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라는 자연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인 허드슨 야드처럼 뉴욕은 여전히 새로운 마천루를 만들어낸다. 빌딩이 산의 능선을 이루고, 산허리마다 힙한 달이 걸린다.
지금 뉴욕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허드슨 야드(Hudson Yards)다. 맨해튼 허드슨 강변의 낡은 철도 기지, 공터 등을 고급 아파트, 공연예술센터, 쇼핑센터 등으로 개발한 대규모 복합 단지다. 2012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며, 사업비만 약 29조원이다. 이곳에 가려고 하이라인(The High Line)을 걸었다. 서울로7017이 벤치마킹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하이라인은 고가철도였다. 철골구조는 그대로. 원목 데크를 깔고, 보와 보 사이에 흙을 채워 넣고 나무와 꽃을 심어, 9m 위에 2.33km의 공중 공원을 만들었다. 걸으면 숲의 오솔길 같고, 미트패킹과 첼시 건물로 골목길 같기도 하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허드슨 야드가 나온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베슬(Vessel)이다. 가장 잘나가는 건축가 중 한 명인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계한 전망대다. 외양은 아이언맨의 기지 같은데 흔히 벌집으로 묘사한다. 2,500개의 계단으로 구성되며, 입장객은 한 파트씩 오를 때마다 상하좌우로 뻗은 계단 가운데 어디로 갈지 계속 선택해야 한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베슬이란 유기체에 순환하는 피 같다.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쉼 없이 움직이는 맨해튼을 압축한 것 같기도 하다.
베슬 근처에는 주최자의 요구에 따라 사이즈가 달라지는 종합예술센터가 자리한 셰드(The Shed)와 뉴욕에는 처음으로 체인을 낸 백화점 니먼 마커스(Neiman Marcus) 등이 있다. 이곳의 대표 레스토랑인 조디악 룸(Zodiac Room)에 들렀다. 비건, 글루텐프리 메뉴가 풍성하며, 창업주 이름을 딴 헬렌 코르빗의 만다린 오렌지 수플레와 고기 대신 비트로 패티를 만드는 샌드위치, 식전 빵으로 나오는 팝오버 등을 추천한다. 허드슨 야드에선 명상 네일도 할 수 있다. 화학 성분을 제거한 매니큐어로 유명한 선데이즈(Sundays)의 세 지점 중 하나가 이곳에 있다. 네일을 받는 동안 헤드셋을 끼고 명상 업체와 함께 개발한 음악을 듣는다. 지금 명상이 뻗치지 않은 분야가 없는 듯하다.
허드슨 야드에서 보듯 뉴욕은 끊임없이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낸다. 내게 뉴욕은 마천루로 자연을 이룩한 도시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는 빌딩의 곡선은 마치 산의 능선 같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차와 사람은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생물 같다. 그래서 뉴욕에 오면 전망대에 들러 이 밀림을 감상한다. 록펠러 센터에서 가장 높은 GE 빌딩의 68~69층에는 톱 오브 더 록(Top of the Rock Observation Deck)이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볼 수 있으며, 85달러짜리 VIP 입장권이 있으면 대기 없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86층 전망대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기 전 영화 <킹콩>을 재현한 설치물, 1931년에 완공된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시관도 볼만하다. 고층의 재즈 클럽에서 야경과 음악을 즐겨도 좋다. 디지스 클럽(Dizzy’s Club)도 그중 하나로, 찾아간 날은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테드 내시(Ted Nash)가 무대에 섰다. 공연을 좋아한다면 브로드웨이를 놓칠 수 없다. 디즈니 뮤지컬 <겨울왕국(Frozen)>은 아카데미상 수상자 크리스텐 앤더슨 로페즈(Kristen Anderson-Lopoz)와 토니상 수상자 로버트 로페즈(Robert Lopez)가 작곡한 원작 영화에 없는 곡을 들을 수 있다. 세인트 제임스 극장(St. James Theatre)에서 주 8회 상연한다.
제일 좋았던 전망은 내가 묵은 롯데 뉴욕 팰리스(Lotte New York Palace) 호텔에서 바라본 맨해튼 스카이라인과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이다. 1882년 당시 금융가 헨리 빌라드(Henry Villard)의 빌라드 맨션(Villard Mansion)이 호텔의 시초다. 그 후 맨션에 55층 타워가 합해져 909개의 객실을 보유하며, 2013년 가을에 약 1억2,500만 달러를 들여 재단장했다. 15세기 이탈리아 대성당을 모티브로 설계한 코트야드(Courtyard)라는 작은 정원도 아름답다. 코트야드에서 실내로 들어오면 25석 규모의 살롱 레리티스(Rarities)가 있다. 예약 시 고급 샴페인과 와인, 위스키를 프라이빗하게 제공한다. 레스토랑 빌라드(Villard)에서는 현지에서 기른 달걀, 유제품, 고기를 사용한 신선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고, 화려한 인테리어의 바이자 레스토랑 골드 룸(The Gold Room)에서는 칵테일을 즐기기 좋다.
