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 Grrrl Gurl Gworl Guhl

Fashion

Girl Grrrl Gurl Gworl Guhl

2021-01-13T23:38:41+00:00 2021.01.14|

<타임>이 2020년 새로 선정한 ‘올해의 어린이’ 기탄잘리 라오는 과학자이자 발명가다. 오염된 식수에서 오피오이드 중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발명했고, 사이버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열다섯 살 기탄잘리 라오는 “기후변화, 사이버 폭력 등 우리가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자기가 하겠다고, 내가 할 수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가 의문을 품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한 건 열여섯 살 그레타 툰베리였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직접 움직이는 건 소녀들 자신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소녀들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도착해버린 행성에서 살아갈 방법을 스스로 강구한다. 2021년 <보그>는 무한 에너지로 충만한 소녀들과 함께 시작한다. 멋지게, 귀엽게, 유쾌하게 같은, 지구의 납작한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靑少女’야말로 우리의 미래다.

 

최주은이라는 뮤지컬 넘버

최주은은 지난가을 뮤지컬 배우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2020 DIMF 뮤지컬 스타>에 참여했다. 700여 명 중에 7위에 올랐고, <레미제라블>의 ‘On My Own’을 부를 때는 2005년생, 열여섯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이 애절하게 부르는 곡인데, 어린 나이인 제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웠지만, 워낙 좋아하는 넘버라 도전했어요. <위키드>의 ‘마법사와 나’도 즐겨 불러요. 엘파바가 희망에 차서 부르는 곡이라 덩달아 마음이 밝아지거든요.” 최주은은 어릴 적부터 <맨 오브 라만차>, <프랑켄슈타인> 등의 작품을 보며 뮤지컬 배우를 꿈꿨고, 열네 살에 처음으로 DIMF에 도전했다. “DIMF는 저 같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에겐 큰 기회거든요. 당시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어요. 2년간 열심히 공부한 뒤 열여섯 살인 2020년에 재도전한 거죠. 종합예술인 뮤지컬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지금처럼 연기와 노래 연습을 꾸준히 해서 납득이 되는 실력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언젠가 최주은이 가장 꿈꾸는 역할 <번지점프를 하다>의 여주인공 태희로 만나게 되길.

축구공 프린트 원피스는 한킴(Han Kim).

 

유리처럼 투명하게 반짝이는 유재현

청담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2004년생 유재현은 옷이 좋아 모델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에스팀 모델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경력이 짧다 보니 아직 많은 촬영을 못해봤지만 변신할 때마다 제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즐거워요.” 강아지처럼 까맣고 동그란 눈이 매력적인 열일곱 소녀의 롤모델은 클라우디아 쉬퍼. “모델로서도 독보적인 활약을 보였지만 여러 면에서 다재다능하잖아요. 건강한 몸과 지적인 분위기까지! 저의 워너비예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등 아웃도어 스포츠를 섭렵했다는 유재현은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과 필라테스를 하며 몸을 가꾸고 있다. “앞으로도 순수함과 발랄함만은 잃고 싶지 않아요. 밝고 투명하고 자유롭게 지낼 거예요!”

패션이 전부인 정하영

‘고등학생 간지대회(고간지)’로 이름을 알린 정하영은 2002년생으로 이제 막 성인이 될 준비를 끝냈다.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정하영은 패션에 대한 열정 하나로 중학교 3학년 때 본가인 광주를 떠나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부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셨지만 신중히 결정했으리라 믿는다며 지지해주셨어요. 고간지 파이널 무대에 제 결정을 존중해주신 부모님을 모실 수 있어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몰라요.” 20대를 코앞에 두고 아쉬운 점을 묻자 ‘학창 시절이 없는 것’이라 답했다. “고교 1학년 때 자퇴했어요. 앞으로 하려는 일이 너무 확실한데, 고등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거든요. 지금은 원하는 대학 두 곳에 수시로 합격해 어디를 선택할지 고민 중이에요.” 요즘 한창 빠진 건 유튜브 콘텐츠 제작이다. “영상 편집을 독학으로 익혔어요. 지금은 브이로그 위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는데, 언젠가 아트 디렉팅도 하고 싶어요.” 열여섯 살에 처음 런웨이에 서며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여긴 열아홉 소녀의 꿈은 이토록 사랑하는 패션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는 것이다.

