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던 샤넬의 오뜨 꾸뛰르 컬렉션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패션계에서 굳건한, 은색빛과 거울로 가득한 쇼를 선보인 칼 라거펠트.
샤넬(Chanel)의 꾸뛰르 쇼는 차가운 은색빛으로 가득한 쇼장 하나만으로도 그랑 팔레 미술관 전체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바닥과 벽 모두 거울로 만들어진 무대를 배경으로, 모델들은 우아하게 테일러드된 옷을 입고 등장했다. 모든 착장에는 모자에 들어간 작은 장식부터 코코 진주까지 반짝거리는 장식물이 들어가 있었다. 메탈릭한 효과가 너무 강렬해 쇼가 끝날 때 즈음엔 한 벌의 드레스 전체가 반짝여 보였다.
“완벽해야 해요. 글리터든 은색이든 반짝이는 것들을 넣었어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는 메탈릭한 소재의 재킷, 장갑부터 주머니 속 스마트폰까지 은색 착장을 입고 있었다.
그는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1926년도에 만들어진 동상 <숟가락 여인(Spoon Woman)>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샤넬 여인을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비율로 만들어진 새로운 모습의 코코 트위드 수트와 드레스는 모두 허리보다 높은 위치에 벨트가 매어져 있었고, 힙을 부풀려 과장된 실루엣을 연출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은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한 컬렉션, 작은 모자를 쓰거나 짧은 머리를 머리에 꾹 누른 스타일, 허리 높이 매어진 벨트와 반짝이는 하이힐 슈즈로 정의내릴 수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패션계 속에서, 샤넬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군대처럼 작은 디테일들까지 완벽했다.
이 모든 것은 완벽한 꾸뛰르였다. 모든 것이 심플해 보이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하게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단순한 트위드 수트가 아닌, 자세히 봤을 땐 한땀 한땀 손으로 짜여진 것, 또는 커다란 핑크색 깃털 장식들과 정교한 자수 장식들이 들어간 드레스. 고무로 짜여진 드레스도 있었다고 한다.
줄 지어진 모자들을 보니 라뒤레(Ladurée)의 파스텔톤 마카롱이 생각났지만, 칼은 평상복 수트에는 초록색과 라일락 색을, 이브닝웨어에는 짙은 파란색 등 과감한 색상도 추가했다.
이번 컬렉션은 정확함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완벽한 꾸뛰르와 칼 라거펠트의 오리지널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컬렉션이었다. 고객들을 충격에 빠트릴 컬렉션은 아니었으며, 시끄러운 세상 속 하나의 평화로운 오아시스 같았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1982년부터 샤넬에서 35년간 일해온 라거펠트는 정통적인 샤넬로 돌아갈 때도 있었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때도 있었다.
이번 시즌은 2017 S/S 오뜨 꾸뛰르 시즌이기 때문에 블랙 앤 화이트 트위드, 또는 옅은 색상으로 만들어진 수트가 있는 것이 맞다. 메탈릭한 소재를 기초로 하여, 가벼운 프릴과 튤 또는 깃털 장식이 올라가 있는 의상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쇼는 폭풍 전야와도 같았다.
칼은 정치를 논하지 않지만, 완벽하게 차려입은 상태로 백스테이지에서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 보였다.
“저는 꾸뛰르 디자이너들이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것에 질렸어요.” 그는 분명 디올(Dior)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를 겨냥하고 이야기한 것일거다.
현대 여성들이 낮에 입는 평상복, 칵테일 드레스, 이브닝 가운까지, 옛 시대의 여성들로 돌아갈 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고객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번 컬렉션은 성공적이었다는 것이다.
- 글
-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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