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뮈스가 특별히 애정하는 6가지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가 남프랑스에 가진 애정, 오브제에 불태운 열정, 자크뮈스의 새 컬렉션에 영감을 준 아티스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10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패션의 중심에 섰다. 이 놀라운 패션 성공기는 자크뮈스의 것이다. 그 중심에는 라스티냐크(발자크 소설 <고리오 영감>의 주인공으로, 성공을 꿈꾸며 파리에 상경한다)와 같이 성공에 대한 욕망과 매미 울음소리 사이를 오가는 남프랑스 출신의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Simon Porte Jacquemus)가 있다. 그는 종종 “나와 내 고향 사이에는 파리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자크뮈스의 성공은 파리에까지 미쳤고, 시몽은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을 곱씹었다. 이 젊은 청년의 특별한 점은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잇는 양면성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각이나 수다스러움, 햇빛이 만들어내는 많은 것을 포함해 남프랑스인 특유의 정서를 지녔다. 호전적이면서 의욕이 넘치고, 유례없는 방식으로 흥미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이를테면 사투리는 오히려 섹시함을, 풍부한 감정과 몸짓, 말보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손짓은 로맨티시즘을 더해준다. 겸손한 모습에서 신뢰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시몽의 뿌리인 남프랑스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에 눈에 띄는 표현력을 가진 남프랑스 청년은 그 모든 것에 자신을 담아냈고, 이는 실제 그 자신보다 강렬해 보였다. 이 모든 모습을 의상으로 만들었는데, 지난 6월 27일 공개한 최신 컬렉션 ‘르 파피에(Le Papier)’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르 파피에, 즉 ‘종이’라는 명칭은 모든 것을 깨끗한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로 붙였다. 자크뮈스 자신도 몇 주 내에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시몽은 남프랑스라는 주제로 돌아와, 다시 한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남프랑스뿐 아니라 패션에 대한 열정, 유년의 기억, 예술적 열정 사이를 우아하게 노니는 산책과도 같은 이야기다. 자크뮈스로 알려진 디자이너 시몽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자코메티와 시몽
“요즘 자코메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 컬렉션을 위해서죠. 10년 전쯤 밀라노의 한 전시에서 디에고 자코메티(Diego Giacometti)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피카소 미술관에서 2018 S/S 시즌 ‘라 봄바(La Bomba)’ 컬렉션 쇼를 선보였을 때는 그의 석고 오브제를 보고 굉장히 감명받았죠. 그 후에는 자코메티의 조수였던 필립 앙토니오즈(Philippe Anthonioz)를 만나기도 했어요. 하얗게 빛나는 샹들리에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래서 컬렉션을 구상하는 내내 그 생각을 하고 있었죠. 이미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나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액세서리도 제작해본 적이 있었으니까요. 이번에는 석고 오브제입니다! 6월 27일에 선보인 컬렉션의 제목은 ‘르 파피에’고요. 오브제를 대단히 좋아해요! 패션이 제 직업이잖아요. 장식 예술에 대한 열정도 있어요. 평생 오브제를 구매해왔다고 볼 수 있죠. 어릴 때는 할머니를 따라 일요일마다 거대한 주차장에서 열리는 중고 장터에 가곤 했어요. 프로방스 느낌의 식탁보, 빈티지 패브릭… 특히 도자기 사는 것을 좋아했어요. 보통 5~10유로 정도 했는데, 할머니는 도자기를 제일 좋아하셨죠. 집에 600여 점은 갖고 계셨을 거예요. 늘 같은 것만 사서 문제긴 했지만요. 할머니를 따라 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도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마그(Maeght) 재단 미술관
