수작업을 중요하게 여기죠.” 제2의 고향이 된 뉴욕 역시 그에게 더없이 좋은 자양분이 되는 곳이다. 잡지나 책에서 보던 예술품이나 건축을 직접 보며, 꿈에 그리던 사람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를 성장시킨 것이다. 그렇게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여섯 번째 컬렉션을 완성했다. 바니스, 봉마르셰, 저널 스탠다드 등 전 세계 유명 매장이 그에게 공간을 할애한 건 단순히 행운은 아니다. “요지 야마모토 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그와 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을 지녔지만,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존경합니다. 그가 아니면 결코 그런 옷이 나올 수 없죠. 누가 봐도 윤호의 옷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