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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모스, 카라 델레빈, 시에나 밀러, 린제이 로한. 멋쟁이 숙녀들의 공통점은? 잘빠진 디자인에 맛도 좋은 전자담배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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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간 공중 보건의 최대 적이던 흡연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대신 또 다른 건강 유해 상품이 그 자리를 꿰찼죠. 바로 전자담배입니다.” 콜롬비아 의대 조교수 패트리샤 슈나벨 루퍼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자담배의 또 다른 이름은 ‘금연보조제’다.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고 냄새가 덜하다는 게 그 이유다.

패션 & 뷰티 월드에서도 전자담배의 인기가 뜨겁다. ‘쌈빡’한 디자인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우치 필수품이 된 ‘줄(Juul)’ 애연자 A양의 전자담배 예찬은 꽤 솔깃하다. “옷과 머리칼, 몸에 밴 담배 냄새로부터 자유로워졌어요. 전자담배를 태우다 일반 담배를 태우니 상당히 역하더군요. 또 일반 담배를 피울 땐 입술도 자주 부르텄는데 전자담배를 접한 뒤론 이런 사소한 걱정거리도 사라졌죠.” B군의 증언은 보다 구체적이다. “연초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한몫해요. 일반 담배는 한번 불 붙이면 끝을 봐야 하지만 전자담배는 내 욕구가 충족되면 더 이상 피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어요. 보통 액상 한 통을 소비하는 기간이 연초를 사서 피우는 기간보다 길어 경제적입니다.” 그래서일까? 2015년 정부의 전례 없는 담뱃값 인상 후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는 흡연자들의 차선책은 전자담배다. 맛 또한 다양해 그때그때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전자담배만의 즐길 거리. 눈살 찌푸려지는 악취가 덜해 실내 흡연 또한 가능하니 미국 보그닷컴의 말처럼 추종자들 사이에서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안전한 대안이 됐다.

일반 담배, 전자담배에 이은 차세대 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 원리는 간단하다. 전자 기기를 이용해 연초 고형물을 고열로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절반씩 섞어놓은 특성을 앞세워 세계 최대 담배 생산업체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BAT), 대한민국 ‘담배왕’ KT&G가 앞다투어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득 입속 건강을 책임지는 치과 의사는 전자담배에 대해 어떤 입장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의 반응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일반적인 담배는 니코틴뿐 아니라 타르,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수많은 유해 물질 덩어리입니다. 반면 전자담배는 흡연으로 인한 중독의 주원인인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죠. 실제로 비흡연자 입장에서 흡연자 특유의 악취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본인이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전자담배의 사용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흡연자 대부분이 흡연 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입속 피부, 즉 구강 점막에 각질이 많은 것을 자주 목격하는데 일반 담배에 비해 열로 인한 입속 피부 손상이 현저히 적다는 것도 매력적이죠.” 서울 엠플란트 치과 김정범 원장의 설명이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재차 만난 전자담배 추종자들은 죄책감이 덜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많이 피우게 된다는 부작용을 털어놨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C양이 소유한 전자담배는 두 대. 그녀는 “충전 시간을 기다리기 힘들 정도로 전자담배에 중독됐다”며 “무분별한 흡연이 두려워 잠정적으로 금연을 선언했다”고 덧붙인다.

잦은 전자담배 사용으로 우려되는 질병은 어떤 것이 있을까? 한양여대 조준호 교수 팀이 6만5,528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많이 피우는 그룹에선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치아 파절, 균열 같은 치아 손상 그리고 뺨이나 혀의 통증과 같은 연조직 손상이 더 자주 나타났다. 전자담배로 인한 황당한 에피소드도 있다. 미국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 폭발 사고가 발생해 치아 및 치조골 파절이 일어난 사례다. 전자담배 구조상 리튬 이온 배터리가 사용되기에 폭발 사고의 위험을 고려해 제조사를 꼼꼼히 따져 선택하는 것도 전자담배 사용 팁이라면 팁. 흡연자일수록 정기적인 치과 검진은 필수다. “치주염이 있는 상태로 흡연을 지속할 경우 잇몸이 훨씬 더 빨리 파괴됩니다. 사랑니 발치나 임플란트 치료 등 잇몸이 잘 아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흡연자는 치유가 더뎌지거나 되레 나빠지기 때문에 해당 치료를 받고 나선 흡연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충치 치료도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충치 발생 빈도가 더 높게 나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금연에 성공한 사람과는 상종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중독성 강한 습관으로부터의 탈출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만병의 원흉인 흡연의 굴레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전자담배로 대체하는 것도 한 방법처럼 보인다. 단, 최종 목표가 금연이라는 전제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