체크 블루종과 치마, 이너로 입은 고양이 프린트 셔츠, 크리스털 장식 스트랩 슈즈,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회색 블루종, 트레이닝 쇼츠와 검은색 플랫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고소현을 좋아하세요?

“제7대 불가사의, 8대, 9대 불가사의 같은 거예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핀커스 주커만이 처음 고소현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을 때 했던 말이다. 백발의 거장은 덧붙였다. “이런 종류의 재능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실제로 보고 들으면, 와, 기적 같습니다.” 2016년 당시 주커만은 열한 살 고소현과 내한 공연 무대에 올랐고 지금도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전설의 무대가 탄생했다. 십수 명의 연주자 그리고 주커만과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고소현은 악기를 연기한다기보다 온몸에서 선율이 흘러나오는 듯하다. 바이올린과 고소현 사이에는 어떤 경계도 느껴지지 않는다.

주커만의 제안으로 미국 맨해튼 스쿨 오브 뮤직에서 지도를 받고 있는 고소현은 2006년생으로 여전히 경이로운 연주를 해오고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재능은 주어진 것이지만 손가락 뼈가 닳을 정도로 연습하는 건 고소현 자신이다. 얼마 전 촬영한 엑스레이 필름에는 평평하고 뭉툭하게 다 닳아버린 왼쪽 손가락이 찍혔다. 활을 잡는 오른손의 뾰족한 뼈와 닳아버린 왼손이 대비가 됐다. 고소현은 개구리 손 같지 않느냐고 씨익 웃으며 왼손에 뭐가 묻는 게 제일 싫다고 말했다. “요즘은 연습을 대여섯 시간으로 줄였어요. 매일 기대되고 설레는 시간이죠. 무대에는 다 쏟아내고 즐기자는 각오로 오르는데, 사실 무대에 서면 정말 즐기는 상태가 돼요.”

얼마 전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실제와 달리 주눅 들어 있는 학생을 연기한 고소현은 차이콥스키 콘체르토, 모차르트, 바흐, 파가니니를 비롯해 여러 소품곡을 연습 중이다. “공연이 있어 베토벤 ‘로망스 2번’을 연주하고 있는데 사실 배경지식 없이 들으면 그저 아름다운 곡이에요. 그런데 실제로는 베토벤이 사랑에 실패하고 자살까지 생각하면서 쓴 곡이거든요. 내면의 슬픔을 느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그냥 바이올린이 좋아서” 연주한다는 고소현은 듣는 사람들이 또 듣고 싶고 어떤 여운이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지만 음악을 즐기면서 세계에서 환영받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데 언젠가 조수미 님, 조성진 님과 공연하고 싶어요. 조성진 님의 ‘라피협(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 정말 가슴에서 뭔가 올라온다니까요(웃음).” 고소현이 생각하는 바이올린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바이올린은 내가 표현하는 대로 소리가 나와요. 기분에 따라 슬프게도, 기쁘게도 나오거든요. 바이올린으로 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요.”

 

 

진실의 프레임 속에서, 문지원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만화 전시 <열여섯 살이었지>에 웹툰 <어느 소녀의 이야기>를 전시 중이에요. 201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학생·청소년 작품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작품이에요. 작품을 준비하며 속상하고 화가 났어요. 진짜 역사 그 자체잖아요. 강제 동원이 아니라 제 발로 가서 지원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어요. 풀리지 않은 사건의 진실을 모두 알았으면 좋겠어요. 2004년생이지만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실제 역사가 현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예요. 옛날 사람들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해요. 동북 공정처럼 중국의 역사 왜곡을 진실하게 알린다든지, 오토바이를 타는 양반이나 기타를 연주하는 기생처럼 한 장면을 그려보고도 싶어요. 요즘에는 시험 기간이라 힘들지만 시간 날 때마다 꼬박꼬박 이야기를 짜고 그림을 그려요. 현대시 필사도 좋아해요. 얼마 전에 정지용 시인이 윤동주 시인 시집에 써준 서문을 필사하면서 ‘글에도 자신만의 그림체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모의고사에 ‘이 시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떤 색감을 사용하면 좋을까?’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시를 일러스트로 그린 뒤 ‘시의 제목을 맞혀보라’는 게시물을 SNS에 올려봐도 좋을 듯해요. 앞으로도 그림을 계속 그릴 테지만 생명공학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요. 어느 연구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04년까지 1,500여 개 백신을 만들었는데 그중 단 10개만 개발도상국의 질병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는 선진국을 위해 만들었대요. 저라도 이윤을 따라가지 말고 윤리적으로 옳은 일을 하고 싶어요.”

