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ial Network

친구의 정의가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이라면, 아미 송의 친구는 450만 명이다. 팔로워와의 교류를 하나의 세계라고 말하는 그녀가 서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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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빠져 있다 보면 이런 착각에 빠지곤 한다. 고작 한두 번 본 사람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 나 역시 아미 송과는 두 번째 만남에 불과하지만,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준비 중인 그녀를 보자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느껴졌다(다행히 그녀도 나를 진심으로 반가워했다). “우리 만났던 거 기억해요! 오프화이트 쇼였죠. 그때 프랭크 오션이 왔다고요? 오 마이 갓!” 머리를 말리기 위해 의자에 앉은 그녀는 곧장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시작했다. 수많은 팔로워들은 각국의 언어를 사용해 그녀에게 실시간으로 질문을 던졌고, 아미 송은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건지 들뜬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마치고 그녀는 2층으로 향하면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내일 MCM 매장에서 있을 <인스타그램 스타일링> 북 론칭 행사에서 제가 <보그>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라이브를 하는 건 좀 지루할 것 같아요. 제 팔로워들이 대부분 영어를 쓰고, 저 또한 한국어가 익숙지 않은데 <보그> 오디언스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니까요. 행사장으로 향하는 것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과정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올리는 건 어때요?” 아미 송은 자타 공인 인스타그램 마스터다. 속으로 숫자를 세는 건지,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동영상 길이 15초에 딱 맞게 멘트를 완성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놀라울 정도다. 팔로워가 450만 명인 것도 대단하지만 직접 올린 게시물만 7,000여 개. 그만큼 많은 포스팅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대한 책을 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는 팔로워들을 가족처럼 느껴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는 정보, 저의 노하우를 나누고 싶었죠.” 책에는 그리드 적절히 사용하기, 사진 편집 앱 사용하기, 크롭 기술, 스토리텔링 기법은 물론, 어떻게 하면 팔로워를 늘리는지에 대한 실용적인 팁도 있다.

작년 9월 <Capture Your Style>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먼저 출판된 그녀의 책은 나오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다. “영어권에 살지 않는, 적지 않은 수의 팬이 책을 샀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제가 사람들에게 행복과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니 책을 낸 게 정말 가치 있는 일처럼 느껴졌죠.” 출간 후에는 콜레트, 블루밍데일스, 다이앤 폰 퍼스텐버그 매장 같은 패션 스토어에서 북 사인회를 가졌다. “다이앤에게 서문을 부탁한 건 그저 친분 때문은 아니었어요. 그녀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를 넘어서 지식과 강인함을 갖춘 모험적인 여성 사업가죠. 제 책의 방향에 대해 조언해주기도 했고요.” 아미 송과 패션 브랜드의 관계에 대해 상업적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오히려 순수하게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MCM뿐 아니라 그녀가 눈여겨보는 한국 디자이너(SJYP, 레이크넨)와 레이블(젠틀몬스터), 뷰티 브랜드(로라 메르시에) 모두 그녀의 개인적 취향이다. “평소 제가 좋아하는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스트리트 사진에 찍혔고, 브랜드에서 연락이 왔죠. 다행히 협업한 제품은 금세 품절됐어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레이블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쓰고 있다는 건 제 기준에 부합하는 브랜드라는 뜻이기도 하죠.” 아미 송은 사람들이 더욱 개인적이고 진실한 콘텐츠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도처에 깔린 광고 사진을 SNS에서까지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들에게 더욱 열광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패션모델보다 현실에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그렇지만 자신 역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성공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제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는 학창 시절 친구가 별로 없었거든요. 450만 명과의 인간관계는 제가 얻은 것 중 가장 감사한 거예요.” 내년이면 블로그 송 오브 스타일(Song of Style)을 시작한 지도 10년이 된다. 초창기에는 패션쇼장에서 아무도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패션계의 러브콜에 디지털 인플루언서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 DBA와 계약을 맺었다. 그녀의 매니저 바네사는 촬영 중에도 다른 도시에서 있을 일정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영향력을 사회적인 활동에도 이용하고 있다. 동생 다니와 함께 ‘Two Songs’라는 티셔츠 브랜드를 론칭했다. “모든 제작 과정이 LA에서 이루어지고 공정한 임금을 지불해서 티셔츠를 만듭니다. 수익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환기시키는 게 목적이죠.” 가슴 부분에 장미 디자인이 들어간 티셔츠 수익금의 반은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쓰인다. 아미 송은 지난 뉴욕 패션 위크에서 프라발 구룽의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We Will Not Be Silenced)”가 적힌 슬로건 티셔츠를 입고 아이린, 크리셀 임, 브라이언 보이와 같은 인플루언서들과 거리를 활보했다. 이번 서울 패션 위크 기간에도 재미있는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었다. “아쉽게도 부산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갔다가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해요. 아, 그전에 김밥도 꼭 먹을 거예요!”

아미 송과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녀가 나와 마주 앉은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의 세계가 디지털에 기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녀야말로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임에도 말이다. “재밌는 건 제가 늘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는 거예요. 그건 제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요즘 사람들처럼 레스토랑에서도 스마트폰에 빠져 있거나 하지 않아요.” 그녀는 혹독한 디지털 세계에서 영민하게, 지치지 않으면서 유영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요? 전 그런 건 필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