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착한 드라마가 신선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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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착한 드라마가 신선한 시대다

2022-07-18T15:31:03+00:00 2022.07.07|

박은빈의 신작은 밝고 착하고 따뜻하고 도덕적으로 올바르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지루하게 들리는가? 강렬한 캐릭터, 격한 감정, 폭발적 파국, 끈끈한 슬픔, 사이다 서사 사이에서 오히려 신선하기만 하다.

법정 드라마인 데다 캐릭터 특성상 대사량이 엄청나게 많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넷플릭스)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책의 내용은 모두 기억하지만 회전문은 통과하지 못하는” 그래서 “영리할 ‘영’에 어리석을 ‘우’가 어울리는”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 이야기다. 미디어에서 장애인이나 소수자, 기타 사회적 약자의 특성을 부각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두 캐릭터가 스테레오타입으로 자리 잡아 편견을 강화시킬 수도 있고, 극 중 묘사나 용어 하나하나가 정치적, 윤리적 논쟁을 촉발할 수 있다. 예컨대 서번트 증후군을 다룬 여러 영화로 인해 “자폐인은 어느 한 분야에 천재성이 있다며?”라는 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기능 자폐인이나 그 가족에게 좌절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오해다. 한편으로 <말아톤>(2005)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상대적으로 사회성, 공감 능력, 언변이 뛰어난 우영우 캐릭터가 장애를 장식처럼 이용한 비윤리적 창작의 산물은 아닐까, 소비의 정당성을 고민할 것이다. 다행히 넷플릭스에서 첫 주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 어느 외국의 고기능 자폐인이 ‘묘사가 사실적’이라는 내용의 리뷰를 직접 남겼다. 자폐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걸 몰랐던 시청자라면 안심이 될 대목이다.

자극에 민감한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을 살려 거리에선 헤드폰을 끼고 걷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영우의 회사 생활 첫 난관은 회전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는 이미 영화 <증인>(2018)에 자폐아를 등장시킨 적 있다. 살인 사건 피의자 변호를 맡은 순호(정우성)가 유일한 목격자이나 자폐가 있어 증언이 어려운 지우(김향기)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접근했다가 함께 성장해간다는 내용이다. 따뜻하고 감동적이라는 찬사와 함께 관객 250만을 돌파하고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영화 대상 등을 수상했다. 그만큼 작가가 이 주제에 대해 연구와 이해의 폭이 깊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사건을 통해 독립적 인격체로 성숙하는 법을 배워가는 영우.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은 제작 발표회에서 “기존 미디어에 나온 장애 캐릭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았다. 은연중에 장애 특징을 섣불리 떠올려서 잘못되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보는 분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나. 그 점을 가장 신중하게 공부했다. 텍스트로 많이 공부했다. 자폐 스펙트럼의 네 가지 진단을 중점으로 보면서 준비했다. 감독님과 제작진, 자문 교수님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공식 인스타그램이 공개한 촬영 현장.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갈등을 빚으려고 일부러 영우의 주변에 차별주의자를 배치하거나, 장애를 지나치게 우울하고 동정적으로 그리지 않는 점도 신선하다. 드라마 첫 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고객을 상대할 수 있느냐고 채용을 반대하던 팀장은 영우가 훌륭한 변론 계획서를 제출하자 자신의 편견을 사과한다. 장애인이 맞닥뜨리는 난관과 주변인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를 함께 제시한 것이다. 그의 동료 변호사는 “대학 때 쟤 별명이 ‘어일우’였다.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라서. 안쓰러워서 도와주다 보면 정작 수석은 쟤가 차지한다”며 억울해한다. 그러면서도 회전문에 막힌 영우를 보면 “저러고 있는데 어떻게 안 도와주냐”며 다가가 문을 잡아준다. 상대의 열악한 조건을 배려하면서 경쟁하는 것이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평등’과 ‘공정’이란 화두를 상기시킨다.

영우의 동료들 – 주인공과의 대비를 위해 공부와 성공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캐릭터로 만드는 대신 인간미를 듬뿍 가미했다.

영우의 동창 수연(하윤경)은 은근히 운이 나쁜 캐릭터-공부와 일에서 매번 영우에게 밀리고 매번 화장실에 가느라 결정적 기회를 놓치고 짝사랑하는 남자마저 영우와 연결될 기미가 보인다.

이 드라마는 ‘장애는 있지만 모든 면에서 나은 인간이 주변을 감화시킨다’는 식의 흔한 판타지도 비켜간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가장 이기적인 캐릭터처럼 보이던 젊은 남자 동료는 부잣집 딸의 파혼 위자료 청구 소송을 위해 고객 면담을 하고 나오면서 “저 사람은 제 손으로 밥 한 번 안 차려봤을 것”이라고 한심해한다.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이 부모한테 등 떠밀려 정략결혼을 하는 것을 비판하는 맥락이다. 영우도 밥을 차려본 적이 없어서 뜨끔해하다가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사다 준다.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묘사뿐 아니라 영우가 해결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가정 폭력, 동성애, 부모로부터의 자립 등을 소재로 하면서도 불필요한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고 상식이 구현되게끔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우의 멘토지만 자주 영우에게 허를 찔리는 정통 엘리트 명석(강기영).

이 드라마에는 더러 편견도 있지만 잘못을 깨달으면 시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낭만닥터 김사부>(2016), <배가본드>(2019)를 연출했던 유인식 감독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 발표회에서 ‘당연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기’를 이 드라마의 메시지로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 속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이상해 보이는 이유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귀찮게 질문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된다”면서 제목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지만 ‘이상함’이 영우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알고 보면 다 이상하고 특별하다”고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결국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다양성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영우가 몰입하는 고래를 시각화한다거나 사내 훈남과의 러브 라인, 풀어갈 사연이 있어 보이는 영우 부모 세대 조연진, 재치 있는 양념 캐릭터(주현영)를 배치함으로써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전략도 잘 맞아 들어가고 있다. 박은빈의 활약은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그는 워낙에도 탄탄한 기본기와 유연함, 영민함을 갖춰 보는 재미가 있는 배우다. 불안, 기발함, 엉뚱함, 진지함을 넘나드는 영우 캐릭터에 최고의 캐스팅이었다는 걸 의심할 수 없다.

영우의 친구가 송강호의 명연기를 흉내 내며 기염을 토하는 장면-주현영은 콩트 실력을 발휘해 확실한 감초 역할을 해낸다.

이상과 비이성이 넘쳐나는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에게, 너무 안 이상해서 이상한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