다채로운 식물 장식을 더한 데님 오버올과 캔버스화, 스트라이프 셔츠는 페인터스(Painters).

 

성장하는 소녀를 위하여, 박지은

처음 웹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엄마 영향이 가장 컸다.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모브사이코 100>이라든가 <원펀맨>. 만화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작품은 <강철의 연금술사>. 복선, 이른바 ‘떡밥’이 견고하게 잘 짜인 작품에서 매력을 느낀다.

처음으로 그린 만화는. 각 잡고 그린 만화는 201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학생·청소년 작품 공모전에 출품해서 장려상을 받은 <기억할게>가 처음이다. <기억할게>는 작업하면서 피해자분들이 혹시라도 아픈 기억을 떠올리실까 봐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자료를 조사해본 적 없을 만큼 많이 찾아봤다. 마지막 장면은 실제 우리 학생들 얘기를 담았다. 사회운동 하는 친구들이 배지를 만들어 판매해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위해 기부했는데 학생들도 할 수 있는 게 있음을 보여준 모범적 사례라고 여겼다. 소녀상에 목도리를 둘러주고 핫팩을 가져다주는 사람들을 봤는데 우리와 위안부 피해자를 연결해주는 듯 느껴졌다.

평소 관심을 갖는 주제는. 주인공들의 성장 스토리를 좋아한다. 일본에서는 소년만화라고 하는데 그렇게 부르는 건 싫다.

왜 소녀만화가 아니라 소년만화라고 하나. 일본은 성 고정관념이 강하다. 여자는 무조건 연약하고 가녀리게, 남자는 무조건 강하고 열정적으로 그린다. 여자 캐릭터는 늘 노출을 하거나 남자 주인공을 빛내기 위해 소모되는 모습을 보여줘 속상했다. 나는 여성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활약하는 작품을 좋아했다.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하는 <파워퍼프걸>이나 <프리큐어> 등. 실제로 나 역시 중학생 때까지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더 성장하고 보니 아니었다. 여자도 충분히 훈련하면 싸울 수 있다. 이제는 여자애들이 무서워하고 남자애들이 나서서 싸우는 상황이 이상하게 보인다. 만화를 보면서 나 역시 성장한 셈이다. 만화를 계속 그린다면 최종 목표는 사람들이 잊어버린 걸 깨닫게 하는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물론 성별에 관계없이 캐릭터의 서사가 중심이 되는 만화다.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은. 관계의 중요성. 우정, 효도 등 우리에게 부족한 감성. 사실 청소년의 사상을 주도하는 것도 만화다. 인터넷에 떠도는 밈이나 움짤도 만화로부터 굉장히 많이 나온다. 그래서 작가들이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만화는 죄다 일진물이다. 폭력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은 웹툰 플랫폼에서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

웹툰 플랫폼이 제재에 소극적인 건. 매출이 뚝 떨어지니까. 인권이든 여성 평등이든 모든 게 난장판이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계속 분노하다 보면 언젠가 나아지리라 믿는 게 중요하다.

학생 신분으로 만화를 그리는 건. 제약이 크다. 무엇보다 입시의 폐해가 크다. 정해진 시간 내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게 입시 제도다. 사람마다 그림 그리는 방식이 다른데 시간 내에 무조건 완성해내야 한다. 2001년생인 나 역시 입시를 준비하며 손목에 여러 번 이상이 생겼다. 아이들의 꿈을 시험하지만 막상 대학에 가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없을 만큼 심신이 상해 있다. 학생 복지가 정말 부족하다. 이 나라에서 학생들은 결국 약자니까. 열정 페이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학교에서 한국은 인력을 자원으로 쓴다고 배웠는데 그렇게 가르쳐야 할까. 물론 우리나라 기술이 좋다. 하지만 인간성까지 잃어가며 경쟁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좋아하는 말 있나. “까짓거 한번 해보자.” 에반게리온으로 만든 밈인데 힘들 때 친구들한테 말하기도 하고,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겠냐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싶다. 만화도 작업할 때는 지옥 한가운데 떨어진 것 같은데 끝나고 나면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또다시 지옥에 떨어진다. 하하.

