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패션 20년 주기설, 2003년의 런웨이는 어땠을까?

2023.02.16

by 안건호

    패션 20년 주기설, 2003년의 런웨이는 어땠을까?

    패션 유행의 ‘20년 주기설’,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유행이 20년마다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Y2K 패션의 복귀로 어느 정도 정설이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Y2K 다음은 무엇일까요? 인디 슬리즈? 트위? 네오 Y2K? 여러 후보가 있겠지만, 20년 주기에 입각해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해봅시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당시 런웨이 이미지를 감상하며 앞으로의 유행이 어떨지 예측해보자고요.

    우선 2003년을 지배하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누가 있었을까요?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발렌시아가를 7년째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톰 포드는 구찌와 생 로랑이라는 메가 하우스를 바꿔나가고 있었습니다. 루이 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디올의 존 갈리아노, 리 알렉산더 맥퀸 등 본인만의 세계관을 펼쳐나가던 디자이너들도 있었죠. 당시 패션 세계를 단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죠.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

    Courtesy of Alexander McQueen

    가장 ‘급진적인’ 디자이너로 분류되는 알렉산더 맥퀸과 존 갈리아노부터 시작합시다. 마침 이 둘은 당시 패션계에서 손꼽히는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으니까요. 알렉산더 맥퀸의 컬렉션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범스터 팬츠’의 시조답게 섹시함을 과감하게 부각했다는 점이죠. 한쪽 가슴을 드러내는 드레스나, 윗부분이 타이트한 보호 드레스 모두 현재 이어지는 ‘섹시 트렌드’와 들어맞습니다. 긴 길이의 부츠에도 주목해볼까요? 데님과 좋은 궁합을 자랑하며 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롱부츠나 싸이하이 부츠의 변신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Courtesy of Dior

    Courtesy of Dior

    Courtesy of Dior

    Courtesy of Dior

    Courtesy of Dior

    다음은 존 갈리아노의 디올입니다. 당시 오리엔탈리즘에 깊이 빠져 있던 그가 가부키 화장을 한 모델들을 내세웠다는 사실은 잠시 묻어두고, 옷에만 집중해봅시다. 이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스커트입니다. 마이크로 미니, 종아리를 덮는 미디, 발목까지 덮는 롱스커트까지,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스커트를 모아놓은 듯하죠? 고무, 시폰, 새틴 등 소재 역시 매우 다양합니다. 스커트 밑단에도 러플 등의 디테일을 활용하거나, 실루엣을 넓히는 등 변주하기도 했죠.

    Courtesy of Chloé

    Courtesy of Chloé

    Courtesy of Chloé

    Y2K 붐을 이을 트렌드로 꼽히는 ‘인디 슬리즈’ 스타일에 대비하고 싶다고요? 당시 피비 파일로가 이끌던 끌로에의 컬렉션을 살펴보면 됩니다. 그녀가 몇 년 뒤 셀린느에서 선보이게 될 페미닌한 컬렉션과 상반되는, 그런지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피스를 레이어드하는 방법 역시 참고할 만하고요.

    Courtesy of Fendi

    Courtesy of Saint Laurent

    Courtesy of Saint Laurent

    글래머러스한 룩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섹시 트렌드’는 어디로 나아갈까요? 펜디와 생 로랑 컬렉션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펜디를 이끌던 칼 라거펠트는 타이트한 실루엣과 슬릿 디테일을 활용해 노출은 없지만 섹시한 룩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보그 런웨이>는 모델들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올 법한 여전사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죠. 톰 포드는 러플과 레이스를 활용하며 ‘어른스러운’ 섹시미를 선보였습니다.

    Courtesy of Prada

    Courtesy of Prada

    Courtesy of Prada

    좀 더 웨어러블한 브랜드로 시선을 돌려봅시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끌고 있는 프라다가 있죠.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적용 가능한 스타일링 팁은 레이어드와 벨트 활용법입니다. 어글리 시크의 시조답게 무심하지만 쿨하게 코트 위에 벨트를 두른 모델들이 등장했죠. 20년 전의 일이지만, 클래식한 톱과 과감한 프린트의 셔츠를 레이어드하는 것 역시 새롭게 느껴지고요.

    Courtesy of Miu Miu

    Courtesy of Miu Miu

    Courtesy of Miu Miu

    미우미우에서는 이 스타일링법이 좀 더 극단적으로 드러납니다. 코트뿐 아니라, 니트 톱을 입었을 때도 허리에 벨트를 질끈 맸거든요. 위트 넘치는 매듭 모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Courtesy of Lagerfeld Gallery

    Courtesy of Stella McCartney

    Courtesy of Marni

    그 밖에도 2023년의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받을 만한’ 혹은 ‘트렌드가 될 만한’ 요소는 넘쳐납니다. 칼 라거펠트는 클래식한 수트 재킷을 뚝 잘라 여성에게 강인함을 부여했고, 스텔라 맥카트니는 아웃도어 마니아들이 지금도 탐낼 재킷을 만들어냈습니다.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가 이끌던 마르니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활용한 레이어드를 선보였고요.

    ‘다음 트렌드가 무엇일지’에 대한 100점짜리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다음에 올 트렌드 역시 어떻게든 과거 컬렉션의 영향을 받을 거라는 점이죠.

    에디터
    안건호
    포토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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