“이 미술관에서는 계속 이렇게 되뇌곤 했어요. ‘시몽, 바로 네가 여기 온 거야. 한 번도 와보지 못했는데. 세상에, 정말 네가 온 거야! 한번 돌아보자, 콜롱브 도르가 있는 생폴드방스를 말이야’라고요. 사실 마르세유와는 꽤 멀어서 차로 3시간은 족히 걸려요. 제게 익숙한 남부는 아니죠. 몇 주 전에 처음 방문했는데, 정말 저를 완전히 뒤흔들어놓았습니다. 모든 것이 유유자적한 느낌이었달까요. 남프랑스의 정수였어요. 호안 미로(Joan Miró)의 분수가 있고, 햇빛이 쏟아지는 정원에서의 산책은 정말 즐거웠어요. 모든 것이 명확했고, 굳이 이해하기 위해 예술에 통달할 필요도 없었죠. 내 고향 같다고 생각했어요. 대체 누가 이 독특한 모티브로 장식된 붉은 육각형 타일로 바닥 마감을 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심금을 울리는 색 조합이었어요. 자연환경과 멋지게 어울리기도 했고요. 정말 완벽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 재단 미술관은 우연히 가게 됐어요. 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는데, 표지판을 보고 바로 차를 돌렸죠. 활기찬 색의 소용돌이가 엄청 아름다웠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조금 슬펐어요. 이 순수한 느낌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업할 때 색은 아주 중요합니다. 제 작업과 색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죠. 햇빛에는 이미 여러 색이 합쳐져 있잖아요. 서로 뒤섞여 타오르죠. 햇빛에 바래서 낡은 반바지나 손수건 같은 것을 제작하는 데서 영감을 받아요. 제 작업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팔레트를 만들어서 종이에 직접 칠해보고, 이탈리아에 있는 제조 공장 측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아요. 번거로운 과정이에요. 저는 지푸라기 같은 색을 아주 좋아합니다. 너무 선명하지 않은 노랑의 한 종류인데, 햇빛에 변색된 듯한 느낌이죠.”
피카소, 마티스, 미로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
“어릴 때 코가 두 개인 여자를 그린 피카소 작품을 봤던 기억이 나요. 아주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그 그림은 제 안에 정말 강렬하게 남았죠. 호안 미로나 앙리 마티스가 만든 형태도 좋아합니다. 유희적인 측면이 있거든요. 저에게 그런 작품이 영감의 원천이에요. 프린트나 노골적인 실루엣의 가방을 만들 때처럼 말이죠. ‘르 삭 롱드(Le Sac Rond)’는 원 안의 여성을 표현한 가방이에요. 소박한 느낌의 오브제죠. 위에서 바라본 의자의 등받이 같기도 하고요. ‘라 봄바’ 컬렉션에서는 무한히 커진 것과 끝도 없이 작은 것을 함께 보여주려 했어요. 아주 짧은 치마와 과도하게 거대한 모자, 엄청나게 작은 가방으로 비치웨어에 유머러스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이런 실루엣은 자크뮈스를 상징하는 디자인 중 하나가 되었어요. 이제는 제 취향을 극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일상적인 형태의 가방을 만들려고 합니다. 저는 마티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요. 모두 앙리 마티스 그림 한 점 정도는 갖고 있지 않나요? 피카소와 마티스 모두 남프랑스의 자랑이에요. 제게는 아주 치열한 고민이기도 하죠. 2년 전 셔츠에 줄무늬를 넣기 위해 마티스의 그림 가운데서 형태를 따온 적도 있어요. 제 작업에는 늘 예술적 암시를 넣으려고 하죠. 레퍼런스 앨범이나 리소스를 종종 공유합니다. 늘 이 지점에서는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많은 사람이 자크뮈스가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묻고는 합니다만, 그 영감의 원천을 직접 체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정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요.”
장식 오브제에 대한 열정
“필립 앙토니오즈의 샹들리에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멋져요!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그의 토템과 석고상을 많이 관찰했어요. 사마리텐 백화점 근처 슈발 블랑 호텔에 가면 70점에 이르는 작품을 볼 수 있어요. 저도 샹들리에 하나 보려고 종종 방문하곤 합니다! 그게 요즘 최대 관심사거든요. 남편은 샹들리에로 대체 뭘 할 거냐며 ‘완전 미쳐버렸네, 진정해!’라고 말하곤 해요.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기도 하고요. 집에 제가 산 오브제를 둘 자리가 더 이상 없거든요. 아예 제가 좋아하는 것을 보관할 방 하나를 따로 두었는데도 말이죠. 가끔은 스스로도 600kg짜리 벽이나, 로제 카프롱(Roger Capron)의 암탉 장식을 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세상에, 이것들로 뭘 해야 한담?’ 하는 거죠. 그런데 제 작업에서는 이런 오브제가 늘 쓸모가 있긴 합니다. 후회하지는 않아요. 제 상상력의 방이자 창의력의 신전과도 같죠. 잡지를 보면 옷을 보관하기 위해 엄청난 드레스 룸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나오잖아요. 저는 오브제를 위한 드레스 룸이 있는 것뿐입니다. 정말 할머니를 닮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열 살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 했으니까요. 최근 할머니께서도 저에게 당신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제 오브제가 훨씬 비싸다는 점만 제외하면요!”