구조적인 실루엣의 원피스와 태슬이 달린 부츠는 페인터스(Painters).

 

이레가 확장하는 소녀의 서사

붉게 칠한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흘렀다. 순간에 집중한 이레의 감정이었다. 영화 <소원>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 이레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오빠생각>, <반도> 등을 거치며 소녀가 어른의 어린 시절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레의 눈물을 보며 10대의 삶이 궁금하고 이레의 웃음을 보며 10대의 생각이 궁금하다.

드라마 <안녕? 나야!> 촬영 중이다. 서른일곱 살 주인공이 열일곱 살의 나를 만나는 판타지 성장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과거에 당당하던 내가 지쳐 있는 미래의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주제가 새로웠다. 어릴 때는 누구나 크면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미래에 내가 그런 모습이 아닐 때 어린아이가 어떤 마음일까 연구하며 흥미를 느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영화 <반도> 이후 다른 이미지를 선사하고도 싶었다. <반도>에서는 시니컬하고 걸파워가 보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은 미래를 상상하지 않나. 사회생활 아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깨닫는 게 많다.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그려질 수 없다. 그래서 막연한 미래를 먼저 상상하기보다 지금을 더 즐기고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촬영한다. 노력 없이는 어떤 성과도 누릴 수 없다.

차기작이 이어진다. 오컬트 영화 <사흘>을 찍었고 연상호 감독의 <지옥>에도 캐스팅됐다. 끌리는 작품에 공통점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어떤 캐릭터든 새롭게 느껴지고 그 캐릭터를 연기할 상상에 설렌다. 자연스럽게 몰입되면서 ‘아, 이거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까지 연결된다.

부일영화상에서 <반도>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축하한다. 많은 분이 <소원>으로 기억해주시니 지금의 나를 보여줄 터닝 포인트 같은 영화가 없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준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고 촬영 현장이 아주 즐거웠다. 시나리오 자체가 희로애락이 있어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다.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고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정도인데, 한마디로 <반도>는 나에게 선물 같은 영화다.

기존 영화는 아이들을 늘 어른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봤다. 하지만 <반도>라는 디스토피아에서 위기를 주도적으로 헤쳐나가는 건 당신이다. 영화를 보고 새삼 나이를 찾아봤다. 다들 놀라시더라. 걔가 열다섯 살이라고?(웃음) <소원>의 걔가 <반도>의 걔라고?

그래서인지 이레는 아역 배우보다 배우로 느껴진다. 성인 캐릭터의 어린 시절보다 처음부터 온전히 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영향이 있는 듯하다.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나. 아직까지 역할에서 아역 배우의 타이틀이 더 크다. 그런데 아역 배우라는 타이틀에만 몰두하면 나중에 커서 연기할 때 그 타이틀을 벗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있다. 그래서 나 자신부터 나를 배우로 보는 연습을 조금씩 하려고 노력한다.

10대의 서사가 사실 굉장히 풍부하고 넓지 않나. 특히 채널이 다양해지고 여러 장르의 작품이 쏟아지면서 배우로서 체감하는 변화도 있을 듯하다. 맞다. 예전보다 캐릭터의 폭이 좀 더 넓어진 것 같고 흥미롭다. 어리광을 부리거나 귀여운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이대의 다양한 역할로 다가가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아역 배우들도 자신을 배우로서 여기며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그런 선배가 되어주고 싶다.

‘천재 아역’으로 불린다. 연기 천재의 연기법을 알려준다면. 습관이 하나 있다. TV나 영화를 볼 때 성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의 대사나 표정을 따라 한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내 역할에 대해 상상한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 어떤 말투를 쓸까 생각하면 캐릭터에 몰입된다. 하지만 천재 아역이라는 수식어는 와닿지 않는다. 내 눈에는 부족한 모습이 수없이 보인다.

예전에 출연한 작품을 다시 보기도 하나. 가끔 보는데 나 자신이 진짜 새롭다(웃음). 예전에는 왜 이렇게 했을까 하고 후회되던 장면이지만 지금은 나름 귀엽게 보인다. 그래서 <반도>나 <안녕? 나야!>에서도 부족한 연기를 보였을 때 위안을 삼는다. 나중에 내가 귀엽게 보지 않을까 하면서.

