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동시대 대중문화예술을 이야기하다 #3

2023.08.09

by 김나랑

동시대 대중문화예술을 이야기하다 #3

이제 동시대 대중문화예술의 출발은 아시아다. 한국, 일본, 대만, 홍콩,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의 쿨 키즈!

TEPPEI KOJIMA

분재가 예술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요즘 가장 인기인 향나무는 가치가 수십 배 높아졌고, 개성 있고 젊은 분재 전문가들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지마 뎃페이(Teppei Kojima)도 그중 하나다. 분재는 그릇 ‘분(盆)’에 식물 ‘재(裁)’를 담는 것이다. 뎃페이는 분재를 이렇게 정의한다. “분재란 화분에 자연계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뎃페이는 ‘트래드맨의 분재(Tradman’s Bonsai)’를 설립한 2015년부터 스트리트와 전통문화를 혼합한 분재 스타일을 선보인다. 얼마 전엔 도쿄 아사쿠사에서 400년 동안 이어 내려온 우에키이치(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전통 행사로 거리에서 식물을 판매한다)에 참여해 기록적인 판매량으로 스타가 됐고, 내년에는 스트리트 문화 기반의 브랜드 반스와 협업해 신발 라인을 출시한다. NFT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분재를 갖고 싶지만 관리가 힘든 이들이 분재를 NFT로 소유하고 뎃페이의 스튜디오가 대신 관리하는 형태다. “그간 수백 년 된 나무가 아마추어들의 관리 미흡으로 많이 소실됐습니다. NFT 혁신이 있어야 앞으로 소중한 나무를 구하고 분재의 전통을 지켜나갈 수 있죠.”

그는 아동복지시설에 머물던 어린 시절 분재와 만났다. 선생님이 건넨 분재와 함께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자연에 머물며 충전한다. 나이프와 방수포만 들고 올라간 산에서 나무를 잘라 침대와 텐트를 만든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일부러 들어서 경치를 즐기며 그때 얻은 아이디어를 분재에 실현한다. 그가 다시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 열 살에 아버지가 리바이스 501을 선물했고, 그것이 스트리트와 전통의 조화라는 현재 분재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제겐 미국의 스트리트 문화와 분재가 나란히 ‘멋있는 것’으로 자리 잡았죠. 입는 사람의 삶이 501 데님의 색과 스타일에 반영되잖아요. 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501이 여전히 빈티지로 유통된다는 점도 분재와 비슷하죠.” 그는 오엽송을 501이란 별명으로 부른다. “오엽송은 환대라는 의미도 있고 사람들이 분재 하면 떠올리는 전통적인 형태를 갖췄죠. 오엽송은 제게 분재의 원점이기도 합니다.” 그는 분재의 매력이 ‘생명’이라 말한다. “물을 주지 않으면 3일 만에 말라버리지만 나무에 따라서는 수천 년도 삽니다. 소유주가 수명이 다해도 분재는 다음 세대와 함께 살아 숨 쉬죠. 그 생명의 존엄에 숙연해집니다. 인간의 삶처럼 분재도 품과 시간을 들여 오래 가꿔나가야 합니다.”

뎃페이의 꿈은 단순하다. 더 많은 이들이 분재를 접하는 것. “에도 시대 일본에선 분재가 서민의 문화였어요. 누구나 분재를 일상에 들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가 분재를 알면서 인생이 바뀌었기에 그 문화를 일본에 되돌려놓고 싶어요.”

OZWORLD

일본 힙합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한때 다소 침체된 것으로 보이던 일본 힙합은 요즘 다시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오즈월드(OZworld)도 그 일원이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최근 일본에서 가장 핫한 젊은 래퍼를 소개해달라고 한다면 무조건 오즈월드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아마 다섯 손가락을 다 꼽기도 전에 그의 이름이 튀어나올 것이다. 오즈월드가 <보그 코리아>에 이렇게 첫인사를 전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일본 오키나와라는 최남단 섬 출신 아티스트 오즈월드입니다.”

오즈월드는 고교 시절 알고 지낸 선배의 권유로 랩을 시작했다. 랩 가사를 쓰는 방법도 제대로 몰랐지만 무작정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에 개최된 제9·10회 <고등학생 랩 선수권 대회>에 연속 출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그의 이름은 레오쿠마(R’kuma)였다. 하지만 배틀 랩 이미지가 강한 것을 우려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오즈월드의 세계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앞서 언급한 오즈월드의 인사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오키나와 출신이다. 그리고 그는 그 점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음악에 반영한다. “오키나와는 사랑과 아픔을 알고 있는 섬입니다. 아름다운 경치가 남아 있어서 인간의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게 해주는 신기한 섬이기도 합니다. 오키나와인에게 ‘리얼’이란 섬의 미군 기지 문제나 전쟁 같은, 조상이 경험한 역사입니다. 이 섬의 아픔을 견뎌낸 조상의 노래와 춤, 축제 문화가 우리의 DNA에 그대로 새겨져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가사와 음악에 담아 표현합니다.”