남프랑스를 이야기하다
“이목을 끄는 시기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요. ‘르 스플래시’ 컬렉션처럼 컬러풀한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는 않거든요. 나의 집, 남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가장 많이 찾게 되고, 프로방스적이면서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것으로요. 이번 컬렉션은 그런 근본으로 돌아간 결과입니다. 격식이 있으면서도 로맨틱하죠. 8월에 있을 제 결혼식하고도 관련이 있어요. 아주 깨끗한 흰색을 메인으로, 카마르그에서 선보였습니다. 아주 눈부신 남프랑스 문화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고향에서 눈부신 태양 아래 예술을 즐기고, 갤러리에 다니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죠. 저는 밭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자랐습니다. 사과와 풀만 가득한 곳이었죠. 예술을 만끽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열심히 채웠고, 아를과 마르세유 근처에 살 때는 여름 축제나 전시회에 열심히 다녔습니다. 마르셀 파뇰(Marcel Pagnol)처럼. 정말 완벽한 삶이었어요. 남프랑스가 굉장히 가슴 깊이 있지만, 어릴 때는 파리에서 살고 싶었어요. 남프랑스에 산다는 게 창피했죠. 이젠 파리에 살고 있지만, 남부로 돌아가고 싶어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일을 시작하면서 제가 가진 힘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제 고향에 있는 밭, 할머니, 노새… 이런 것들이 저의 뿌리죠. <마르셀의 여름> 같아요. 그 마르셀의 일상 같았죠. 비슷한 행복과 드라마가 있었어요. 마르세유를 정말 좋아합니다. 개선문에 가면 행복해요. 아무 맥락 없이 소리를 지르고 길에서 끝없이 이야기하는 거죠. ‘어이, 거기 잘생겼네!’라고 소리치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너무 좋아요. 결코 바른길로만 가지 않는 거죠. 제 컬렉션 중 성공한 것이 꽤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 상통 드 프로방스(Les Santons de Provence, 프로방스의 수도승)’ 컬렉션을 가장 좋아해서 늘 곱씹곤 해요. 제 고향에 대한 이야기이자, 곧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제가 열아홉일 때, 어머니가 42세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그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놀라고 있어요. ‘제기랄, 42세가 이렇게 젊은 나이였다니!’ 하고 말이죠.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이었어요. ‘시간이 없어, 빨리 움직여, 꿈을 이루라고!’ 이런 생각으로 급하게 모든 걸 해내면서, 정작 스스로를 생각하지는 못했어요. 페이스북에 컬렉션을 올리고, 2,000유로를 받고, 또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어갔죠. 한번은 이 모든 걸 멈춰 세우고, 잡지 관계자들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반창고로 휘감은 제 구두를 가지고 디올 쇼장 앞에 갈 거라고요. 말 그대로 미친 짓이었죠. 완전히 미쳐 있었거든요. 저는 기회에 목말라 있었으니까요. 그때를 떠올려보면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짓을 하려면 열아홉이어야만 할 거예요.”
카마르그를 바라보며
“‘르 파피에’ 컬렉션은 자코메티를 생각하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근본적으로는 저의 할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죠. 이번 컬렉션 쇼는 카마르그에서 선보였습니다. 할머니가 거기에 계시거든요.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이 쇼를 헌정하는 건 아니에요. ‘또 반복이네. 시몽하고 할머니, 초콜릿 빵 같은 것들 말이야!’라고 할 테니까요. 자코메티가 메인인 이유입니다. 할머니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지는 않아요. 할머니께는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슬쩍 귀띔만 해두려고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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