여덟 살에 찍었던 <소원>은 어떤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사실 그때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웃음). 그냥 나오는 대로 표현했다. 돌이켜보면 연기는 정말 어렵고 내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게 달라지는데 그 나이에 나 자신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그때는 천재가 맞았나?(웃음) 이제 진짜 노력해야 하는 시기다.

지금은 연기가 왜 좋나. 사람들이 제3의 사람을 “쟤는 저런 캐릭터야”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그게 참 싫다. 나는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데 하나의 캐릭터로 정의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 다양한 면이 보이고 새롭게 나를 표현할 수도 있다. 물론 책임도 따르지만 그런 면에서 나에게 연기는 그냥 놀이다. 연기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인스타그램에 춤추고 노래하는 게시물이 다수다. 흥에 겨워 나오는 건가, 연습의 결과인가. 정말 지극히 흥에 겨워 나오는 춤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 사실 꿈은 가수였다!

지금 3대 대형 기획사에서 걸 그룹 제안을 한다면. 실력이 부족하다(웃음).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함께한 소속사와 추억이 많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질문은 어떤가. 현재 소속사에서 음악 사업을 한다면. 요즘 ‘부캐’가 유행이지 않나. 그렇다면 할 수 있다.

10대에는 정신을 지배하는 음악이 있다. 당신에게도 그런 노래가 있나. 한번 빠지면 그 노래만 엄청 듣고 금방 식어버린다. 특정 곡을 꼽을 수 없다.

오늘은 무슨 음악을 들었나. 요즘에는 BTS 정국이 부른 ‘Still With You’, ‘10000 Hours’.

아미인가. 아아, 신비주의로 가려고 했는데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웃음).

BTS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 한 번도 다른 아이돌에게 마음을 빼앗겨본 적이 없다. 진짜다(웃음). 그런데 BTS에게는 마법처럼 끌렸다. 무대나 노래로부터 위로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BTS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안녕? 나야!> 캐릭터 설명이 “모든 일에 뜨거웠던 열일곱 살”이다. 열다섯 살 이레는 어떤 일에 뜨거운가. 뜨겁지 않은 게 없다. 연기도, 취미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더 뜨겁게 사랑하고 아끼고 싶다.

현재 이레를 수식하는 형용사를 붙인다면. ‘단단한 이레’는 어떨까. 단단한 이레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섯 무지개 소녀 나나, 우연, 소라, 민서, 루시

우아!가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주변의 공기까지 알록달록한 색깔을 띠는 듯했다. 벽에 기대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소녀들은 촬영 시안을 보자 ‘더 특이한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러니까 우아!는 귀엽고 예쁜 모습보다 분방한 모습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 그들 자신처럼 말이다. 그룹명 woo!ah!(우아!)는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는 아이들이라는 의미다. 2020년 5월 데뷔곡 ‘우아!(woo!ah!)’로 새로운 세계가 되어줄 테니 맘껏 소리 지르라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두 번째 앨범 타이틀곡 ‘Bad Girl’에서도 이기적이고 뻔뻔하게 살겠다고, 뭐가 됐든 간에 멋대로 살겠다고 노래한다. 우아!는 자신다운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Z세대의 세계관 그 자체다.

감탄사, 우아하다 등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이름을 가진 다섯 소녀는 그룹명을 좋아한다. 우연이 말한다. “사람들이 ‘우아!’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뭔가 신기하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을 때 그렇죠. 우아! 정말 좋지 않나요.” 나나 역시 동의한다. “대중이 봤을 때 ‘우아!’ 하고 감탄사가 나오도록 하겠다는 공식적 의미가 가장 와닿아요. 가수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고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남들과 다르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고 희열을 느껴요.” 우아!를 소개하면서 다섯 소녀는 ‘우아답다’는 말을 고유명사처럼 사용한다. 우아!는 텐션이 정말 남다르고 아직 보여드릴 게 무한하다면서. “퍼포먼스에서도 힙한 제스처가 많아요. 안무를 빈틈없이 맞추기보다 감정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도록 구성하곤 해요. 남들이 하지 않은 동작, 남들이 하지 않은 구성이 많죠.” 루시에 이어 소라가 덧붙인다. “우아!라서 가능했다, 우아!라서 색달랐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우아!로서 하나 된 색깔을 띠지만 다들 개성이 대단하거든요. 어떤 행동을 하고 무슨 노래를 불러도 역시 우아!답다고 인정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도전하고 싶어요.”