뉴욕에서 미식이 빠질 수 없다. 지금 가장 예약하기 힘들다는 레스토랑 중 하나는 모던 코리안 스테이크하우스인 ‘꽃(Cote)’이다. 바를 연상케 하는 조명 아래 뉴요커들이 한국식 바비큐를 굽고, 소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즐긴다. 정육점 붉은 등이 켜진 드라이 에이징 룸까지 인테리어처럼 보이게 하는 이곳은 한식에 트렌디함이 안착했다. 육식파에겐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도 있다. 뉴욕의 전설적 스테이크하우스 피터 루거(Peter Luger Steakhouse)에서 40여 년간 헤드 웨이터로 근무한 울프강 즈위너(Wolfgang Zwiener)가 문을 열었다. USDA 프라임 등급의 블랙 앵거스 소고기만 사용한다. 본점을 찾은 날엔 고령의 울프강이 직접 나와 테이블을 돌며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파인다이닝을 원한다면 <뉴욕 타임스>, <미슐랭 가이드>, <저갯>에서 높은 평점을 받아온 르 버나딘(Le Bernardin)을 추천한다. 셰프 에릭 리퍼트(Eric Ripert)가 선사하는 해산물 코스 요리를 드레스업한 손님들, 숙련된 웨이터들 사이에서 즐기는 저녁이었다. 보다 캐주얼한 푸드 투어를 원한다면 샌프란시스코, LA, 뉴욕을 기반으로 한 아비탈 투어(Avital Tours)를 이용해도 괜찮다. 나는 펑크 문화의 번성지이자 각지 이주민이 다양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스트 빌리지 투어를 선택했다. 마라 소스의 중식, 비건 피자, 전통의 치즈 케이크 등은 관광 책자에는 없는 동네 맛집이었다.
하루는 맨해튼에서 20분간 페리를 타고 스태튼섬으로 넘어갔다. 이곳에는 지난 4월 개장한 뉴욕 엠파이어 아웃렛(Empire Outlets)이 자리한다. 쇼핑도 좋지만 야외 데크에서 맞은편 도시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하기 좋다. 스태튼섬에는 축구장 40여 개 크기의 정원인 스누그 하버 컬처 센터 & 보태니컬 가든(Snug Harbor Cultural Center & Botanical Garden)도 있다. 차이니스 가든 등 몇 개의 가든을 제외하곤 무료입장이 되고 여러 전시도 열린다. 쇼핑을 위해 삭스 피프스 애비뉴(Saks Fifth Avenue)에 들렀다. 이곳에는 뷰티 컨설팅 데스크가 있다. 전문가가 내 피부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고, 스파나 메이크업 등을 예약해준다. 시슬리, 라프레리, 라메르 등의 매장 뒤에는 브랜드의 프라이빗 스파가 있다. 상담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얼굴 근육을 운동하는 페이스 짐(Face Gym), 몸매 관리를 위한 쿨스컬프팅(CoolSculpting) 등 다양한 뷰티 케어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가장 큰 퍼스널 쇼핑 서비스가 무료다. 30여 개 룸에서 음료를 마시며 쇼핑을 하고, 원하면 고객의 숙소나 집에 찾아가 옷장을 분석해 맞춤 의상을 제안하는 등 집사 같은 서비스다. 이곳의 더 볼트(The Vault)에는 다양한 하이엔드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가 자리한다. 둘러본 뒤에도 한동안 눈이 반짝였다. 뉴욕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였다.
아시아나항공의 뉴욕행 증편
아시아나항공이 11월 24일부터 하루 1회 운항하는 인천-뉴욕 노선의 야간 항공편을 증편해 매일 2회 운항한다. 뉴욕으로 가는 스케줄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증편 후 동계 시즌(~3월)에는 A350 기재를, 하계 시즌에 A380/A350 기재를 교차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최첨단 A350 항공기는 기내 와이파이, 로밍 서비스 등 편의를 도모한다. A380의 비즈니스 스위트는 32인치 HD 모니터 스크린과 180도로 젖히는 좌석,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줄 개폐문, 드레싱 룸, 바와 라운지 등을 갖춰 하늘 속 호텔에서 머무는 기분을 선사한다.
- 에디터
-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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