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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라보와 떠나는 30일간의 후각 기행

2022.09.05

르 라보와 떠나는 30일간의 후각 기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당연하게도 세상 그 자체다(The most beautiful thing in the world is, of course, the world itself).”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다. 침대에서 눈을 뜬 아침부터 잠자리에 드는 밤까지 우리는 수도 없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향을 마주하지만, 특정 향기는 일련의 기억을 여행하게 한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보틀에 핸드 블렌딩으로 추출된 섬세한 향, 르 라보는 미묘한 마법의 진리를 깊이 파고든다.

브랜드명이 지닌 의미처럼(프랑스어로 ‘실험실’이라는 뜻) 르 라보의 향수는 즉석에서 ‘소울’이라 불리는 부티크의 직원이 제조하는 방식인데, 그라스에서 공수한 고급 원료를 기반으로 농축 재료를 정교하게 혼합해 신선한 향수를 만든다. 제조 날짜와 장소, 이름,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라벨링 단계까지 거쳐야 비로소 완성이다. 향기를 맡고 탐구하며 취향을 발견하는 여러 과정을 통해 향기를 둘러싼 모든 경험을 판매한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르 라보의 희소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 세계 15개 도시에 대한 사랑의 헌사로 각 도시에서 얻은 영감과 이야기를 담아낸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City Exclusive Collection)’은 르 라보의 철학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주제로 한 컬렉션이다. 향신료를 얻기 위해 인도로, 럼을 얻기 위해 서인도제도로 떠났던 과거의 조향사들처럼 시티 익스클루시브 향수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해당 도시로 직접 여행을 떠나야 한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달, 9월이 설레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마다 9월엔 그 도시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르 라보 매장에서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10시간씩 몸을 싣지 않고도, 가벼운 호흡 몇 번으로 즐거운 후각적 탐험을 떠날 시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행을 이어가는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은 총 15가지로 구성된다. 베스트셀러로 엄선된 향은 서울의 시트롱 28, 도쿄의 가이악 10, 암스테르담의 무스 드 쉔 30, 파리의 바닐 44, 베를린의 세드라 37, 마이애미의 타박 28, 로스앤젤레스의 머스크 25로 총 7가지. 가장 사랑받는 이 7가지 향은 9월 한 달 동안 전국 르 라보 백화점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15가지 시티 익스클루시브 전체 컬렉션은 부티크(성수점, 이태원점, 가로수길점, 롯데월드몰점)에서 시향 및 구입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손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판’ 향수라는 사실 말고도 르 라보가 장인 정신으로 해석한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서울의 역동을 담은 시트롱 28은 빠른 시간 안에 한국 여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광화문에서 경복궁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한번 상상해보라. 골목마다 신호등과 불빛이 아른거린다. 현대적이면서도 전통과 역사의 뿌리가 깊은 서울을 표현하기 위해 신선한 시트러스 향조를 선택했다. 편안하고 강렬하지 않아도 기억에 오래 남는 향기다. 먼저 상큼한 레몬 향이 몰아치고 진저, 재스민 사이로 시더와 머스크의 후각적인 조화가 밀려와 개성 넘치는 반전을 더한다. 가이악 10은 차분한 도쿄의 정취를 묘사한다. 전방 100m에 있는 모두가 향을 알아챌 수 있는 뻔하고 강한 잔향으로 남지 않고, 신기하게도 은은하게 주위에만 포근하게 맴돈다. 단단한 가이악 우드를 중심으로 네 가지 머스크 향조가 감싸며 오래 지속되는 담백한 잔향은 조심스럽고 단정한 일본 문화를 쏙 빼닮았다.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이 모인 곳, 암스테르담이 지닌 짙고 풍부한 분위기가 단숨에 떠오르는 무스 드 쉔 30은 독창적이고 우아한 향이 일품이다. 흙 내음을 품은 모스와 파촐리가 은은하게 어우러지며 시나몬, 피멘토, 핑크 페퍼의 조화는 알싸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선사한다. 날카로운 멋과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를 중독적인 향으로 탁월하게 묘사했다. 반면에 사랑이 넘치는 로맨스의 도시, 파리를 닮은 바닐 44는 평범할 수 있는 달콤한 바닐라 향에 은은한 앰버, 인센스, 우디 향조를 더해 관능적이면서 유혹적인 여운을 남긴다. 파리의 로맨틱한 레스토랑에서 달콤하고 예쁜 디저트를 즐기다 이상형의 남자를 마주친 짜릿한 감정 같다고 할까?

‘젊음과 자유’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개성적인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는 세드라 37은 그린 시트러스 계열의 세드라와 진저, 재스민이 어우러져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향이 탄생했다. 톡 쏘는 듯한 애시딕, 설탕에 절인 듯 달콤함에 이어 보드라운 우드와 머스크, 풍성한 용연 향이 우아한 기품을 더한다. 섬세한 균형이 돋보이는 센슈얼한 향은 관능 그 자체로 하루의 일탈을 꿈꾸게 한다. 스모키한 매력의 타박 28은 저녁 무렵의 마이애미 해변이 떠오르는데, 신선한 그린 카다멈과 다양한 우드, 타바코 앱솔루트의 향이 만나 그윽한 연기처럼 깊고 진하다. 끝으로 풍기는 부드럽고 달콤한 럼은 중독될 수밖에 없는 따뜻한 마이애미의 분위기를 고이 전파한다.


‘천사들의 도시’라고 흔히 불리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무엇이든 상상하면 이뤄질 것 같은 무한 긍정의 기운이 느껴진다. 축복받은 이 도시를 모티브로 한 머스크 25는 찬란한 햇살을 머금은 낮과 저녁의 화려한 무드를 대조적으로 완벽하게 그려냈다. 진한 머스크와 알데하이드의 감각적 조합은 숨어 있던 관능적인 면을 과감히 이끌어내고, 베티버, 용연의 향과 머스크가 숨은 조력자처럼 진득한 힘을 발휘하면서 밝고 건강한 느낌으로 완성된다. 타고난 듯한 살 내음으로 발향되기에 비장의 순간에 꺼내기 좋은 향수다.

네롤리, 베르가모트의 신선함과 부드러운 머스크가 만난 홍콩의 비가라드 18, 재즈의 흥겨운 선율과 관능적인 움직임을 핑크 페퍼로 응용한 시카고의 베이 로즈 26은 선선한 가을에 더할 나위 없이 즐기기 좋은 향이다. 리메트 37은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해안까지 이어진 언덕을 오픈카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때의 기분을 추상적으로 담아냈다. 화이트 플라워가 만개한 아름다운 들판 위를 자유롭게 달리는 들소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낸 댈러스의 알데하이드 44, 두바이의 퀴르 28은 가죽 자켓을 입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모터사이클 라이더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죽과 우드, 애니멀 노트가 한번 경험하면 잊을 수 없는 개성을 만들어낸다. 버번 페퍼와 스파이시한 향신료를 사용해 이국적인 향을 이끌어낸 프아브르 23은 런던의 클래식한 모습을 담았다. 베르가모트, 탄제린, 오렌지 플라워로 시작해 튜베로즈의 화이트 플라워 향과 우디 향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튜베로즈 40은 산뜻한 오 드 코롱을 뿌린 듯 도심에서 운동을 즐기는 뉴요커의 일상이 단숨에 떠오른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우주연
    포토
    Courtesy of Le L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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