우아!는 나나, 우연, 소라, 민서, 루시가 오랫동안 꾼 꿈이다. 멤버마다 1년에서 3년 가까이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루시는 아역 배우로 활동했는데 늘 TV에 나오는 가수를 보면 알 수 없이 가슴이 뛰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소라는 어릴 때부터 K-팝을 좋아해 일본에서 한국까지 왔다. 무대는 다섯 소녀가 가장 동경하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나나는 말한다. “댄스부 활동을 하며 무대에서 관객으로부터 들리는 환호에 전율이 흘렀어요. 무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작했어요.” 우연은 밴드부 보컬로 무대에 선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밴드부 보컬을 했는데 관객에게 뭔가를 전할 수 있다는 행복을 느껴 도전했어요.” 민서는 꼬꼬마 시절을 회상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가 나오면 무조건 춤을 췄어요. 의자를 가져와 춤추고 막대기를 가져와 춤췄죠.”

데뷔 후 ‘우아!’ 하고 감탄한 순간을 묻자 우연은 “이번 앨범 컴백 쇼케이스에서, 진짜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보여드리던 순간. 진짜 떨렸고 행복했어요”라고 답한다. 무대에서 듣는 환호성을 꿈꾸며 이 자리까지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직 관객들을 만나지 못했다. 영통 ‘팬싸’에서 팬들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신기하고 감사하던 마음은 계속 간직하고 있다.

셔터가 터질 때마다 새로운 포즈를 취하던 다섯 소녀는 중간중간 손가락 깍지를 끼거나 팔짱을 낀 채 멤버들을 지켜봤다. 이런 ‘밀착’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걸어온 소녀들의 유대감이다. 손을 잡으면 긴장이 풀리고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믿을 수 있는 구석, 무슨 일을 해도 같이 있기에 생기는 시너지. 소녀들은 서로를 믿으며 나아간다. 민서가 말했다. “무대에 올랐을 때 다들 제일 재미있어해요. 연습해온 것을 직접 보여드리는 순간이잖아요. 퍼포먼스를 하다 멤버들끼리 잠깐잠깐 눈이 마주칠 때가 있어요. 늘 웃고 있는데 그 감정이 다 느껴져요. 그때마다 조금씩 더 힘을 얻고 그 힘으로 더 즐겁게 활동해요.”

한과 흥을 갈망하는 구민정

지난해 11월 방영된 <SBS 스페셜>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 편에서 아니리로 국악 팝 밴드 이날치를 소개한 2012년생 구민정. 우연한 기회로 <얼쑤! 우리가락>, <국악한마당> 등에 출연한 뒤 ‘사천 국악 소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구민정이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여섯 살 무렵이다. 한복을 몹시 좋아하던 소녀는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노래하는 사람을 흉내 내며 놀았다. 한복을 입고 자는 경우도 많았고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도 리본 핀 대신 비녀를 골랐다. “TV에 나오는 명창처럼 저도 판소리를 하면 엄마가 고운 한복을 사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유튜브를 보며 따라 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구민정의 꿈은 국악인 박애리처럼 대한민국 명창이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2시간씩 연습하고 주말에는 가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으로 레슨을 가요. 방학에는 지리산 깊은 곳으로 소리 공부를 떠나고 명창들이 표현하는 ‘심청가’를 듣기 위해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공연을 찾아다니기도 하죠.” 판소리는 우리 민족의 한과 흥을 알아야 발림(판소리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까지 잘 표현할 수 있는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 그 부분이 가장 어렵다는 아홉 살 소녀다. 더 많은 사람이 댄스 뮤직과 트로트처럼 우리 가락도 즐겼으면 하는 것이 민정이의 소망이다.

저고리 안에 입은 갈색과 하늘색이 섞인 원피스는 기준(Kijun).