오즈월드는 최근 오키나와 출신 래퍼들과 함께 ‘Rasen in Okinawa’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가 오키나와를 자신의 예술에 어떻게 담아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제 버스(Verse)는 오키나와 민요를 샘플링했어요. 랩 플로우도 평소 장난삼아 오키나와 민요를 흉내 내던 저의 프리스타일을 적용해봤어요. 이 노래에서 ‘류큐(오키나와의 옛 이름) 랩’을 만들어냈다고 자부해요. 뮤직비디오에서는 오키나와의 아주머니들과 오키나와의 전통 춤 ‘가차시’를 췄어요. 오키나와의 어른들은 춤과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저는 그걸 계승하고 있습니다.”

오즈월드의 주요 곡을 만들어낸 이가 한국인 프로듀서 하울링베어(Howlin’ Bear)다. 둘은 각별한 사이다. “하울링베어는 천재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아주 엄격한 노력가죠. 그는 평생 함께할 형제예요. 하울링베어와 만든 첫 앨범 <OZWORLD>는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또 그가 프로듀싱한 저의 노래 ‘NINOKUNI’는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오즈월드는 오는 9월 세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다음은 그가 한국인에게, 더 나아가 지구인에게 보내온 인사다. “음악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잖아요. 어느 나라 사람이든 상관없이 함께 최고의 세상을 만들고 성대한 축제를 할 수 있죠. 최근 세상은 자주 혼돈에 빠지고 있어요. 우선 가까운 이웃 나라끼리 예술로 하나가 돼 아티스트 모두의 마음에 평화로운 무언가가 뿌리내리면 좋겠어요. 그렇게 아직 지구인이 보지 못한 최고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SUBEZ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콩의 댄스 음악과 클럽 신을 살짝만 들여다봐도 수비(Subez)의 영향력을 알 수 있다. 홍콩의 MZ세대가 즐겨 찾는 센트럴, 셩완은 물론, 소호 하우스 파티나 패션 브랜드 행사에서 수비를 만나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어느덧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는 DJ 수비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서브장르인 UK 베이스를 주로 튼다. DJ를 꿈꾸기 전 열여섯 살의 수비는 스케이트 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펑크 록, 포스트 하드코어 장르의 음악을 즐겨 틀었다. “어릴 땐 제가 DJ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선택해서 CD에 구웠고, 그 음악을 매장에서 틀곤 했죠.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소개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수비는 유년 시절부터 음악과 함께해왔다. “친오빠 덕분에 제 어린 시절은 늘 음악으로 가득했어요. 오빠가 다양한 음악이 들어 있는 CD를 들려줬거든요. 힙합, 재즈부터 시작해 클래식 피아노까지,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수비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파티와 클럽을 찾았고, 그곳에서 많은 사람을 단번에 움직이는 음악의 힘을 보고는 DJ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꼈다.

수비가 본격적으로 음악에 발을 담근 건 뮤직 크루 예티(Yeti)의 공동 창립자인 토머스와 아서 브레이(Thomas & Arthur Bray) 쌍둥이 형제를 만나고부터다. “음악 일을 시작하기 전엔 모델 매니지먼트 에이전시에서 일했어요. 그 당시 회사 소속 모델이었던 토머스와 친구가 됐고, 함께 홍콩의 언더그라운드 파티를 찾아다녔죠. 그 뒤로 토머스는 캐나다로 돌아갔지만 아서가 홍콩으로 이사해 가까이 일하며 음악 크루 예티에 합류했죠. 아티스트에겐 좋은 인연도 중요하죠.”

홍콩의 음악 신은 팬데믹 동안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당시 수비는 가까운 친구들과 여성 DJ 컬렉티브인 민 걸스 클럽(Mean Girls Club)을 결성했고, 이제 자신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뮤직 커뮤니티 투알(Thür)도 시작했다. “민 걸스 클럽은 예상한 대로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에서 이름을 가져왔어요. 얼핏 들었을 땐 기 센 언니들만 있을 것 같지만 멤버 모두 사랑스럽고 따뜻해요. 이 그룹은 뮤지션, 아티스트 등 한 가지 직업에 한정하지 않고, 성별도 따지지 않는,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안전한 곳이에요. 그저 음악과 춤만 좋아하면 돼요. 홍콩의 커뮤니티는 좁은 만큼 서로를 돕죠. 특히 음악을 새로 시작하는 친구들에겐 좋은 환경이죠. 누구나 ‘민 걸스’ 멤버가 될 수 있답니다.”

수비가 DJ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의 힘으로 다양한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DJ는 단순히 음악을 트는 사람이 아니에요. 관객과 소통하고, 음악에 대한 사랑을 나누죠. 음악이 없다면 우리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듣고 틀며 춤추고 소통할 거예요.”

    포토그래퍼
    Yusuke Abe(Yard)(Teppei Kojima), Arisak(OZworld), Kiu Ka Yee(Subez)
    김봉현(OZworld), 김예은(Subez)
    스타일리스트
    김베베(Teppei Kojima), Anne(OZworld)
    헤어
    Candy(Teppei Kojima), Noriyasu Suzuki(OZworld), Marco Li(Subez)
    메이크업
    Candy(Teppei Kojima), Noriyasu Suzuki(OZworld), Cathy Zhang(Subez)
    프로듀서
    Tomoko Ogawa(Teppei Koj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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