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We Can’t Stop Dancing #3 안무가 성영재

2020.10.26

by 허세련

    We Can’t Stop Dancing #3 안무가 성영재

    춤이 가진 긍정적 에너지와 강력한 힘을 믿고 한계와 차별을 넘어선 댄서 3인을 만나봤다. 그들은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들은 멈출 생각이 없다는 걸.

    성영재 YOUNG-J(안무가, 저스크절크 리더)

    저스트절크 리더이자 안무가인 성영재는 누구보다 춤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는 댄서를 편견 없이 대하는 문화, 댄서를 아티스트로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 춤을 출 생각이다.

    언제, 어떻게 춤을 시작하게 됐나?

    10년 정도 복싱을 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우울증이 생겼다. 그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춤을 한번 춰보라고 한 게 우연한 계기가 됐다. 신기하게도 춤을 추자마자 우울하던 감정이 없어지고 ‘다음엔 뭘 배우지?’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자신감도 생기고 성격도 밝아졌다. 춤을 춘 건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였다. 내가 꿈을 꾼 것처럼 누군가에게 또 다른 꿈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지금껏 경험한 최고의 실패는 무엇인가?

    실패한 경험이지만 동기부여가 된 일이 있다. 미국 방송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나갔던 경험이다. 물론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촬영 내내 방송 관계자와 충돌이 많았다. 춤만 잘 추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다. 방송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몰라 실력을 다 발휘하지도 못하고 처참히 무너졌다. 탈락한 후 방송을 쭉 다시 보는데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까지 고려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2016년 바디 락(Body Rock) 대회의 우승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 번의 도전 만에 우승했는데, 우승할 때까지 계속 도전한 이유가 있었나?

    준비하는 수개월 동안 다들 잠을 거의 못 잤다. 낮에 일하고 새벽에 모여서 연습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모두에게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댄서로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댄스 대회에서 우승해도 언급조차 안 되는 걸 보고 댄서라는 직업을 알리려면 ‘더 큰 무대에서 우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되면 제2, 제3의 저스트절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다.

    우승할 당시 팀에 여자 멤버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들었다.

    당시 여자 멤버 두 명이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남녀가 동등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 두 사람이 그걸 증명해낸 셈이다. 사실 그중 한 명이 비행기 타기 전날 손을 크게 다쳤다. 대회가 일주일 남은 상황이었고 손을 짚는 중요한 동작이 있어서 난 마음속으로 우승을 포기하고 있었다. 근데 머물던 미국의 숙소 2층에서 새벽에 쿵쿵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다친 멤버를 포함해 그 두 명의 멤버가 연습을 하고 있는 거다. 그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내가 놓았던 거다. 내가 잘못했던 거다. 무대에 오르는 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저스트절크를 만든 지 10년이 됐다. 또 도전하고 싶은 게 있나?

    댄서로서 이룰 수 있는 많은 것을 이뤘고 개인적으로 변화의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커, 해외 방송 프로그램 우승은 꼭 한번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우리에게 새로운 일은 다 도전이다. 도전은 즐거운 거고 그걸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크다. 우리 팀에서 새로운 모습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국내 댄스 시장의 질적 성장을 돕는 데도 힘쓰고 싶다. 더 많은 댄서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인지도를 쌓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다. 후배들이 이 길을 통해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춤으로 모든 이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하다. 미국 바디 락 대회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조롱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춤을 보여주자 몇천 명의 관객이 다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관중과 눈을 맞추고 교감하며 춤을 춘 결과였다. 춤이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되는구나 그때 확신했다. 소통하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춤을 통해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춤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지속적으로 증명하고 싶다. 댄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바꿔나가고 싶다. 댄서도 아티스트라는 것, 댄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자신의 히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 한 가지를 고른다면?

    식상한 말일 수도 있는데 ‘초심’이다. 그동안 춤을 일로만 생각했다. 요즘 생각을 바꿨다. 일처럼 여기되 일을 즐기자. 꼭 뭔가 이뤄내야만 성공이 아니라 내가 행복해하고 내가 제일 뿌듯해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면 그게 성공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많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걸 강하게 믿고 실천하면 좋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 백발 할아버지가 돼서도 춤을 출 거다. 다리가 아프면 손으로 추고, 허리가 아프면 팔다리로 출 거다. 할아버지도 공연할 수 있다, 심지어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에디터
      허세련
      인터뷰
      나지언
      필름 디렉터
      쿠보(Kubo)
      헤어
      조소희
      메이크업
      이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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