 

그레타 툰베리 그리고 김도현

“2018년 폭염으로 현장 노동자들이 쓰러지는 뉴스를 보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꼈어요.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해외 청소년들이 결석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개인적 실천을 넘어 이런 방식의 저항도 있음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청소년기후행동’ 단체에 합류해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2003년생인데 초반엔 또래 친구 대여섯 명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120여 명이 함께하고 있죠. 우리의 활동은 다양해요. 2019년에는 기후 위기에 대한 청소년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학교를 결석하고 광화문에서 시위를 했어요. 2020년에는 서울시교육청에 ‘탈석탄 금고 지정’을 촉구해 참여를 이뤄냈고, 전국 10개 교육청으로까지 확대됐죠. 지난해 3월에는 헌법소원도 냈어요. 정부와 입법기관인 국회가 기후 위기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기에 생명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에요.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 중립 비전을 발표했는데, 반가운 변화지만 세부 사항이 미흡해서 그를 촉구하는 시위도 계획 중이에요. 활동하면서 보람도 느끼지만 가끔 우리를 ‘기특한 아이들’로만 보는 시선이 실망스러워요. 인터뷰할 때도 우리가 활동하는 건 칭찬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책 변화를 위해서라고 강조해요. 진심으로 기후 위기를 막고 모두의 미래를 지키고 싶어요. 특히 기존 산업에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산업으로 변환할 때 관련 노동자의 희생을 막는 제도와 교육을 행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야 해요. 종국에는 기후 위기 해결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여러분, 발등에 불 떨어졌어요! 아직 환경보호라면 북극곰을 떠올리며 추상적인 것, 먼 일로 여기는데, 생존과 안전을 위해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위해는 더 가난한 국가와 계층에 전가하고 있기에 책임을 느껴야 해요.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고통을 겪게 될 거예요. 지금 행동하세요!”

화이트 톱과 셔링 디테일 파란색 치마는 기준(Kijun), 화이트 부츠는 렉켄(Rekken).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하선호

짧은 데님 스커트에 항공 점퍼 차림으로 <보그> 촬영장에 들어선 2002년생 뮤지션 하선호.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카메라 앞에 서자 강렬한 눈빛으로 속사포 랩을 쏟아냈다. 랩을 시작한 계기 노래방.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자주 갔는데 어려운 랩 파트를 성공하고 나면 성취감이 엄청났다. 나 스스로가 아주 멋있게 보였다. 그때부터 조금씩 어려운 랩을 연습하고 작사도 하며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고등래퍼>와 인연 <쇼미더머니 6> 출연이 계기다. 1:1 배틀까지 갔다가 탈락했는데, 그걸 본 <고등래퍼> 작가님이 연락하셔서 ‘예비 고 1’ 신분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다. 롤모델 CL.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다. ‘음악’이 아닌 ‘연기’로 진로를 결정한 이유 뭔가 배우는 데 늘 진심이다. 지금은 연기에 관심이 있어 대학 진학 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 랩은 늘 그래왔듯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 전공 수업으로 랩을 ‘배우고’ 주입되면 나 스스로 틀에 갇힐 것 같았다. 어린 시절의 하선호 성격은 비슷하다. 즉흥적이고 호기심 많고 결정이 빠르다. 큰일을 결정하기 전에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기억 속의 일탈 매일 똑같은 일상을 탈출하고 싶었던 중학생 때,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30분 이상 간 적 있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었던 건 아니다. 문구점이나 서점에서 사고 싶은 걸 샀다. 어른들이 ‘이 어린 꼬마가 학교에 안 가고 여기서 뭘 하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 워낙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산책하고 책도 읽고 하루 한 끼는 혼자 밥 먹어야 마음이 편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때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하다. <요즘 영어>라는 책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도와주셔서 흥미롭게 책 제작에 참여했다. 요즘 관심사 단연 수험표 할인. 팬데믹 때문에 외출하기 힘들지만 최대한 기회를 누리려는 중이다. 서점 10% 할인 찬스로 사고 싶었던 책을 왕창 사고 최근에 안경점에서 아빠와 안경도 하나씩 맞췄다. 인생에서 먹는다는 것의 의미 인생 모토가 ‘어차피 배부르고 어차피 살찔 거면 맛있고 먹고 싶은 걸 먹자’다. 맛집 깨기가 평생의 목표일 만큼 미식에 관심이 많다. 스마트폰에 맛집 리스트를 기록한 나만의 비밀 메모가 있다. 최근에는 SNS에서 수집한 정보로 클램 차우더 맛집에 갔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최근의 성과 처음으로 스타벅스 프리퀀시 모으기에 성공했다! 커피를 안 마셔서 지금까지는 도전할 생각도 안 했는데 시즌 한정 메뉴인 ‘캐모마일 릴렉서’ 덕분에 큰 성과를 냈다. 이게 이토록 가슴 벅찬 일인지 처음 느꼈다. 2020년과 나의 열아홉 별다른 노력과 성과 없이 흐지부지 2018년을 보내서일까? 2020년은 매우 만족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결과도 좋았다.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시점에서 굉장히 뿌듯하다. 10대 소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정말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의무교육까지는 꼭 충실히 받으라는 것! 꿈을 좇는 것도 좋지만 의무교육을 소홀히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 하고 싶은 일은 그 후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배윤진

