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 모르는 세븐틴 호시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누군가는 포기하지만 누군가는 힘껏 발을 굴려 도약한다. 세븐틴 호시가 그렇다.
언제부턴가 아이돌에게 최고의 칭찬은 “무대를 잘한다”로 통한다. 노래, 춤, 무대 매너, 노래 장악력까지 모두 능하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5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자신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모든 의미를 내포하는 관용구로는 역시 무대를 잘한다는 것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세븐틴은 무대를 잘한다. 7년 동안 그들은 ‘무대를 잘하는 아이돌’의 수준을 올렸다. 멤버 13명이 곡에 맞게, 얼마나 짜임새 있는 안무를 선보이며, 전략적으로 무대를 잘 활용하는가. 세븐틴은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무대로 답했다. 그 중심엔 퍼포먼스 팀의 리더 호시가 있다. 고민이 많아 잠 못 드는 날도 있고, 초인적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가 무대에서 안주하는 일은 없다. 그건 호시에게는 없는 선택지다. 그러나 세븐틴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호시는 순순히 물러서기도 하고,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 보이기도 한다. 세븐틴이라는 이름과 그들을 빛나게 하는 캐럿(세븐틴 팬덤명), 그 무엇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깨달은 지금이야말로 호시에게 호기(好機)다.
호시에게는 상반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오늘 <보그> 촬영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호랑이’의 모습 위주였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컨셉에 도전해서 좋았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는데 <보그> 촬영을 하니 기분이 더 좋았다. 나의 매력을 알아보고 찾아주신 건가(웃음)?
얼마 전 종료한 월드 투어 콘서트 <Be the Sun>에서도 복근을 보여줬다. SNS 피드에 그 모습이 계속 올라온다.
이번 정규 4집 앨범 활동부터 코로나로 인한 공연장 규제가 풀렸다. 관객이 함성도 지르고 함께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팬들과 직접 만나는 콘서트라 더 탄력을 받아 관리했다. 팬데믹 이후 2년 4개월 만에 하는 콘서트였는데 무대에 서니 옛날 생각이 났다. ‘그래, 이거였지!’ 사실 팬데믹 때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캐럿을 만나야지’라는 생각으로 버텼고, 중간에 솔로 믹스테이프 <Spider>가 나왔을 때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다 팬들을 드디어 눈앞에서 만나니 눈물이 났다.
퍼포먼스 팀 리더로서 무대 연출, 안무 등 신경을 많이 쓰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지점에 집중했나?
오랜만의 공연이라 콘서트 큐시트는 멤버들과 스태프가 함께 완성했다. 신곡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팬들을 만나고 싶었고, 또 무대에 허기졌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정규 4집 앨범 <Face the Sun>과 콘서트는 아이돌이 꼭 한 번 겪게 되는 ‘마의 7년’을 무사히 잘 넘기고, 멤버 13명이 모두 재계약한 후라 더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멤버 전원이 재계약해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다. 멤버들 모두가 ‘세븐틴을 함께하자’라는 마음은 같았고, 세부적인 것을 많이 얘기했다. 재미있게 노래하고 춤추며 일하던 친구들과 진지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조금 어색하긴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을 피하기보다 마주하고 대화하며 성장하게 됐다. 동시에 우리가 서로에게 절대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서로에게 더 잘하자는 마음도 생겼다.
재계약이 세븐틴에게 터닝 포인트라면, 개인적으로는 언제인가?
정규 4집 앨범이다. 비주얼도 그렇지만 나의 마음가짐이 여느 때와 달랐다. 팬들을 직접 만난다는 마음에 더 열심히 준비했고, 팬데믹 기간에 쌓인 캐럿에 대한 그리움이나 공연에 대한 갈증이 이번에 모두 터졌다.
정규 4집 앨범은 초동 판매량 206만 장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데뷔할 때 세븐틴이 이렇게 탄탄한 팬덤과 함께 성장하며 성공할 거라 예상했나?
예상은 못했지만 꿈꿨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꿈꾼다. 앞으로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안주하고 싶지 않다. 캐럿들이 캐럿인 걸 자랑스럽게 여기면 좋겠다.
그 꿈을 이루려면 세븐틴이 지금보다 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13명이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 모두 중요한 것 아닐까?
