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S 런웨이를 장악한 음악
음악은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관객의 감성을 고취하기 위해서든, 컬렉션 무드를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든 저마다의 의미를 담아 음악을 선택하죠. 2024 S/S 컬렉션에는 어떤 쇼장에 어떤 음악이 흘렀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루이 비통
루이 비통 2024 S/S 컬렉션은 꿈을 꾸는 것 같은 멜로디와 ‘구름 위의 날씨는 언제나 맑지’라는 읊조림이었습니다. 약간 쉰 듯한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호 드 사가장(Zaho de Sagazan)이었는데요. 데뷔한 지 2년이 채 안 된 23세의 어린 싱어송라이터입니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아버지 밑에서 네 자매와 함께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치는 것을 즐겼다고 하죠.
이후 그녀는 작곡과 노래를 좋아하는 여느 또래처럼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대부분의 영상은 지금도 남아 있죠!)을 업로드하는데요. 순박한 소년 같은 목소리 덕에 많은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 3월에는 첫 싱글 ‘La Déraison’을 발매하기에 이릅니다. 올 3월에는 첫 정규 앨범 <La Symphonie des Éclairs>를 발매하며 누벨 샹송 신을 이끌어갈 아티스트로 지목됐죠. 최근 프렌치 스타일 탐구에 깊이 빠진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그녀를 캐스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루이 비통이라는 날개를 단 자호 드 사가장, 어디까지 날아오를까요?
릭 오웬스
릭 오웬스의 쇼장은 언제나 파리 팔레 드 도쿄입니다. 이 유서 깊은 미술관은 릭 오웬스의 쇼가 있는 날이면 검정으로 물들곤 하는데요. 지난 9월 28일은 달랐습니다. 팔레 드 도쿄의 광장을 가득 채운 것은 핑크빛 연기와 ‘나는 아직 사랑을 믿어’라는 노랫말이었거든요.
오웬스는 음악을 닥치는 대로 듣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합니다. 첫 쇼였던 2002 F/W 컬렉션을 위해 이기 팝과 앨리스 쿠퍼의 곡을 선택하고, 20년이 지난 2022 F/W 컬렉션을 선보일 때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을 선택한 것만 봐도 잡식성에 가까운 그의 음악 취향을 알 수 있죠. 이번에 릭 오웬스에게 영감을 준 아티스트는 비요크였습니다. 그는 비요크의 콘서트를 본 뒤, 지금껏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밝혔는데요.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게 된 그를 사로잡은 곡은 다이애나 로스의 ‘I Still Believe’였습니다. 쇼 막바지에는 “I still believe in love”라는 가사가 주문처럼 반복적으로 울려 퍼졌죠.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에서 선보인 첫 컬렉션의 테마는 ‘안코라(Ancora)’였습니다. 안코라라는 단어는 ‘여전히, 지금도, 다시’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요. 사전적 정의처럼 구찌의 2024 S/S 컬렉션은 사람들이 다시 구찌를 원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프런트 로에 앉은 켄달 제너, 라이언 고슬링,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귀를 즐겁게 한 것은 가수 미나(Mina)의 목소리였습니다. 미나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음악계를 대표하던 여가수입니다. 쇼 테마에 걸맞게 데 사르노는 미나의 대표곡 ‘안코라 안코라 안코라’를 선택했습니다. 곡의 리믹스는 폴 맥카트니,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과 함께 일한 마크 론슨이 담당했고요.
코페르니
코페르니의 2024 S/S 컬렉션은 테마 자체가 ‘사운드’였습니다. 디자이너 듀오 아르노 바양과 세바스티앙 메예르는 쇼를 선보일 장소로 이르캄(IRCAM)을 선택했는데요. 1977년 퐁피두 센터 옆에 지어진 이르캄은 세계적인 전자음악 연구 기관입니다. 코페르니의 듀오는 아티스트 u.r.trax에게 쇼 음악을 맡겼는데요. 의뢰를 받은 그녀는 이르캄에 거주하며 지퍼 올리는 소리, 옷감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활용한 사운드트랙을 작곡했습니다. 쇼에는 금관악기를 연상시키는 옷과 소니의 ‘디스크맨’을 닮은 스와이프 백이 등장했죠.
디젤
디젤의 2024 S/S 컬렉션은 파티였습니다. 글렌 마르탱이 에디터, 바이어, 셀럽뿐 아니라 ‘파티를 사랑하는’ 모든 이를 컬렉션에 초대했기 때문이죠. 음악을 담당한 것은 라프 시몬스, 드리스 반 노튼 쇼 사운드트랙을 작곡한 프로듀서 센얀 얀센(Senjan Jansen)이었습니다. 얀센이 작곡한 곡은 시끄럽고 빠르고 공격적이었는데요. 덕분에 디젤의 컬렉션 혹은 파티를 즐기기 위해 모인 7,000명의 인파는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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