2008년생 배윤진은 한국 여자 초등부 200m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28일 충북 보은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국초·중·고등학교 학년별 육상대회 여자부 200m 결선에서 26초 10의 기록을 냈다. 이는 8일 전인 20일 문화체육부장관기 여초부 200m 결선에서 세운 자신의 26초 12 기록을 0.02초 앞당긴 것이다. “실감 나지 않았지만, 나중에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초등학생임에도 163cm로 키가 훤칠한 배윤진이 수줍게 말했다. 배윤진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주변의 권유로 인천시교육감기 육상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육상 전문 학교인 일신초등학교로 스카우트됐다. 당시 전교 1등을 할 만큼 공부도 잘했지만 “할수록 재미있는 육상”의 길로 들어섰다. “육상은 특별한 도구 없이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달릴 때 저를 감싸는 바람이 좋아요.” 지금까지 매일 훈련을 반복하지만 한 번도 지루한 적 없다. “이전보다 나아지길 고민하며 훈련하기에 매일이 새로워요.” 육상을 하며 기억나는 순간은 신기록 경신보다도, 인천시교육감기 초등학생 육상대회에서 일신초등학교가 2년 연속 종합 우승을 했을 때다. “친구들과 함께 참가해 학교 단체로 1등을 했어요. 저 혼자 메달 따는 것보다 훨씬 기뻤죠.” 배윤진의 목표는 “중학교에 입학해 중등부 신기록을 세우는 것, 어른이 돼서는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는 이거다. “정혜림 선수의 영상을 보면 달리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저도 지금처럼 평생 즐기며 달리고 싶어요.”

 

톱은 기준(Kijun).

배우로 자라는 소리, 문승아

홍의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소리도 없이>는 조직원의 살인을 뒤처리하던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이 뜻하지 않게 초희(문승아)를 납치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의 시작은 <별주부전>의 아이러니다. 용왕에게 간을 뺏기지 않으려고 거짓말한 토끼가 얄미운 캐릭터로 치부되는 것이 감독은 어릴 적부터 이해되지 않았다. 토끼는 생존을 위한 행동을 했으니까. <소리도 없이>에서 문승아는 토끼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감독은 “이 영화는 생존의 이야기이며, 승아는 <별주부전>의 토끼, 유아인은 거북이”라고 설명한다. 영화에서 생존을 위해 명민하게 움직이는 초희는 보기 드문 아이 캐릭터였다. 문승아는 2009년생, 아직 열두 살이지만 감독이 영화의 키워드로 언급한 ‘생존’의 의미를 체득하고 연기했다. “초희가 납치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빨래를 하고 착해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점점 더 마음이 갔죠.” 문승아는 연기를 말할 때 어른스럽지만 평소에는 와플을 좋아하는 발랄한 초등학생이다. 영화 촬영 중 즐거웠던 순간도 “배우 유아인과 자전거를 탔을 때, 토하는 장면에서 바나나 맛 토가 맛있던 것”을 꼽았다. 연기 경력은 오래지 않다. 연기를 배운 지 3개월 만에 2019년 <흩어진 밤>의 수민 역에 캐스팅됐고,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기대하지 않아서 제 이름이 불리는 줄도 몰랐어요. 아빠 역할을 맡은 배우님이 알려줘서 알았죠. 상 받으면서 울먹이는 장면을 친구들이 ‘짤’로 만들어서 놀려요.” <흩어진 밤>에 이은 두 번째 출연작이 <소리도 없이>다. 문승아의 꿈은 엠마 왓슨 같은 배우. “모델, 아이돌, 군인, 판사, 꿈이 정말 많았어요. 이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러 인생을 살아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