그렇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태도가 변함없어야 한다는 거다. 팬들이 우리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고 사랑을 주는 게 아니니까. 대가 없는 사랑을 받아보니, 팬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결과적으론 내가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들의 아이돌로서 계속 빛나는 것 말고는 없다. 몸도 마음도 잘 관리해서 무대를 잘하고 싶다.
13명 전원이 처음으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회사가 지금의 소속사다. 운명적인 관계라고 느끼기도 하나?
‘내가 살아가면서 이런 인연을 또 만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다. 적어도 친구 12명이 있는 셈이니까. 정말 소중한 관계다.
자체 콘텐츠 ‘고잉 세븐틴’을 보면 멤버들의 솔직한 매력이 아주 잘 보인다. 멤버들 모두 유머 감각이 있는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요즘 호시의 ‘웃음 버튼’이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도 승관이와 함께하면 편하긴 한데, 요즘은 디노가 재미있다. 굉장히 솔직하고 센스 있다. 팀의 막내로서 형들이 하기 힘든 말을 총대 메고 더 편하게 말해주는 면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착하다.
무대에서 퍼포먼스 할 때마다 중간중간 호시가 기합을 넣던데, 의도적인 건가?
연습생 때부터 소리 지르면서 연습하던 습관도 있지만 무대에서는 멤버들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하는 것도 있다. 관객이 봤을 때도 그 기합에 텐션이 올라갈 것 같아서 한다.
그렇다면 혼자 있으면서 지칠 때는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되뇌나?
요즘은 ‘물이 들어온다. 노를 저어야 한다. 지치지 말자’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지금은 물이 허리까지 찼다. 조금만 물이 더 차서 어깨 정도 높이가 되면 좋겠다(웃음). 사실 지금 어떤 기세라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묘하다.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가 다를 때는 어떻게 타협하나?
양보밖에 없다. 단체에게 피해가 가면 내가 물러서는 게 맞다. 그 대신 단체 활동을 쉴 때 부지런히 내가 움직여서 성취하면 된다. 멤버들 모두가 그런 마음이다. 처음부터 세븐틴으로 사랑받았기 때문에 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븐틴의 목표를 이루고 난 후 그 끝을 생각해본 적 있나?
언젠가 이 인기가 사그라들 때가 올 거란 생각은 하지만 끝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 끝이 안 보인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나에게 끝은 너무 멀리 있다.
호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은 누구인가?
팬, 가족. 그리고 멋있는 사람을 보면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영향을 받는다. 특히 무대를 잘하거나 옷을 잘 입거나 애티튜드가 좋은 분들이 멋있다. 또 일이나 인간적인 면도 그렇고 생활하는 모습이 젠틀한 사람이 좋다.
패션에 영감을 주는 사람은?
(이)수혁이 형을 통해 많이 알게 됐다. 형이 영화, 음악도 자주 추천해주고, 해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나 쇼 등을 보여주곤 한다. 그러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특히 형이 입은 옷을 보며 패션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가수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갔을지 상상해본 적 있나?
내 꿈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가수였다. 태권도 선수가 꿈이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사실 내 꿈은 변함없었다. 지금까지 데뷔를 못했더라도 어떡하든 가수가 되려고 노력했을 거다.
무대에 오르면 힘이 빠지는 사람도 있고,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있다는데, 어느 쪽인가?
에너지를 얻음과 동시에 빠진다. 팬들의 함성을 듣고 100만큼 에너지가 충전되면, 다시 100 이상을 무대에서 쏟아낸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기진맥진한다. 나는 모든 캐럿에게 동등한 사랑을 드리고 싶다. 내가 피곤해서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물론 체력 안배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어떨 때는 열심히 하는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럴 땐 ‘이것밖에 안 되나’ 싶다. 그래서 팬데믹으로 월드 투어가 중단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하며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앞으로 4개월간 이어질 월드 투어로 얻게 될 에너지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 것 같나?
수치로 표현할 수 없다. 그건 평생 남는 추억이다. 지금도 지난 월드 투어가 나에겐 굉장히 크게 남아 있다. 이번 월드 투어도 분명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내가 언제 이 무대에 또 서보겠어’라는 마음으로 모든 공연에 임할 것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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