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어워드, ‘어번’ 단어 안 쓴다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 팝 시장을 비롯해 전 세계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매년 연초에 미국에서 열리며 팝과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총 43개 부문에 걸쳐 시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드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그래미는 음악적 역량과 예술성, 인기도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수상자를 선정하는데요, 미국에서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보니 비영어권 음악과 가수에 대해서는 배타적이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보수적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그래미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팝 음악계에서 쓰인 구시대적 용어를 퇴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 그래미에서는 흑인음악을 포괄적으로 ‘어번 뮤직(Urban Music)’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번’ 또는 ‘어번 컨템퍼러리(Urban Contemporary)’는 그동안 팝 음악계에서 R&B와 힙합, 소울 등 흑인음악 장르를 통틀어 표현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이 상은 그동안 비욘세 및 비욘세·제이 지 부부의 프로젝트 그룹 카터스, 리한나, 리조, 위켄드, 퍼렐 윌리엄스 등이 받았죠.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팝 음악계에서 이 단어가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R&B와 힙합 등 흑인음악이 팝계에서 주류 장르가 된 지금, 다양한 장르를 백인의 시선에서 하나로 묶어 통칭하는 게 시류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미국의 대표 레이블 중 하나인 리퍼블릭 레코드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인 리퍼블릭 레코드에는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포스트 말론, 드레이크 등이 소속돼 있습니다.
리퍼블릭 레코드는 이달 초 “현시점부터 ‘어번’이라는 단어를 부문, 인력, 음악 장르를 수식하는 용어에서 쓰지 않을 것”이라고 SNS를 통해 공지했습니다. 리퍼블릭 레코드는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구조를 고수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팝 음악계가 함께 움직이기를 독려했습니다.
이 움직임에 따라 그래미 어워드도 해당 표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래미 어워드를 주최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현지 시간으로 10일 ‘최우수 어번 컨템퍼러리 앨범상(Best Urban Contemporary Album)’의 이름을 ‘최우수 프로그레시브 R&B 앨범상’으로 바꾼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내년 1월 열리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
- GettyImagesKorea, Grammy Aw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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