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 볼까? -①

금쪽 같은 휴일 두 시간을 헌납할 가치가 있는 따끈따끈한 신상 컬처 아이템.

<악녀> 6월 8일 개봉 | 감독 정병길 | 주연 김옥빈

<악녀>의 화제는 단연 김옥빈이다. 여배우 단독 주연 영화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더구나 잔혹 액션이라니, 그걸 김옥빈이 어떻게 해냈는지가 궁금한 거다. 그녀는 제 몫을 다했다. 그런데 사실 주목해야 할 이름은 따로 있다. 정병길 감독은 서울액션스쿨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액션 배우와 스턴트맨을 양성하는 학교다. 전작 <우린 액션배우다>(2008), <내가 살인범이다>(2012) 모두 액션 영화에 심취한 피 끓는 젊은이가 앞뒤 안 재고 밀어붙인 작품이라는 티가 났고, 이번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디테일은 떨어진다. 로맨스는 유치하고 캐릭터는 얄팍하며 어떤 장면들은 TV 단막극처럼 허전하다. 하지만 액션 신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김옥빈이 차량 본네트에 누워 운전을 하면서 마을버스를 따라잡고, 그대로 달리는 버스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을 살육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하이라이트는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다. 액션영화 팬들이라면 <니키타>(1990)를 포함 고전 영화 오마주를 발견하며 깔깔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용순> 6월 8일 개봉 | 감독 신준 | 주연 이수경

주인공 용순은 열여덟 고등학생으로, 육상부 담당 체육 선생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왠지 체육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 같다. 용순의 친구들이 합심해서 뒤를 캐보지만 도통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설상가상 아빠는 엄마 없는 딸을 위한답시고 몽골에서 새 엄마를 데리고 온다. <용순>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대명컬처웨이브상을 받은 검증된 수작이다. 한예종 출신 프로듀서 4명이 모여 만든 제작사 아토(ATO)가 <우리들>(2016)에 이어 내놓는 작품으로, 얼핏 청량한 감성 영화 같지만 발칙한 시선과 유머감각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여기에는 진짜 소녀가 있다. 마냥 순수하게 탈색되거나 ‘요즘 애들’은 어떻다는 선입견에 끼어 맞춘 되바라진 소녀 말고, 나 혹은 당신의 과거가.

 

<비밀의 숲> tvN, 6월 10일부터 주말 오후 9시 | 연출 안길호 | 주연 배두나, 조승우

비밀의숲

할리우드 스타 배두나가 7년만에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다. 조승우는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만 영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배우다. 그 역시 <신의 선물>(2014> 이후 3년만의 방송 복귀다. 연기야 두말 할 것 없는 배우들이고, 대체 극본이 어떻기에 이런 까다로운 배우가 둘이나 섭외됐나 하는 궁금증이 가장 크다. 단서는 많지 않다. 따뜻한 형사(배두나)와 감정 없는 검사(조승우)가 검찰 조직 내 사건을 해결해가는 사회성 짙은 장르물이라는데, 극본을 쓴 이수연 작가는 드라마가 처음이고, 연출 안길호의 대표작은 <옥탑방 왕세자>(2012)라 스타일을 짐작하기 힘들다. 방법은 하나다. 본방사수.

 

<우먼 인 캐빈 10> 작가 루스 웨어 | 번역 유혜인 | 예담

우먼인캐빈_입체(띠지)

신간 <우먼 인 캐빈 10>은 호화 크루즈를 배경으로 한 밀실 미스터리다. 얼핏 아가사 크리스티가 떠오르는 설정이지만 루스 웨어의 문체는 한결 모던하다. 불평불만 많고 알콜중독자에 좌충우돌하는 주인공 ‘로라 블랙록’은 진중한 스릴러나 추리물 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칙릿 소설에 어울릴 인물로 보인다. 때문에 영미권에서 출간됐을 때 주인공이 비호감이라거나 스릴러 분위기가 안 난다는 불평도 많았지만 결과는 <뉴욕타임스> 19주 연속 베스트셀러였다. 전 세계 29개국에서 출간되고 할리우드 영화화도 결정되었다. 극중 로라는 여행잡지 기자인데, 집에서 자다가 강도를 당하고 불안과 수면부족이 겹친 상태에서 호화 크루즈로 취재여행을 떠난다. 크루즈에서의 첫날밤, 로라는 옆방인 10호실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하지만 실종자도, 살인자도 없다. 로라는 자신이 피곤과 숙취로 헛것을 본 게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면서 홀로 사건을 조사한다. 작가 루스 웨어는 전작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로 극찬을 받으며 스릴러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번 작품 역시 언제 어디서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흡인력을 가진 최고의 휴가용 추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