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이국적인 한국의 맛

2019.06.28

이국적인 한국의 맛

역삼동에서 맛보는 무척 이국적인 한국.

동해의 보라성게 요리. 속에 에스푸마를 얹어 한국의 성게 맛을 듬뿍 살렸습니다.

미국의 프렌치 런드리, 영국의 레드버리 외에도 전 세계 스타 레스토랑 20여 곳에서 경험을 쌓고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호주 태즈메이니아 출신 요리사,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를 설명하는 첫 번째 관용구입니다. 두 번째 관용구는 ‘팝업 선수’. 한국에 정착하기 전, 조셉 셰프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타이베이, 호찌민, 방콕, 베이징, 심지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11개국 16개 도시에서 팝업 레스토랑 투어를 돌았거든요. 서울에서도 그는 팝업 중독이었습니다. 한남동 라퀴진 등 다양한 장소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수시로 열어 산과 들을 헤매며 쌓아온 한국 식재료 연구의 성취를 다이너들과 공유하곤 했답니다.

조셉 셰프가 한국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일화는 그에게 무척 매력적이고 특별하게 여겨지던 깻잎을 어느 식당에서나 공짜로 주고 있다는 것. 흔한 식재료인 깻잎과 우렁이를 흑임자 소스를 더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귀중하게 이용했습니다.

지난 2월 역삼동에 그가 연 레스토랑 ‘에빗’은 셰프 조셉이 그간 전 세계와 한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이룩한 독특한 세계관이 한데 녹아 있는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연구실 풍경처럼 눈앞을 메우는 절인 채소와 장이 가득 늘어선 선반! 때로는 미역을, 때로는 직접 띄운 메주를 걸어놓은 주방의 강렬한 인상, 그리고 어느 한국인보다 더 폭넓고 깊은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풍부한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만들어낸 특출한 관점의 요리까지. 한식이 파인다이닝의 트렌드 키워드가 되면서부터 우리는 한국적 식재료도, 고전적 조리법도 접해왔지만 조셉이 제안하는 코스모폴리탄적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요리에는 어떤 종류의 생경함이 숨어 있기에 신선하고, 때론 충격적입니다.

개방된 주방에 상당한 비중을 둔 에빗의 내부 모습.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또 한 명의 익숙한 이방인, 소믈리에 더스틴 웨사가 주방 밖에서 펼쳐내는 한국 술의 세계관 또한 셰프 조셉의 생경한 친숙함을 빼닮았습니다. 봄이면 야생의 들풀을 모으고, 가을이면 버섯을 따고 잣을 털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더스틴은 한국 이름 ‘도수천’으로도 미식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유별난 존재죠.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을 얻기 전부터 이미 한국 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셰프 조셉의 요리와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는 한국 술 페어링을 선보이고 있답니다.

왼쪽이 조셉 리저우드 셰프, 오른쪽이 더스틴 웨사 소믈리에.

두 사람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에 단 사흘 동안 직접 채집하고 발효시킨 한국의 식재료를 이용해 10코스가 넘는 긴 셰프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철마다 달라지는 것이 한국의 산천이기에, 코스 메뉴는 수시로 바뀌어 그 어느 때도 같을 수가 없죠. 매번 다른 주제로 다양한 한국 술을 편견 없이 맛보도록 기획한 ‘한국 술 위크’는 지난 5월 ‘청주 위크’를 마치고, 8월에는 ‘과하주 위크’, 11월에는 ‘탁주 위크’로 돌아옵니다.

이국적인 한국, 맛볼 준비 됐나요?

에빗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23길 33

문의 070-4231-1022

    포토그래퍼
    Courtesy of Evett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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